KISTI-과학향기 [기사 저장일 : 2024-03-29(17:46:03)] ===================================과학향기========================================= [기사 호수 : 제3756호] [기사 등록일 : 2022-06-06] [기사 제목 : 돌고래, 오줌으로도 친구를 알아본다] [기사 내용 : 돌고래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무리를 이루어 사는 사회성 동물이다. 환경에 따라 집단의 규모는 다른데, 채 10마리가 되지 않는 무리도 있고 5000마리가 넘는 대규모 무리도 있다. 이렇게 개체들이 서로 모여 살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바로 의사소통이다. 서로가 생각하는 바와 원하는 바를 나누고 상대방이 나와 협력하려는 동료임을 확인할 때 집단은 잘 유지될 수 있다. 그래서 돌고래는 어쩌면 인간보다도 더 기발하고 뛰어난 의사소통 수단을 갖도록 진화했다. 그림 1. 돌고래는 기발하고 뛰어난 의사소통 수단을 갖고 있다. (출처: Shutterstock) 돌고래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돌고래들이 초음파로 먹이나 장애물을 파악할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에게 이를 알려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 나아가 휘파람같이 휙휙 거리는 초음파를 내거나, 딱딱거리며 진동하는 초음파를 통해 사냥, 양육, 놀이 같은 행위를 하며 의견을 나눈다는 사실 역시 발견했다. 이 휘파람에는 또 다른 기능도 있는데 바로 친구를 알아보고 부르는 것이다. 각각의 친구를 나타내는 고유의 휘파람 소리가 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친구를 알아보기 위해 꼭 이름을 부르지는 않는다. 그의 걸음걸이, 목소리만 봐도 안다. 돌고래도 그럴까? 내 친구의 오줌 맛은 다르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의 해양포유류 연구원 제이슨 브룩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돌고래가 미각으로도 친구를 알아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도 ‘소변’ 맛으로. 이 기발한 연구는 우연히 이뤄졌다. 연구팀은 돌고래가 사용하는 고유한 휘파람을 선별해내고 이런 휘파람을 흉내 내 특정 돌고래를 부를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그때 연구팀은 돌고래를 관찰하다가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야생 돌고래들이 의도적으로 다른 돌고래들이 뿜어내는 소변 줄기를 통과하며 헤엄치고 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돌고래들은 소변에서 무언가 정보를 얻고 있는 건 아닐까?”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수조에서 돌고래를 오랫동안 관찰해 실험의 대상인 돌고래 무리에서 누가 누구와 친한지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첫 번째로는 각 돌고래의 오줌을 채취한 뒤 돌고래 8마리에게 친한 개체와 친하지 않은 개체의 소변 시료를 임의적인 순서로 바닷물을 채워 넣은 실험용 수조에 넣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폈다. 그림 2. 연구팀이 실험용 수조에 오줌을 넣고 돌고래의 반응을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Jason Bruck, Stephen F. Austin State University) 그 결과 돌고래들은 낯선 소변보다 친한 개체의 소변물에 더 오래 머물며 약 3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낯선 친구의 소변물이 있는 구역에서는 거의 머무르지 않았다. 그다음으로 연구팀은 돌고래들이 각 친구의 이름을 나타내는 고유한 휘파람과 소변을 짝짓는지도 실험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또 한 번 기발한 실험을 생각해냈는데, 바로 특정 친구를 나타내는 휘파람 소리를 들려주고서 이 친구의 소변이 아닌 다른 친구의 소변을 넣은 것이다. 인간으로 치자면 내 친구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면서 전혀 엉뚱한 이름을 부르는 경우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돌고래들은 휘파람 소리의 주인공이 배출한 소변물이 있는 구역에서 더 오래 머물렀다. 휘파람과 소변이 서로 맞지 않는 구역에서는 거의 머무르지 않았다. 돌고래들은 휘파람뿐만 아니라 맛으로도 친구를 알아보며 소통한다. 연구팀은 돌고래가 상대방의 생식기에 입을 갖다 대는 이른바 ‘생식기 검사’를 하기 때문에 다른 개체의 소변 맛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처럼 사회적 학습을 하는 돌고래 앞서 말했듯 사회성을 가진 동물들에서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치고 때로는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언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돌고래는 자신의 언어 도구인 초음파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2000Hz부터 절대 들을 수 없는 15만Hz까지 낼 수 있다. 이는 ‘멜론’이라는 특별한 기관 덕분인데, 돌고래의 머리에서 툭 튀어나온 부분으로 숨을 쉬는 기관인 분수공에서 만든 초음파를 여기서 증폭한다. 그리고 다른 돌고래가 낸 초음파는 아래턱뼈로 인지한다. 그림 3. 돌고래의 머리 앞쪽에는 ‘멜론’이라는 기관이 있어 초음파를 통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출처: 위키미디어) 미국 캘리포니아대 브렌다 맥코완 교수 연구팀은 돌고래가 내는 휘파람 소리를 녹음한 다음, 비슷한 파형끼리 묶어 분석했다. 그 결과로 돌고래가 태어난 지 1개월 미만일 때는 휘파람의 개수가 53개, 2~8개월 사이에는 73개, 다 자랐을 때는 102개로 점점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돌고래가 자라면서 단어를 배우고, 말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돌고래도 인간처럼 사회적 학습을 한다. 또한 돌고래는 살고 있는 바다에 따라 사용하는 초음파 언어가 다르다. 그래서 우리가 모르는 언어를 가진 외국인을 만나는 것처럼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경험을 한다고 한다. 재밌는 건 역시 인간처럼 두 지역 ‘언어’를 다 아는 이중언어 돌고래도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인간이나 다를 바 없다. 그렇기에 학습을 통해 지식과 문화를 형성하며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이루는 돌고래를 수족관에서 돌보는 것은 감옥에 가두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지난 10년간 수족관에서 살다 폐사한 돌고래가 31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돌고래와 우리가 의사소통이 된다면 돌고래는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할까? 글: 권오현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 [기사 칼럼니스트 : 권오현] ==================================================================================== Copyright⒞2024 KISTI All right reserved. 모든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