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우울증약, 왜 누구에겐 듣고 누구에겐 효과없을까?
<KISTI의 과학향기> 제3359호 2019년 05월 27일우울증은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에 항우울제를 먹어야 하는 질환이다. 우울증은 인간의 감정 및 행동에 영향을 주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같은 호르몬의 불균형과 관련 있고, 항우울제는 신경계에 작용해 이런 불균형을 해소해준다.
가장 대표적인 항우울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라는 것이다. 이 약은 인간의 감정과 관련 있는 세로토닌 호르몬이 세포에 재흡수되는 것을 막아 세로토닌이 좀 더 오랫동안 신경계에 머물도록 해 감정 상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대표적으로 ‘프로작’이라는 유명한 약이 있다.
사진 1. 대표적인 우울증약인 프로작. 항우울제는 많은 사람을 괴로움에서 해방시켰으나, 모두에게 동등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출처: shutterstock)
우울증약이 모두에게 듣는 것은 아니다
한데 문제가 있다. SSRI만을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 기분이 개선되는 환자가 있고, 그렇지 않다는 환자가 있다는 것.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 중 30% 정도에서 SSRI가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 이유 역시 몰랐다.
최근 미국의 소크 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은 왜 SSRI가 누구에게는 듣고 누구에게는 듣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아낼 단서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환자마다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신경세포의 돌기 모양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신경세포는 수상돌기라는, 마치 가지처럼 뻗어 나온 돌기를 갖고 있는데 이곳은 다른 신경세포의 신호를 받아들여 아래쪽에 있는 신경세포체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런 신호 전달 기제가 깨지면 각종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 800여 명의 피부 세포를 채취한 뒤에 이를 줄기세포 재프로그램 기술을 이용해 피부 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전환하고 다시 이를 세로토닌 뉴런으로 분화시켰다. 그런 다음 항우울제가 듣는 환자와 듣지 않는 환자의 뉴런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뉴런 자체에는 항우울제가 잘 듣는 환자와 잘 듣지 않는 환자 간의 어떤 차이도 없었으니 수상돌기의 모양에는 극적인 차이가 있었다. 항우울제가 잘 듣지 않는 환자의 수상돌기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길이가 훨씬 길었다. 수상돌기의 길이가 왜 약 반응의 차이를 만들까?
사진 2. 빨간색은 세로토닉 뉴런의 돌기이다. (출처: salk institute)
수상돌기의 모양은 신호 전달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자들은 수상돌기의 길이가 긴 것이 신호 전달을 교란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길이 때문에 일부 영역에서는 세로토닌이 지나치게 활성화되고, 또 다른 영역에서는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는 것.
이 같은 새로운 사실은 우울증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조현병, 조울증 같은 병도 뇌의 세로토닌 시스템 장애로 발생하는 정신질환이다. 따라서 세로토닌을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뉴런의 구조를 자세히 이해하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는 뉴런의 신경돌기 변이가 우울증에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SSRI가 작용하는 방식과도 관련이 있음을 밝혀 우울증에 대한 검사와 치료 방식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앞으로 돌기 차이가 무관하게 작용하는 우울증약을 개발할 수 있다면 약을 먹고도 우울증이 개선되지 않아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뇌의 세로토닌 작용과 관련 있는 다른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신약에도 마찬가지로 유용할 것이다.
글: 홍종래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영화 <오펜하이머> 개봉: 원자폭탄의 아버지 오펜하이머의 파란만장한 인생
-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 ‘핵분열 연쇄반응’이 발견됐다. 원자의 핵이 분열하면서 강력한 애너지를 내기에, 당시 물리학자들은 이를 활용하면 지금까지 없던 위력의 (新)무기,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누가 먼저 이 무기를 손에 넣느냐에 따라 인류 역사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
- [과학향기 Story] 고주파 초음파로 살아난 정자, 난임 문제 해결할까
- 저출생 시대에도 아이를 갖고자 하는 부부는 여전히 많다. 피임 없이 성생활을 하는 이성 파트너는 보통 1년 이내에 약 85~90%가 임신에 성공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지 못한 부부는 여러 보조 생식 기술의 도움을 받으며 원하던 소식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지난 2월 호주 모나쉬대 연구팀은 남성 난임의 한 요소인 정자의 운동성 감소를 초음파로 회...
-
- [과학향기 Story] 과학기술 발전의 핵심, 연구데이터
-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 맞춤형 인터넷 검색 결과, 유튜브에서 추천해주는 음악과 동영상 알고리즘부터 신약 개발이나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까지,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학기술은 모두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발전했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의 토대가 되는 것이 바로 연구데이터다. 연구데이터의 중요성 연구데이터는 말 그대로 과학기술 ...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 Story] 블루베리는 원래 ‘파란색’이 아니다?!
- [과학향기 Story] 스트레스는 어떻게 ‘급똥’을 유발할까
- [과학향기 for Kids] 봄꽃, 점점 더 빨리 핀다?
- [과학향기 Story] 고주파 초음파로 살아난 정자, 난임 문제 해결할까
- [과학향기 for Kids] “오늘은 무슨 말썽을 부릴까” 동물의 왕국 속, 장난꾸러기를 찾아라!
- [과학향기 Story] 돌고래도 졸리면 바닷속에서 하품한다? 하품의 과학
- [과학향기 for Kids] “내 솜씨 어때” 125년 만에 밝혀진 소변 색의 비밀은?
- [과학향기 Story] 세균의 변신은 무죄? 미래 헬스케어 이끄는 ‘합성생물학’
- [과학향기 Story] 사람 세포로 만든 생체로봇 등장, 난치병 치료 새 길 열까
- [과학향기 for Kids] 감기·독감 환자 급증, 감기와 독감의 차이점은?
ScienceON 관련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