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전 세계 교량 공학자에게 충격을 줬던 타코마 다리 붕괴, 슈퍼컴퓨터로 전 과정 재현하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817호   2022년 12월 26일
 
1940년 11월 7일 아침, 미국 워싱턴주의 타코마 다리(Tacoma Narrows Bridge)가 붕괴했다. 같은 해 7월 교각과 교각 사이의 길이가 853m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현수교’라는 타이틀을 자랑스럽게 내걸며 개통했는데, 불과 4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타코마 다리의 붕괴는 지금으로부터 80여 년 전 일이지만, 붕괴 당시 상황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지금도 쉽게 볼 수 있다. (영상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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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1940년 7월 1일 타코마 다리가 개통하는 날의 모습이다. (출처: University of Washington Libraries Digital Collections, 위키미디어)
 
영상 속에서 붕괴 직전 타코마 다리의 상판은 뒤틀리면서 상하로 요동쳤다. 도로 양옆에 수직으로 세워진 가로등이 거의 수평이 될 정도로 상판의 뒤틀림이 심했다. 이내 곧 다리 상판과 케이블이 분리되며 다리는 바다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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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타코마다리 붕괴 직전 사진. 상판이 뒤틀리면서 상하로 요동치고 있다. (출처: 위키미디어 동영상 캡쳐)
 
 
타코마 다리 붕괴로 바람공학 분야 비약적으로 발전
타코마 다리 붕괴 사고는 교량의 공탄성적 특성으로 인해 발생했다. 대부분의 유체역학 교과서에 소개될 정도로 공탄성적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공탄성적 특성은 공기역학적 영향으로 구조물이 변형되는 현상으로 쉽게 말하면 바람에 의한 사고란 의미다. 
 
그렇다고 바람이 다리를 붕괴시킬 정도로 거셌다는 의미는 아니다. 붕괴 당시 타코마 다리 주변엔 초속 19m/s 바람이 불었는데, 타코마 다리는 초속 53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문제는 바람의 세기가 아니라, 바람으로 인해 발생한 진동이었다. 바람이 다리의 얇은 상판에 부딪히며 와류 현상이 생겨났고, 이때 생겨난 진동수가 다리의 고유 진동수와 일치해 공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공진 현상이 나타나면 진폭과 에너지가 크게 증가한다.  
 
공진 현상의 대표적인 예로 세탁기가 있다. 세탁기 탈수 시 최고 속도로 회전할 때보다 탈수가 끝나며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 때 세탁기가 심하게 진동한다. 세탁기 고유의 진동수와 회전으로 인한 진동수가 일치하는 순간 공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공진으로 인해 다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은 당시 전세계 교량 공학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케이블에 의해 교량이 지지되는 형태의 다리인 현수교 설계 시 바람에 의한 진동문제가 매우 중요함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타코마 다리 붕괴를 기점으로 현수교 설계 시에는 바람에 의한 공진이 필수적으로 고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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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다리의 하중을 케이블로 지탱하는 현수교. 타코마 다리 붕괴 사고를 기점으로 현수교 설계 시에는 바람에 의한 공진이 필수적으로 고려된다. (출처: Gothick, 위키미디어) 
 
이처럼 타코마 다리의 붕괴 원인은 진즉에 명확하게 밝혀졌다. 하지만 다리가 바람에 의해 흔들리기 시작할 때부터 상판이 바다로 추락할 때까지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KISTI-서울대 세계 최초로 타코마 다리 전 과정 재현
2022년 10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최해천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은 타코마 다리 붕괴사고의 전 과정을 슈퍼컴퓨터로 재현했다. 타코마 다리 붕괴 과정이 밝혀진 것은 세계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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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KISTI-서울대 연구팀이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으로 해석한 타코마 다리 붕괴 직전 진동과 주변 유체.
 
연구팀은 KISTI의 슈퍼컴퓨터 누리온에서 최대 16만 개의 CPU코어를 3개월 간 사용해 타코마 다리 붕괴 사고를 시뮬레이션 했다. 16만 개 CPU는 약 7.7페타플롭스(1초 당 7700조 번의 연산 처리 속도) 수준의 연산을 한다. 
 
이처럼 고성능의 연산이 필요한 이유는 타코마 다리 붕괴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바람이 ‘난류’에 속하기 때문이다. 난류는 무질서하고 불규칙한 공기나 물의 흐름을 말한다. 타코마 다리 전 영역에 바람이 어떻게 영향을 줬는지 계산해내기 위해 연구팀은 다리를 134억 개 격자로 나눠 분석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다리는 정지 상태에서 1차로 상하 진동이 일어났다. 상하 진동은 1940년 기록된 공진 진동수와 일치했다. 그리고 비틀림 진동이 나타났고 이 진동은 시간이 지나며 공기역학적 힘에 의해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최해천 서울대 교수는 “슈퍼컴퓨터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파악하지 못했던 중요한 유동 현상들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함께 연구에 참여한 정민중 KISTI 슈퍼컴퓨터응용센터장은 “슈퍼컴퓨팅 시뮬레이션으로 역사적인 사건인 타코마 다리 붕괴 과정을 재현했다”며 “앞으로 지금보다 23배 성능이 높은 슈퍼컴퓨터 6호기가 도입되면 초거대 시뮬레이션으로 기존에 풀지 못한 난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박영경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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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환[사도 요한]
  • 평점   별 5점

잘 보고 읽었습니다. 아무쪼록 그와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대단히 감사합니다. 보내 주시는 내용은 잘 보고 있습니다. 다시금 고맙습니다.

202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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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점   별 5점

공진이 아니라 플러터현상 때문인거아닌가요?

2022-12-26

답글 0

슈퍼컴
  • 평점   별 5점

미국 중국 유럽연합은 엑사급 개발 중인데 우리는 새로 도입될 예정인 슈퍼컴퓨터 수준이 미국의 10년전 수준임. 대한민국 과학자분들의 더 많은 노력과 정부 부처의 재정 지원이 필요할 듯 합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20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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