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양육의 시대, 어디까지 왔을까?

<KISTI의 과학향기> 제3623호   2021년 03월 01일
최근 땅과 물과 환경을 아끼는 새로운 축산업으로서 배양육 연구와 배양육의 시장 출시가 활발하다. 특히 미국의 멤피스미트와 잇저스트, 뉴에이지미트 같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경쟁하며 차례차례 배양육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멤피스미트는 2016년 배양육 미트볼을 선보인데 이어 2017년에는 배양육 치킨과 오리고기를 개발해냈다. 2019년에는 뉴에이지미트가 배양육 소시지로 시식회를 개최했다. 기업들이 개발 경쟁에 뛰어든 결과 비용은 꾸준히 줄어들고 생산성은 높아졌다.
 
그리고 2020년 12월, 싱가포르에서 사상 최초로 잇저스트의 배양육 닭고기 시판을 허가했다. 시판 허가를 기념해 개최한 시식회에서 잇저스트가 내놓은 닭고기 메뉴는 23달러(2만 4000원). 불과 7년 사이에 배양육이 가격을 만 배 이상 낮추며 현실성 있는 ‘상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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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미국의 기업, 잇저스트가 만든 닭고기. 실제 고기와 매우 비슷하다. (출처: Eat Just)
 
윤리적 소비의 정점, 배양육
 
기후변화 대응과 동물의 권리에 민감한 오늘날 세계의 국가들은 배양육에 주목하고 있다. 배양육은 살아있는 가축을 도축할 필요가 없어 불필요한 희생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축산업에 필요한 막대한 자원을 절약할 수 있게 한다. UN의 통계에 의하면 곡식을 재배하는 경작지 중 33%가 가축용 사료를 재배하는 데 사용된다. 풀이 자라지 않는 툰드라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 육지의 26%가 가축을 방목하는 목초지로 사용된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목초지를 만들려고 삼림을 베어내고 있다.
 
농업이 중요한 산업인 유럽에서도 사료작물 재배를 줄여 농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삼림을 보호할 목적으로 배양육 연구를 장려하고 있다. 2020년 10월에는 유럽의회가 사상 최초로 배양육 연구에 270만 유로를 지원하기도 했다. 지원받는 곳은 스페인 기업 바이오테크푸즈가 주축이 된 미트포올 배양육 개발 프로젝트로, 2022년 7월까지 배양육을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같은 이유로 바다생물을 배양육으로 생산하는 데도 관심이 쏠린다. 새우는 전 세계 거래량이 가장 많은 수산물 중 하나다. 2019년 기준 48조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됐는데, 그중 30조 원은 아시아가 차지한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해안 습지에서 대규모로 양식한 새우들이다. 국제삼림연구센터에 따르면 이렇게 기른 양식 새우는 1kg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쇠고기의 4배에 달한다고 한다. 분자생물학자가 창업한 싱가포르의 기업, 시오크미트는 새우를 배양육으로 대체해 환경에 기여하고 깨끗한 새우를 공급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시오크미트는 배양육 새우 개발에 성공해 2019년 싱가포르에서 시식회를 개최한 바 있다. 시오크미트에 따르면 새우 배양육은 양식 새우에 비해 4배나 더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줄기세포 기술로 근육을 ‘재배’한다
 
짧은 시간에 배양육 기술이 급속도로 성장한 배경에는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이 있었다. 배양육 기술 자체는 이미 1999년 특허로 등록된 바 있다. 빌렘 반 알렌 암스테르담대학 교수가 도축 없이 고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배양육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고 국제특허를 취득했다.
 
배양육의 기본 아이디어는 ‘근세포를 배양액에서 증식시키면 고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근세포를 만드는 근육줄기세포는 분화가 끝난 상태라 활발하게 증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육줄기세포가 근세포를 필요한 만큼 만들어내게 하려면 근육줄기세포가 분열하도록 촉진하는 성장인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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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배양육을 만드는 공정. 동물에서 근육을 추출하고 조직 줄기세포를 분리해낸다. 이들이 근세포로 증식하도록 배양하면 배양육이 만들어진다. (출처: Maastricht Univ)
 
그래서 배양육을 만들 때는 동물의 피부에서 떼어낸 근육 줄기세포를 성장촉진인자가 포함된 배양액에 담가서 성장시킨다. 이렇게 성장한 근세포는 끝없이 증식하지는 않기 때문에 일정한 크기에서 성장이 멈춘다. 따라서 근육줄기세포에서 분열된 세포 중 일부는 다시 새로운 배양액에서 분열하도록 유도하는 ‘계대배양’을 해야 한다. 근육줄기세포 하나를 배양해서 만들 수 있는 근세포의 무게가 10억분의 3~4g 정도 되므로 100g의 배양육을 만들려면 100억 개 가량의 근세포가 필요하다. 자연히 배양육을 만들려면 배양액과 시간이 많이 든다. 2013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의 마르크 포스트 교수 연구팀은 2만여 개의 근세포 조각을 층층이 쌓아서 소고기 패티를 만들었다. 무려 3억 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됐다.
 
물론 지금은 훨씬 효율적으로 만든다. 근세포를 하나하나 조합하지 않고 뼈대 역할을 하는 ‘스캐폴드’에 근세포를 배양시켜서 근세포가 성장하면서 근육 형태를 이루도록 유도한다. 스캐폴드는 최종 생산물인 고기에 그대로 남아있으므로 해조류 추출물 등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근세포는 지방이나 다당류가 없는 순수한 단백질 덩어리에 가까우므로 시장에 그대로 내놓을 수는 없다. 기름기가 전혀 없는 고기를 먹으면 마치 종이를 씹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증식을 마친 배양육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직 배양육으로는 ‘육질’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어렵다. 잇저스트가 싱가포르에서 시판하는 제품을 치킨 너겟으로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너겟은 어차피 잡육을 분쇄해서 다시 뭉친 식품이라 배양육과 식물성 단백질을 혼합하면 어렵지 않게 모방할 수 있다.
 
물론 고기를 더 그럴듯하게 만드는 방법은 있다. 이스라엘의 미트테크는 3D 프린터 기술을 이용한다. 실제 고기를 이루는 성분인 근단백질, 중성지방, 다당류 등을 잉크 삼아 3D 프린터로 고기를 ‘성형’해내는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지방과 단백질이 적절하게 섞여 마블링된 고기를 제법 진짜처럼 재현할 수 있다. 식물 기반의 단백질과 지방, 전분을 배양육에 섞어 삼겹살이나 베이컨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전분은 근세포를 단단하게 결합하는 풀 역할을 하고 지방은 풍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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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배양육은 실제 고기를 그대로 모방하고 재료도 동물의 근세포를 사용하므로 곤충이나 식물성 가공육보다는 거부감이 덜하다. 배양육 시장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출처: Super Meat)
 
물론 배양육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그러나 이 시장의 성장성은 분명해 보인다. 콩고기와 같은 대체 육류는 특별한 사유로 기존의 고기를 먹을 수 없는 사람을 위한 대체품의 지위라 그다지 큰 시장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배양육은 기존의 고기와 똑같은 식품을 더 저렴하고 환경친화적으로 만드는 데 목표가 있으므로 성장성이 크다. 영국 금융 서비스 업체인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식물육, 배양육을 포함한 대체육 시장이 향후 10년 안에 식육 시장의 10%인 연간 1,4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배양육은 물론, 대체육 전반에서 뒤처진 한국으로서는 서둘러 준비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글: 김택원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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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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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새로운 지식이네요.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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