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립밤이 침방울의 전파를 막는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621호   2021년 02월 22일
해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기세가 꺽이지 않은 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3차 대유행을 기점으로 전파 속도가 약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런 예상을 비웃듯 코로나19는 아직도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가 완전히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의료계는 기본적으로 비말 형태의 침방울이 전파되어 감염이 이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비말이란 사람이 재채기나 기침, 또는 말을 할 때 밖으로 배출되는 침방울 입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비말감염이란 감염자가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튀어나온 침방울이 다른 사람의 입이나 코로 들어가 또다른 감염을 일으키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비말의 크기는 5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해서 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작다. 하지만 공기 중에 오랜 시간을 떠다닐 만큼 무게가 가볍지는 않기 때문에 배출된 후 1~2m 정도를 떠돌다가 땅에 떨어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비말은 기침을 한 번 할 때마다 약 3000개 정도가 분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물성 때문에 대부분의 비말은 땅에 떨어지지만, 감염자 가까이에 있거나 실내 공간에 함께 있으면 감염의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비말에 의한 전파를 줄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제기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입술 보호제인 립밤을 바르는 것이다. 코로나19를 퇴치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임시방편으로나마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습력 강화로 입술을 보호해 주는 립밤
 
립밤은 입술에 보습 효과를 주고 자극적인 물질로부터 입술을 보호하는 제품이다. 입술에는 모공과 피지선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트기 쉬운 신체 부위다.
 
그래도 촉촉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입술 안 점막에 수분을 끌어당기는 보습 성분과 단백질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기 때문에 입술 표피가 트고 벗겨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입술 보호제를 바르면 막이 형성되어 지질층이 보호되기 때문에 보습력이 강화된다. 또한 말라버린 입술에 탄력이 생겨 갈라진 상처의 통증까지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입술 보호제 성분으로는 바세린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천연 성분 물질인 비즈왁스(beeswax)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말로 밀랍이라 부르는 비즈왁스는 벌집의 구성 물질이며 단단하면서도 보습력이 있어서 막대 형태의 립밤에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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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립밤 성분은 친수성이 아니라 소수성이어서 침의 막 형성을 억제한다. 따라서 립밤으로 비말에 의한 전파를 줄일 수 있다. 츨처: pixabay.com
 
침의 막 형성 억제하는 립밤으로 비말 확산 예방
 
그렇다면 립밤은 어떤 원리로 비말이 튀어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최근 비말이 어떻게 감염의 매개체로 사용되는지를 조사한 대만 연구진의 연구결과에서 찾을 수 있다.
 
대만 국립 츠아오퉁(Chiao Tung) 대학의 쭈 퐈옌 탄(Zu Puayen Tan)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0초 이내의 짧은 대화 속에서 발생하는 방출되는 침방울의 숫자가 한 번의 기침에서 배출되는 침방울의 숫자와 비슷하다는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탄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짧은 대화 속에서 나오는 침방울의 확산 거리는 불과 2초 만에 약 1.3m 정도를 나아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확산 거리는 기침할 때 튀어 나가는 침방울의 거리와 비슷하다는 것이 탄 교수의 설명이다.
 
대화할 때 방출되는 침방울의 확산 거리만큼이나 침방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지식도 비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마누 아브카리앙(Manouk Abkarian) 박사와 연구진은 대만 연구진이 침방울의 확산 거리를 연구했던 비슷한 시기에 침방울의 생성 과정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침은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물이 주성분이고 0.5% 정도만이 효소와 같은 다른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물이 99.5%를 차지한다고 해서 일반적인 물과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적당한 점성을 가지고 있어서 물과는 달리 자신의 형태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침은 두 입술 사이에 고여 있다가 입술이 열리면 일정한 침의 막이 형성된다. 그후 입이 더 벌어지면서 침의 막이 얇아지다가 실 모양으로 갈라지게 되는데, 이 때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공기의 흐름에 의해 분리되어 밖으로 날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침방울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정보는 비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 아브카리앙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입술보호제인 립밤이 침방울의 형성을 4분의 1이나 줄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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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침방울 형성 과정 규명을 위한 조명 장치가 설치된 실험실 내부. (출처: Manouk Abkarian)
 
립밤은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물질이다. 따라서 입술을 벌렸을 때 침의 막이 형성되는 경향을 줄여준다. 불가피하게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입술에 립밤을 칠하는 것이 침방울의 형성 및 전파를 줄이는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물론 기침이나 대화를 통한 비말의 전파는 상당히 복잡한 과정이고, 그에 대한 완벽한 이해에 도달하려면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그 어떤 것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립밤을 바르고 대화하는 것은 최소한의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보여진다.
 
글: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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