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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배가 아픈 게 아니었어? 유당불내증과 인류의 진화

KISTI 과학향기 제1904호   2022년 12월 05일
자막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파 설사를 하거나

가스가 차 불편함을 겪은 적이 있나요?

이런 증상을 ‘유당불내증’이라고 합니다.

유당불내증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한국의 경우 인구의 75%가 겪고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입니다.

그렇다면 유당불내증은 왜 생길까요?

우유를 포함한 포유동물의 젖에는 유당이 들어있습니다.

유당은 포도당과 갈락토오스가 결합된 이당류입니다.

포유동물의 아기들은 누구나 젖을 먹고 자라기에

유당은 아기들에게 매우 중요한 영양 공급원입니다.

그런데 유당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려면

‘락테이스’라는 유당 분해효소가 필요합니다.

갓난아기들은 체내에서 락테이스가 분비돼

우유 속 유당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기가 젖을 떼고 나면,

락테이스 생산량은 급격히 줄어듭니다.

락테이스가 없으면 유당은 분해, 흡수되지 않은 채

대장까지 이동하고, 장 속 미생물들의 먹잇감이 되죠.

미생물들의 급격한 대사 과정으로 다량의 가스가 생성돼

배가 아프고, 설사하게 되는 것이 유당불내증 증상입니다.

그런데 전 세계 인구 중 3분의 1은

우유를 많이 마셔도 유당불내증을 겪지 않습니다.

이들은 DNA에 돌연변이가 생겨

평생 락테이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진화했습니다.

이런 유전 형질을 ‘유당 내성’이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어떻게 유당 내성 유전자를 갖게 됐을까요?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공진화 가설이 가장 유명합니다.

인류가 버터와 치즈 등 유제품을 가공하는 낙농업이 발달하면서

유당 내성 형질이 함께 진화해왔다는 겁니다.

우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어른이 되어서도 락테이스를 계속 생산하게 되었다는 거죠.

실제로 낙농이 발달한 북유럽 지역의 사람들은

인구의 90% 이상이 유당 내성 유전자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새로운 가설이 등장했습니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1700명 이상의

고대 유럽인과 아시아인의 DNA 염기서열 데이터를 이용해

유당 내성 유전자의 출현과 확산을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유당 내성은 불과 3000년만에

사람들에게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통 유전적 변화가 정착되려면

최소 백만 년 이상이 걸립니다.

연구팀은 이렇게 빠른 진화의 이유로

전염병과 기근을 꼽았습니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던 고대 사람들에게

유당 불내증의 증상은 치명적이었을 겁니다.

반면 우연히 유당 내성을 가진 사람들은

우유를 마셔도 괜찮았기 때문에 생존에 더 유리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유전자가 짧은 시간 내에 확산됐을 것이라고 추정했죠.

실제 연구팀이 모델링한 결과,

각종 병원체와 기근에 노출된 고대 인구에서

유당 내성 유전자가 확산될 가능성이 훨씬 높았습니다.

인류의 유당 내성은 인종이나 지역별로 크게 다릅니다.

우유와 함께한 인류의 진화는 아직도 밝혀낼 비밀이 많습니다.

KISTI의 과학향기에는

인류의 진화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KISTI의 과학향기로 오세요!
번역자: KISTI
영상: KISTI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yXVGSvKav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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