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터미네이터'처럼 액체로 녹았다가 돌아오는 로봇

<KISTI의 과학향기> 제3828호   2023년 02월 06일
SF 영화 '터미네이터2'에 등장하는 악역 안드로이드 로봇 'T-1000'은 전신이 액체금속으로 이루어져 다른 인간이나 사물로 모습을 바꾸고, 좁은 틈이나 막힌 공간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와 홍콩 중문대 연구팀은 이  'T-1000'처럼 액체로 녹았다가 돌아오는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의 이름은 '자기 활성 고체-액체 상전이 기계'다. 연구팀은 해삼에서 로봇 개발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해삼은 콜라겐성 조직으로 이뤄져 있어 주변 상황에 따라 자신의 몸을 단단하게 또는 무르게 만들고 더 나아가 몸집도 팽창, 수축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갈륨 금속과 자성 입자를 9대 1 비율로 혼합한 소재로 로봇에게 해삼과 같은 변신 능력을 구현했다. 갈륨은 녹는 점이 29.8도로 낮은 연질 금속이다.
 
그 다음 로봇을 창살 안에 가둔 뒤 로봇에 교류 자기장을 쏘였다. 그러자 자기장에 노출된 입자가 가열되면서 갈륨이 녹아내려 고체에서 액체로 변신했다. 연구팀은 이 액체에 다시 자기장을 쏘여 로봇을 창살 밖으로 이동시켰다.
 
몸체 복원 과정은 영화와 달리 자동으로 이뤄지지는 못했다. 연구팀은 이 액체를 거둬 거푸집에 넣은 뒤 냉각시키는 수동 작업을 거쳐야 했다.
 
연구팀은 아직은 극히 초보적인 개념증명 실험에 성공했을 뿐이지만, 이 기술을 더 발전시킨다면 몸속에 약물을 전달하거나 이물질을 제거하는데 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또 사람의 손이 직접 닿기 어려운 곳에서 부품을 조립하거나 납땜을 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 로봇이 체온 36가 넘는 사람 몸에서 작동하려면 다른 금속을 추가해 녹는점을 높이고 금속 소재의 독성을 제거하는 등 넘어야 할 벽이 많다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매터(Matter)'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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