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인간형 로봇과 완전 자율 주행차, 테슬라가 그리는 미래

<KISTI의 과학향기> 제3680호   2021년 09월 13일
테슬라의 스타 CEO 일론 머스크가 또 한 번 일을 냈다. 오는 8월에 개최된 테슬라 AI 데이 행사에서 머스크는 테슬라는 앞으로 “인공지능 설계 및 훈련에 관한 세계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기술을 탐구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 선언했다. 테슬라는 단순한 전기자동차 회사가 아니며 인공지능을 접목할 수 있는 모든 산업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공식 석상에서 발표한 것이다. 45분 동안 행사를 진행하면서 머스크는 슈퍼컴퓨터 도조(Dojo)를 선보이고 이 획기적인 시스템을 활용할 안드로이드 로봇 테슬라봇(Tesla Bot)과 자율주행을 위한 테슬라 비전(Tesla Vision)을 소개했다.
 
슈퍼컴퓨터칩을 장착한 인간형 로봇 개발할 것
 
행사에서 소개한 여러 기술 중 회장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이 날의 주인공은 테슬라봇이었다. 모든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기 전 잠깐 휴식 시간을 가지려는 바로 그 순간 흰색 보디수트로 몸을 감싸고 빛을 뿜는 검은색 헬멧을 뒤집어쓴 댄서가 등장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치 우주인과 같은 댄서의 기묘한 움직임을 보고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졌을 때 장막 뒤에서 나타난 테슬라봇이 이날의 모든 관심을 독차지했다. 앞서 소개한 새로운 컴퓨터 칩 도조의 뛰어난 성능을 인간형 로봇으로 어필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괴짜 기술자로 유명한 머스크다운 연출이었다. “식료품을 사 오는 등 인간이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굳이 하고 싶지는 않은 일을 테슬라봇이 대신할 겁니다.”
 
머스크가 소개한 테슬라봇은 신장 173cm, 체중 56.7kg이며 약 68kg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다. 시속 8km의 속도로 이동하는 이 로봇의 머리에는 중요한 정보를 표시하는 스크린이 달려 있다. 모두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때 머스크는 테슬라봇의 초기 모델을 바로 내년에 선보이겠다 공언했다. 테슬라봇의 상용화도 그리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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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테슬라가 선보인 인간형 로봇 테슬라봇. (출처: 테슬라)
 
테슬라봇 개발의 키를 쥐고 있는 핵심 기술이 바로 슈퍼컴퓨터 도조다. 테슬라봇에는 바로 이 도조가 장찱될 것이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뉴럴 네트워크 기반 고속 컴퓨터인 도조는 막대한 양의 카메라 화상 데이터를 종전 컴퓨팅 시스템의 4배 속도로 처리할 수 있다.
 
도조에는 테슬라의 신형 반도체인 D1칩이 들어간다. D1칩은 7나노 공정으로 생산됐으며, 500억 개의 트랜지스터로 이루어지며 무려 362테라플롭스(Tflops, 1초에 1조 번 연산)의 능력을 갖췄다고 한다.
 
라이다 없이 오로지 카메라만으로 자율 주행 자동차 구현할 것
 
오로지 카메라 화상만으로 주변을 파악하는 ‘테슬라 비전’도 도조의 압도적 연산 능력 덕분에 구현이 가능하다. 구글의 웨이모(Waymo) 등 다수의 자율주행 자동차 회사는 레이저를 사용하여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다(LiDAR) 시스템을 채용한다. 일반적으로 라이다 시스템은 물체와 자동차 사이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여겨졌다. 완전한 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에 관한 방대한 정보량을 실시간으로 처리하여 인공지능 스스로 자신의 주행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데 물체의 형태, 종류, 색과 같은 자율 주행에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하고 오직 레이저로 측정한 정보만을 하는 라이다 시스템이 이에 적합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테슬라는 마치 사람이 눈으로 거리를 파악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오직 카메라가 촬영한 화상만으로 자율주행을 수행하는 테슬라 비전을 선보였다. 지금도 전 세계 도로 위를 달리는 100만대의 테슬라 자동차가 단일 카메라로 주변 물체와의 거리와 가속도를 측정한 후 테슬라 본사에 이 데이터를 전송하면, 슈퍼컴퓨터 도조가 운행 기록과 카메라 화상을 참조하여 주행 패턴을 학습한다. 기계 학습을 통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자동차에 전송하면 이제 이 자동차는 가장 발전한 형태의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갖춘 자동차로 탈바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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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테슬라는 자동차가 보낸 카메라 화상 데이터를 활용해 도조를 학습시킨다. (출처: 테슬라)
 
카메라 화상 학습 방식은 종전의 라이다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 예를 들어 주변에 안개가 자욱하거나 앞을 달리던 자동차가 일으킨 흙먼지 때문에 순간적으로 레이저 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과거의 경험에 기반하여 ‘이 앞에는 여전히 정상적인 도로가 있다’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마치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말이다.
 
“완전한 자동운전 컴퓨터는 앞으로도 진화를 계속할 겁니다. 도조를 비롯한 모든 뉴럴 네트워크는 세계를 인식하고, 세계를 어떻게 대할지 이해할 겁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휴머노이드에 이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일론 머스크의 꿈이 실현되는 미래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큼 가까이 다가오는 듯하다.
 
글: 이형석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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