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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 붕괴 위기에 처해 있나요?

KISTI 과학향기 제1903호   2022년 11월 21일
자막
로마 제국은 전성기에 세계 인구의 약 30%의 삶의 터전이었고,

여러 방면에서 인간 발전의 정점이었습니다.

로마 제국의 시민들은 중앙 난방, 콘크리트, 이중창,

금융, 국제 무역, 그리고 신분 상승 기회의 혜택을 누렸죠.

로마는 세계 최초로 백만 시민을 가진 도시가 되었고,

기술적, 법률적, 그리고 경제적 발전의 중심지였습니다.

무너지지 않을 제국이었으며,

안정적이고, 부유하며, 강력했죠.

그렇지 않게 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러다가 갑자기 지구 최강의 문명은 몰락했습니다.

우리가 문명이라 하는 것은,

노동이 특화되고 사회 계층이 출현하며

제도적 기관이 통치하는 사회입니다.

문명은 지배적인 공용어와 문화를 공유하고,

동식물을 기르고 길들여서 거대한 도시를 먹여살리며,

대개 그런 도시에서 역사적인 기념물을 건설합니다.

문명은 우리를 대규모로 효율화하고,

방대한 양의 지식을 축적하게 해주며,

인간의 천재성과 세상의 천연자원을 활용하게 해줍니다.

문명이 없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나지도 못했을 겁니다.

이렇다 보니, 문명의 쇠락이 이례적이기보다는 거의 필연적이라는 것이 조금은 우려스럽습니다.

거의 모든 문명은 평균적으로 340년을 존속한 후 몰락합니다.

문명의 쇠락이 개인에게 쾌적한 경우는 드뭅니다.

기관들이 사람들을 통치할 힘을 잃어가며

사람들의 공통된 문화적 정체성은 붕괴되고 맙니다.

지식은 잊혀지고, 생활 수준은 떨어지며,

폭력은 늘어나고 많은 경우 인구가 감소합니다.

문명은 완전히 사라지거나,

더 힘센 이웃에게 흡수당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문명이 출현하기도 합니다.

어떨 때는 전 문명보다 열등한 기술을 가지고서요.

역사적인 현실이 이랬다면, 오늘날 우리는 어떨까요?

유럽인들이 실내 배관공사를 하거나 시멘트를 만드는 기술을 잊었던 것처럼,

우리는 산업 기술을 잃어버림과 동시에,

1달러 피자나 스마트폰, 라식같은 우리의 가장 위대한 업적들을 잃게 될까요?

이 모든 것도 언젠가 사라질까요?

오늘날, 인류의 도시는 수천 제곱킬로미터를 가로지르고,

사람들은 하늘을 비행하며, 실시간으로 통신을 할 수 있습니다.

높은 생산량을 얻기 위해 개량된 작물을 이용한 산업형 농업,

효율적인 기계, 그리고 강력한 비료는 수십억 명을 먹여살립니다.

현대 의학은 우리에게 역사상 최장의 수명을 선사하며,

산업 기술은 우리에게 전례 없는 수준의 안락과 풍요를 가져다주죠.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그런 풍요를 얻는 방법은 아직 찾아내지 못했지만요.

오늘날에도 서로 경쟁하고 공존하는 문명들이 존재한다고 여길 수도 있으나,

이들은 모여서 하나의 세계적인 문명을 이루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대적이고 세계화된 문명은 어떤 면에서는 옛 제국보다 더 위태로운데요,

우리가 예전보다 훨씬 복잡하게 서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산업화된 세계의 몰락은

말 그대로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의 대다수의 사망을 의미합니다.

산업형 농업 없이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릴 수 없을 테니까요.

게다가 이보다도 더 큰 위험도 있습니다:

만약 우리 문명의 몰락이 매우 파괴적이어서

우리가 다시 산업화를 이룰 수 없을 정도라면요?

이 몰락으로 인류가 다행성 종족으로서

번영하는 미래를 누릴 수 없게 된다면 어쩌죠?

전세계적인 문명의 몰락은 인류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뿐만 아니라

미래에 태어났을 수도 있는 세대들의 삶까지 망칠 수 있는 재앙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미래에 발견했을 지식,

우리가 창작했을 예술, 사람들이 느꼈을 즐거움,

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좋은 소식부터 시작합시다.

문명의 몰락은 주기적으로 일어나왔지만,

그것이 세계 문명의 발전을 가로막은 적은 없습니다.

로마는 몰락했지만,

악숨 제국이나 테오티우아칸을 지은 사람들,

그리고 물론 비잔티움 제국도 문명을 이어나갔죠.

갑작스러운 인구 폭락은 어떨까요?

우리는 아직까지 세계 인구의 10% 이상을 죽인 재앙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어떤 판데믹도, 자연재해도, 전쟁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분명하게 일어난 급격한 세계적 인구 감소는 흑사병이었는데,

14세기, 림프절페스트의 유행으로 중동과 유럽을 가로질러 전파되었고

유럽인들의 3분의 1과 세계 인구의 약 1/10을 죽였습니다.

인류 문명의 몰락을 촉발시킬 재앙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였겠죠.

하지만 흑사병마저도 인류의 나약함보다는 강인함을 보여줍니다.

그때의 사회는 단기적으로 크게 동요했지만,

엄청난 양의 인적 피해와 고통도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유럽의 경제적, 기술적 발전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인구는 2세기 이내로 회복되었으며,

이후 고작 200년 만에 산업 혁명이 일어났죠.

역사를 보면 끔찍한 재앙에서 놀라운 회복을 이뤄낸 사례들이 많습니다.

제 2차 세계 대전에 있었던 히로시마 원폭 투하를 보세요.

14만 명이 죽었고 도시의 90%가 불타 없어졌거나 돌무더기로 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로시마는 놀라운 회복을 이뤄냈습니다.

히로시마의 인구는 10년 이내로 회복되었고,

오늘날에는 인구 120만의 활기찬 도시입니다.

이러한 사실들이 있다고 해서 이 재앙 속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사람들이 끔찍한 고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류라는 종족에게 이런 강인함의 징조는 좋은 소식입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회복할 가능성이 큰 이유'

지금의 상황이 역사 속 몰락들과 다른 점은 지금의 인류는 전례 없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핵전력은 세계구급 전쟁이 핵겨울을 초래하고 수십억의 사망자를 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생명과학과 그 활용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너무 발전해서

코로나바이러스만큼이나 전염성이 강하고

에볼라만큼이나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세계적 판데믹의 위험은 예전보다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몰락을 자초할 수 있고,

그런 몰락은 여태껏 자연이 초래했던 몰락보다 훨씬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림잡아 지금 인구의 99%가 죽었다 해도, 세계 문명이 영원히 몰락할까요?

우리는 그런 재앙에서 회복할 수 있을까요?

희망을 가질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식량부터 시작합시다.

오늘날 농업 종사자는 10억 명이니, 세계 인구가 고작 8천만 명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많은 생존자들이 식량을 생산하는 법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거의 보장되어 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도 없죠. 현대적 고수확량 작물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옥수수는 야생 조상보다 10배는 더 크고, 고대 토마토는 오늘날의 콩만한 크기였습니다.

농업 이후, 회복을 향한 다음 단계는

전력 계통이나 자동화된 생산 같은 산업 역량을 회복하는 것일 겁니다.

여기서 큰 걸림돌은 규모의 경제 때문에 곧바로 예전의 산업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첨단 산업 중 다수는

엄청난 수요와

여러 대륙에 걸쳐 복잡하게 서로 연결된 보급망 없이는 작동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기반 시설이 그대로 남아있더라도, 우리는 엄청난 기술적 퇴보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인류의 첫 산업화는 농업 혁명 이후 12,000년 만에 일어났습니다.

그러니 인류가 엄청난 몰락 이후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다시 산업화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가 진화하는데 걸린 시간에 비해서는요.

다만 걸림돌이 있습니다.

산업 혁명은 찾기 쉬운 석탄을 태운 열로 동력을 얻었고

우리는 아직도 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석탄을 고갈시킨다면,

급격한 기후 변화의 악화는 둘째치고,

거대한 위기에서 회복할 역량이 크게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구하기 쉬운 석탄의 사용을 멈추어

석탄이 무언가가 일어날 것을 대비한 일종의 문명적 보험으로 작용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회복할 가능성을 높이는 또다른 요소는

우리가 문명을 재건하는데 필요할 지식을 이미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물론 우리는 필수적인 지식을 많이 잃을 것입니다.

특히 아무도 해석하거나 동작시킬 수 없게 될 하드 드라이브에 있는 지식들은요.

하지만 세계의 260만 개의 도서관에 저장되어 있는 기술적, 과학적, 그리고 문화적 지식은

재앙을 모면할 것입니다.

몰락 이후의 생존자들은 예전에 무엇이 가능했었는지 알 것이고,

그들이 발견한 도구와 기계를 만드는 법을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자연적이거나 인공적인 재앙적 위협의

암울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질 이유는 있습니다: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강인하고,

세계적인 문명의 몰락이 닥쳐와도 우리는 이를 극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라지거나 엄청난 고난을 겪더라도요.

그 과정에서 문화적, 기술적 업적을 잃더라도요.

하지만 몰락이 가져올 손실을 생각해보면, 몰락의 위험은 아직도 무서울 정도로 높습니다.

핵전쟁과 판데믹은 우리가 여태껏 건설해온 엄청난 세계 문명을 위협합니다.

인류는 술에 취하여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코너에서 과속하는 비행 청소년과 같습니다.

좋은 소식은, 아직 이러한 위협에 대비하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됩니다.

저희는 이번 영상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계신

윌 맥카스킬 교수님과 함께 제작하였습니다.

교수님은 여러분의 시간과 돈으로 최대한 많은 선행을 하는 운동인

"효과적 이타주의" 운동의 창립자 중 한 분이십니다.

윌 교수님은 최근에 "미래에 대한 우리의 의무"라는 책을 내셨는데요,

바로 여러분이 우리 세상의 장기적인 미래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한 책입니다.

쿠르츠게작트 영상을 좋아하신다면, 이 책도 틀림없이 좋아하실 겁니다!

책에는 꽤 직관적이지 않은 주장들이 담겨 있는데요,

인공지능과 인조생명공학 같은 새로운 기술에 의한 위협이

적어도 기후 위기와 같은 정도라는 것이나,

세상은 인구가 과잉이 아니라 과소라는 것 등입니다.

특히 재활용이나 비행기 탑승을 피하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 속의 행동은

당신이 어디에 기부하고 어떤 진로를 선택하는지보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담고 있죠.

핵심적으로, 이 책은 슬기로운 행동으로

당신이 내일을 오늘보다 더 낫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다함께 우리 다음에 올 수천, 혹은 수백만의 세대를 위해 번성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이곳 쿠르츠게작트에서 저희가 자주 이야기하는 주제들이 이 책에 훨씬 자세하게 나옵니다.

"미래에 대한 우리의 의무"를 책이나 오디오북으로 만나보세요.

저희가 당신에게 새로운 두려움을 심어드렸나요?

실존적 공포에 대항해 인류에 대한 감사로 맞섭시다.

우리가 종족으로서 얼마나 멀리 왔는지 보세요.

우리가 무엇을 지었고 어디 모였는지.

저희의 새로운 세계지도 포스터가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들을 상기시켜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번역자: kurtgesagt
영상: kurtgesagt
출처: https://youtu.be/W93XyXHI8N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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