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과학향기 Story] 마른 하늘에 난기류? 범인은 ‘지구온난화’
<KISTI의 과학향기> 제3073호 2024년 07월 01일2024년 5월 21일 영국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항공기가 순식간에 1.8km 정도 급강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다치고 승객 1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비행기가 급강하했을까? 바로 ‘난기류’ 때문이다. 난기류는 대기의 흐름이 불규칙한 난류의 형태를 띠는 것으로, 좁은 지역에서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난기류는 왜 발생하는지, 또 최근 난기류가 문제가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사진 1. 난기류는 좁은 지역에서 짧은 시간에 발생하는 탓에 대처가 어렵다. ⓒshutterstock
하늘길 위협하는 난기류…원인도 다양해
난기류는 크게 세 가지 메커니즘에 의해 발생한다. 첫 번째 발생 요인은 ‘대기 불안정’이다. 보통 지표면에서 뜨거워진 공기는 위로 상승하고, 차가워진 공기는 지표면 근처로 내려오며 ‘대류 현상’이 발생한다. 다만, 지표면 부근 공기가 빠르게 가열되면 상승 기류에 의해 주변 대기의 흐름이 교란된다. 이때 수증기가 많으면 응결 과정에서 많은 열이 발생하므로 상승 기류가 더더욱 강력해진다. 그로 인해 구름 내부와 주변에 심한 난기류가 발생한다.
두 번째 발생 요인은 ‘제트기류’다. 제트기류는 대류권 위쪽에 좁은 지역을 따라 부는 강한 편서풍으로, 한대기단과 열대 기단 사이에 형성되는 한대전선 부근에서 발달한다. 제트기류는 그 자체로 바람의 속도나 방향이 급변하는 '급변풍(Wind shear)' 현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난기류가 나타날 수 있다.
세 번째 발생 요인은 ‘산악파’다. 강한 바람이 산맥을 넘을 때 공기 흐름이 파동을 만들어 낸다. 그로 인해 상승 기류와 하강 기류가 교차하며, 종종 강한 난기류가 만들어진다. 한국처럼 산이 많은 지역에선 산악파에 의해 난기류가 발생하기 쉽다.
이중에서도 제트기류는 북반구에선 고도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시계 방향으로 바뀌고, 남반구에선 반시계 방향으로 바뀐다. 또 중심부에선 풍속이 빠를 뿐 아니라, 고도에 따른 풍속 변화가 크기 때문에 급변풍을 만든다. 제트기류의 강한 급변풍은 상하층 공기가 활발하게 혼합되게 만든다. 그래서 상층 공기가 강제로 하강하거나, 하층 공기가 상승하면서 기류가 교란돼 뇌우 상황이 아님에도 난기류가 발생한다. 이를 ‘청천난류’라고 부른다. 전문가들은 5월 21일 싱가포르행 항공기가 갑작스레 추락한 원인 역시 청천난류를 지목한다.
난기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기후 위기’로 인해 난기류 발생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 레딩대학교 폴 윌리엄스 교수 연구팀이 2023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20년까지 북대서양과 미국 상공에서 청천난류 발생 건수가 늘었다. 북대서양의 경우, 1979년 대비 2020년 중강도 난기류 발생 시간이 37% 증가했고 강한 난기류는 55%까지 증가했다. 미국 상공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관찰됐다.
(a)는 1979년 (b)는 2020년에 강한 청천난류와 조우할 확률을 나타낸 그림이다. (c)와 (d)는 1979년과 2020년에 평균 규모의 청천난류와 조우할 가능성을 컴퓨터로 예측한 값이다. 색이 진할수록 청천난류와 조우할 가능성이 높다.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또 2022년 서울대학교 김정훈 교수 연구팀이 ‘네이처’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선 지금처럼 탄소를 다량 배출한다면, 21세기 후반에는 1970년~2000년 대비 전 지구 난기류 발생 강도가 약 2배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왜 이러한 전망을 내놓았을까? 기후 위기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 중 수증기량이 늘어나고 대기 불안정성이 커져 난기류를 유발하는 대류성 구름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이 갖춰진다. 대류성 구름은 생성과 소멸 과정이 빠르고 복잡해 이로 인한 난기류는 예측하기 무척 어렵다. 비행기 경로가 결정된 뒤에야 난기류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승객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한편, 제트기류 역시 지구온난화로 불안정해지면서 주변에 난기류를 일으키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제트기류는 북극과 중위도 지역의 온도 차에 의해 발생한다. 다만 기후 위기로 인해 북극지방 기온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극지방과 중위도의 기온 차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제트기류가 약해지는 일이 잦아지면서, 제트기류의 흐름이 불안정해지고 상층 대기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청천 난기류가 점점 더 자주 일어나게 된 것이다.
기후 위기로 인해 홍수가 빈발하고 폭염일수가 증가하고 겨울이 짧아지는 등 다양한 기후변화가 나타나면서 우리의 일상이 위협을 받는 이때, 난기류처럼 미처 예상하지 못한 변화들 또한 앞으로 더 잦아질 것이다.
글 : 박재용 과학커뮤니케이터, 일러스트 : 이명헌 작가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과학향기 Story] 커피가 좋은 당신, 이 미생물 8배 많다
- “하루에 커피 몇 잔 드세요?” 여러분의 대답은 어떤가? 많은 직장인이 하루 업무를 시작하는 의례로 진한 커피를 내려 마신다. 커피는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도 빠지지 않는다. 카페인 영향을 크게 받아 한 잔도 마시지 못하는 사람, 건강을 생각해 커피를 줄이려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우리나라 음료 시장에서 커피가 차지하는 위상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
- [과학향기 Story] 보조배터리, 이젠 안녕! 호주머니에 넣고 충전하는 시대가 온다?
-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폰. 문제는 배터리다. 휴대전화 스펙 상으로는 한 번 충전에 하루 종일 쓸 수 있다지만 유튜브를 보다 보면 금방 닳기 마련이다. 보조배터리를 들고 다니면 좋으나 너무 거추장스럽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최근 국내 연구진이 3차원 공간 어디에서나 전자기기 무선 충전이 가능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
- [과학향기 Story] 인공지능이 맛보는 위스키의 미래
- 한 모금의 위스키를 음미할 때면 수십 가지 향이 코끝을 스친다. 달콤한 캐러멜 향에서 시작하여 과일 향을 거쳐 마지막엔 그을린 듯한 스모키향까지. 위스키의 향은 마치 교향곡처럼 복잡하지만 진하다. 그동안 이런 복잡한 향의 조화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은 오로지 전문가들의 몫이었다. (사진) 그림 1 여태 위스키의 복잡한 향과 조화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 for Kids] 한 달 동안 똥을 참는 올챙이가 있다?
- [과학향기 for Kids] 74살에도 엄마가 된 새가 있다? 앨버트로스 ‘위즈덤’
- [과학향기 for Kids] 2025년, 푸른 뱀의 해…뱀은 어떤 동물일까?
- [과학향기 for Kids] 거제에서 첫 발견된 스테고사우루스류 발자국!
- [과학향기 for Kids] 다리로 걷고 ‘맛집’까지 찾는 물고기가 있다?
- [과학향기 for Kids] 지구에도 아름다운 고리가 있었다?
- [과학향기 for Kids] 가을에는 왜 나뭇잎이 알록달록 물들까?
- [과학향기 Story] 우리은하보다 230배 큰 블랙홀 제트가 발견되다!
- [과학향기 for Kids] 달 크레이터에 조선 천문학자 이름이? 우주에 새겨진 한국 이름들
- [과학향기 Story] 점점 더워지는 여름, 건물 온도를 낮출 방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