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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로 백혈병 항암제에 효과 없는 환자 가려낸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637호 2021년 04월 12일국내 연구진이 백혈병 치료에 사용되는 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결정 짓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유식 교수와 서울대병원 혈액암센터 홍준식 교수 공동 연구팀은 백혈병 항암 화학 치료제 ‘데시타빈’의 작용 기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데시타빈은 급성골수성백혈병(AML)과 골수이형성증후군(MDS) 치료에 사용되는 항암제이다. 인체 내 디옥시리보핵산(DNA)에 존재하는 ‘메틸기’(-CH₃)를 제거함으로써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암세포에서는 정상 세포보다 많은 DNA 메틸화(DNA에 메틸기가 붙어 발생하는 후성학적인 변화)가 일어나는데, 메틸화 수위가 높아질수록 전사(transcription, DNA의 복사본인 RNA를 합성하는 과정)를 억제하는 경향도 커지게 된다.
암세포에 데시타빈을 처리하면 탈메틸화로 인해 전사 과정이 활성화되면서 수많은 리보핵산(RNA)이 생겨난다. 이 가운데 ‘이중나선 RNA(dsRNA)’가 암세포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원래 dsRNA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 생산되는데, 인체 세포가 체내에서 생성된 dsRNA도 외부 물질로 인식해 면역이 활성화되는 원리로 작동한다. 연구팀은 데시타빈을 투여받은 환자 중 많은 수가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dsRNA와 상호작용하는 dsRNA 결합 단백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dsRNA와 직접 결합하는 ‘스타우펜1(Staufen1)’ 유전자가 데시타빈의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스타우펜1의 발현이 억제된 세포에서는 dsRNA가 빠르게 제거돼 면역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암세포의 사멸 역시 관찰되지 않았다.
다른 종류의 탈메틸화제인 아자시티딘을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골수이형성증후군 환자 46명에게 투여한 결과에서도 치료 효과가 없는 그룹에서 스타우펜1의 발현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모습을 확인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유식 교수는 “이번에 찾은 유전자를 바이오마커(질병의 진행 정도를 진단하는 생체 표지 인자)로 활용해 데시타빈과 아자시티딘과 같은 DNA 탈메틸화제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며 “맞춤형 암 치료를 통해 치료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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