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오리온, 달 궤도 비행 마치고 지구로 컴백홈! 아르테미스 미션 1단계 성공

<KISTI의 과학향기> 제3815호   2022년 12월 19일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태평양 상공, 아주 작은 물체가 보인다. 이내 세 가닥의 줄이 길게 늘어지더니 끝부분에서 낙하산 세 개가 활짝 펼쳐진다. 마치 민들레 씨앗처럼 낙하산을 타고 속도를 줄이며 유유히 내려온 물체가 바다에 안전하게 착륙한다. 전 세계의 관심을 받은 이 물체는 다름 아닌 달에 다녀온 우주선 ‘오리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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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달 왕복 비행을 마친 ‘오리온’ 우주선이 낙하산을 펴고 태평양에 착수하고 있다. (출처: NASA)
 
12월 12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 오리온이 달 왕복 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센터에서 발사돼 지구를 떠난 지 25일 10시간 54분 만이다. 오리온은 이번 비행 중 지구에서 43만 8570km 떨어진 지점까지 도달했는데, 이는 유인우주선이 여행한 것 중 가장 먼 거리로 기록됐다. 
 
이로써 NASA는 인류 달탐사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의 첫 번째 단계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1972년 아폴로 17호가 인류 처음으로 달에 착륙한 순간으로부터 50년 만이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오리온의 달 궤도 비행을 포함한 첫 번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미션에 등급을 줘야 한다면 ‘A’ 등급을 주고 싶다”며, “특별하고 역사적인 날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세대와 함께 심우주로 향한다”고 말했다. 

달 여행 마치고 무사히 컴백홈
‘아르테미스’ 미션은 인류를 달에 보내기 위한 미국 주도의 다국적 달 개척 프로젝트다. 이번 아르테미스 1 미션은 실제로 사람이 달에 가기 이전에 무사히 지구로 귀환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한 시험비행이었다. 달 궤도까지 다녀오는 42일간의 우주 비행 동안 우주선의 성능을 검증하고, 우주 비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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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아르테미스 1 미션은 오리온 우주선이 달 궤도를 돌아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는 시험비행이었다. (출처: NASA)
 
이번 시험비행에선 실제 사람 대신 우주복을 입은 마네킹 3개가 탑승했다. 이들은 각각 ‘아르투로 캄포스’, ‘조하르’, ‘헬가’라는 이름도 붙었다. 세 마네킹은 상체만 있는 형태로, 사람의 인제 조직과 비슷한 물질로 만들어졌다. 또 곳곳에 센서가 붙어 있어 우주 비행 중에 우주인의 몸에 미치는 정보를 수집한다. 마네킹 몸체의 표면이 아니라 실제 장기 위치인 몸체 안쪽에 붙여 정확도를 높였다. 
 
흥미로운 것은 조하르와 헬가가 여성 마네킹이라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여성의 신체 중 유방과 난소가 방사선에 약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는 여성 우주인이 함께할 예정이기에 여성의 신체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성 우주인이 대다수였기에 여성 우주인에 대한 실험과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NASA는 조하르에게만 방사선 방호 조끼를 입혀 방호 조끼를 입지 않은 헬가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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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NASA는 장기간의 우주 비행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제 사람 대신 마네킹을 오리온에 탑승시켰다. (출처: NASA)
 
이번에 확인한 또 다른 핵심 기술은 우주여행을 마친 우주선이 지구로 재진입하는 과정이다. 유인우주선이 지구로 들어오기 위해 시속 4만㎞로 대기권에 재진입하면 공기와의 마찰로 인해 뜨거운 열이 발생한다. 이때의 열은 약 2800℃에 달해 우주인들이 귀환하는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따라서 우주선 내부는 탑승하고 있는 우주인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고열을 견딘 우주선은 서서히 속도를 늦춰 큰 충격 없이 지표면에 도착해야 한다. 오리온은 낙하산을 이용해 속도를 줄이며 바다 위로 착륙하는 ‘스플래시 다운’ 방식을 사용했다. NASA는 오리온호의 지구 귀환 과정이 완벽하게 이뤄졌다며, 아르테미스 1호의 성공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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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오리온이 태평양에 무사히 착륙한 모습. (출처: NASA)
 
이번 성공 뒤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우선 발사부터 쉽지 않았다. 아르테미스 1호는 본래 지난 8월에 발사될 계획이었지만, 발사를 앞두고 기계 결함과 기상 문제로 4차례나 연기됐다. 그러다 지난 11월 다섯 번째 도전 만에 발사에 성공했다.
 
이후 로켓과 성공적으로 분리된 오리온은 발사된 뒤 5일째에 달의 중력 영향권에 진입하며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났다. 본격적인 우주여행을 시작한 오리온은 태양 전지판 끝에 부착된 카메라로 지구와 달을 선명하게 촬영했다. 또 달 표면으로부터 약 130km까지 가까이 다가가기도 했다. 이때 달 표면을 상세하게 찍은 사진을 한 번 더 보내오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안전하게 지구로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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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오리온이 찍은 지구와 달의 모습. (출처: NASA)
 
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 담당자인 마이크 세라핀은 “오리온의 성공적인 비행은 NASA가 기초적인 심우주 운송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또 짐 프리 NASA 부국장은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르테미스 1호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우리가 변화해야 할 일이 있는지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달에서 정착한 뒤, 달 너머의 심우주를 탐하다!
아르테미스 1호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NASA는 아르테미스 2호를 준비하고 있다. 아르테미스 2호는 우주선에 마네킹이 아닌 실제 우주인 4명을 태워 달 궤도 유인 비행을 시도할 예정이다. 특히 우주인이 탄 상태에서 달의 중력의 힘을 이용해 우주선의 추진력을 얻는 ‘달 스윙바이’를 시도한다. 아폴로 8호 이후 56년 만이다.
 
이렇게 달 스윙바이를 시도하는 것은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기 위해서다. 달 스윙바이는 우주 탐사선의 항법 중 하나다. 비행하는 도중에 행성이나 다른 천체 가까이 다가가 중력의 힘에 이끌려 움직이고, 이 힘을 이용해 우주선의 속력을 얻는 방식이다. 연료를 적게 사용하면서도 더 멀리 효율적으로 가속할 수 있어서 먼 우주로의 탐사를 할 때 자주 이용하는 방법이다.
 
현재 NASA는 아르테미스 2호에 탑승할 우주인 선발을 앞두고 있다. 2023년 초에 우주인의 명단을 확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리온의 달 여행을 함께했던 마네킹 삼 남매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안정성을 확인하고, 2024년에는 우주 비행사 4명이 유인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나아가 2025년에는 남녀 2명의 우주인이 달 남극에 착륙해 약 일주일 동안 체류할 계획이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유인 비행을 준비하는 것은, 2030년 이전에 우주 비행사가 달에 장기체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다음 단계로는 달 표면에 기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 기지에서 우주인들이 생활하며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고, 또한 달에 있는 다양한 자원을 채취할 수 있다. 
 
더 큰 계획은 달 밖에 있다. 과학자들은 화성 탐사나 이주 계획은 물론, 화성보다 더 먼 심우주로의 탐사를 상상하고 있다. 이때 달이 중간 정류장 역할을 맡는다. 만약 아주 먼 우주 비행을 위한 짐을 지구에서 꾸린다면, 비행 가방은 어마어마하게 무거워진다. 우주인과 짐을 실을 로켓은 더 커져야 하고, 그럴수록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물론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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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NASA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해 달을 심우주 탐사를 위한 중간 정류장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출처: NASA)
 
달이 중간 정류장이 된다고 상상해 보자. 부산까지 가는 길, 대전 즈음에서 휴게소에 들려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는 것이다. 그럼 먹을 것을 덜 챙겨도 되고, 운전자는 쉴 수 있다. 이처럼 심우주로 가기 위해 달에 들려서 쉴 수 있다면, 꾸릴 짐도 체력도 아낄 수 있다. 과학자들이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유인 비행을 준비하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오리온이 바다에 착륙하던 날, 일본의 민간 우주 기업 아이스페이스도 독자적으로 개발한 달 착륙선을 발사했다. 중국과 인도 또한 달 탐사선을 앞다퉈 개발하며 전 세계적으로 달 탐사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의 첫 달 궤도선 다누리, 달 착륙선 착륙 후보지 탐색 중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도 달 탐사를 위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8월 한국의 첫 달 궤도선인 ‘다누리’가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되었습니다. 2022년의 마지막 날, 임무 궤도인 달 상공 100km에 도달하면 1년 동안 달 궤도를 돌며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임무 내용은 물과 헬륨이 있을 수 있는 지역을 찾고, 달 주위 공간의 자기장을 측정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2030년 발사할 예정인 달 착륙선의 착륙 후보지를 찾는 것이다. 다누리에 탑재한 고해상도 카메라 ‘루티’가 후보지 49곳을 돌아보며 정밀 관측해 그 정보를 지구로 보낸다. 과학자들은 이 정보로 착륙 가능성을 계산하고, 이를 토대로 최종 후보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2030년, 한국이 독자 개발한 달 착륙선이 달 표면에 태극기를 꽂을 그 날을 기대해 보자.
 

글: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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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환[사도 요한]
  • 평점   별 5점

훌륭한 이야기입니다. 많은 발전을 바랍니다.

2022-12-20

답글 0

김진수
  • 평점   별 3점

인류는 달에 여러 번 갔다 왔고 우주기지에서의 귀환 경험은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험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음모론자들의 유인 달착륙 조작설을 뒷받침하는 느낌이다.

202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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