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코로나19가 인지기능도 떨어뜨린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682호   2021년 09월 20일
최근 코로나19를 겪은 뒤 회복된 사람들의 인지 능력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보다 뒤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케임브리지대학교 등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 회복 환자 1만 2689명을 포함해 총 8만 1337명을 대상으로 인지 능력 검사를 진행했다. 코로나19를 겪었다가 회복한 사람들은 추론과 문제해결 영역에서 두드러지게 낮은 점수를 받았다. 또 코로나19 증상이 심했던 사람일수록 점수가 낮은 경향을 보였는데, 특히 입원 중 인공호흡기를 신세를 졌다가 회복한 사람들의 점수는 IQ로 따지면 평균 7점이 하락한 수준이었다. 코로나19의 가장 흔한 증상은 발열, 기침 등이지만, 이 연구 결과는 코로나19가 호흡기 질환을 넘어 사람의 뇌와 인지 기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19의 대표적인 후유증, 브레인 포그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서 회복한 뒤에도 기억력 감퇴나 집중력 저하 등의 인지 문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증상을 흔히 ‘브레인 포그’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증상을 말한다. 생각이 둔해지거나 집중이 잘 되지 않고,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느끼거나 피로감, 졸림 등의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증의 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 브레인 포그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으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가벼운 증상을 앓고 지나간 사람들에게서도 종종 브레인 포그가 나타난다. 브레인 포그는 질병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뇌의 염증과 관련이 있으며 브레인 포그가 오래되면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브레인 포그를 겪고 있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연구해왔고, 코로나19가 뇌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는 여러 증거들을 발견했다. 사람의 뇌에는 ‘혈뇌장벽’이 있어서 뇌에 외부 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 세균이나 바이러스, 해로운 화학물질 등으로부터 뇌를 보호한다. 아직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 혈뇌장벽을 통과해 신경 세포를 직접 감염시킨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다. 
 
다만 후각 신경을 통해 뇌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은 있다. 2020년 11월, 독일 베를린-샤리테 의대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사망한 33명의 조직 샘플을 분석했다. 그 결과 후각 점막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후각 점막으로 침입한 뒤, 후각 신경을 이용해 뇌에 도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경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의 다른 세포를 감염시켜 브레인 포그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UC샌디에이고 의대 연구팀은 뇌 오가노이드(유사 장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투여했다. 그 결과 혈관주위세포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염됐고, 여기서 증식한 바이러스는 다시 성상세포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상세포는 혈뇌장벽을 형성하고, 신경세포가 잘 작동하도록 영양분을 제공하는 등 뇌의 기능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성상세포에 문제가 생기면 뇌의 기능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연구 결과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의 여러 세포 중 성상세포를 주로 감염시킨다는 것이 확인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로 가는 혈류를 감소시켜 산소 또는 영양분 공급을 방해해 신경 세포의 기능을 손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후 면역 반응 과정에서 생성되는 사이토카인이 뇌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뜻하지 않게 자가 항체가 생겨 뇌 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직까지 브레인 포그와 관련된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전문가들은 유산소 운동을 자주 하고, 충분한 수면 시간을 지키고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음주 등을 피하라고 권고한다. 코로나19와 브레인 포그에 관한 연구가 더 쌓인다면 치료법에 대한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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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 오가노이드에 침투하는 과정을 그린 모식도. 혈관주위세포를 먼저 감염시켜 퍼진다. (출처: UC샌디에이고 의과대학) 
 

완치 후에도 지속되는 ‘롱 코비드’
 
브레인포그는 사실 ‘롱 코비드(Long Covid)’라고 불리는 증상 중 하나에 해당된다. 롱 코비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 후 1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보통 코로나19의 증상은 2주 정도면 사라지는데, 롱 코비드 환자들은 격리 해제나 완치 판정 이후에도 피로, 통증,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등을 계속 겪는다. 코로나19를 겪은 사람의 약 5~24%는 최소 3~4개월 동안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한다.
 
영국 통계청은 성인 인구의 약 6.2%인 320만 명이 건강과 업무 능력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롱 코비드 증상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중 39%는 운동 능력 저하를 경험했고, 30%는 중증의 우울 증상을 느꼈다고 보고했다. 노인과 여성, 체질량 지수가 높은 사람들일수록 롱 코비드에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롱 코비드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최근에야 주목을 받기 시작해 아직 정의나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다. 그만큼 증상도 매우 다양하다. 롱 코비드의 주요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감염 후 면역 체계 조절 장애로 인한 지속적인 염증, 면역 과정에서 혈전 등으로 인한 혈관 손상, 중환자실 퇴원 후에 환자가 경험하는 집중치료증후군(PICS) 등이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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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롱 코비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렇기에 예방 접종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출처: shutterstock)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롱 코비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롱 코비드의 경우 다양한 증상으로 사람들에게 장기간 영향을 미치며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보건의료 시스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브레인 포그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롱 코비드 환자들에 대한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 롱 코비드로 가지 않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예방 접종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글: 오혜진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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