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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는 한계가 있을까?

KISTI 과학향기 제1865호   2021년 08월 16일
자막
절대로 넘을 수 없는 경계가 있을까요?
아무리 애를 써도 닿을 수 없는 곳이 있을까요?
밝혀진 바로는, 있습니다.
SF 속의 기술력을 동원한다고 해도
우리는 제한된 크기의 우주 주머니 안에 갇힌 신세이며
물질의 양도 한정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 허락된 우주의 크기는 얼마이며
우린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요?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모든 게 영원해 보일 수 있습니다.
별이 태어나고 죽는 과정은 끝없이 반복될 것만 같죠.
하지만 아닙니다.
우리 은하를 예로 들어 보죠.
직경이 최대 20만 광년에 달하는 이 은하에는
1천억에서 4천억개의 별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새로운 별이 1년마다 얼마나 많이 태어날 것 같나요?
수천 개? 수백만 개?
정답은 약 3개입니다.
매년 3개의 별이 탄생합니다.
우주에 존재하게 될 모든 별의 95%는 이미 태어난 상태이며
우리는 별이 태어나는 시대의 막바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던 우주는 이제 끝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별의 탄생은 느려져만 갈 겁니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닙니다.
우주가 우리로부터 달아나고 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우리 은하는 혼자가 아닙니다.
안드로메다 은하와 50개 이상의 왜소 은하들과 더불어 국부 은하군을 이룹니다.
이 구역의 직경은 약 천만 광년에 달하죠.
우리의 이웃 은하들입니다.
국부 은하군과 같은 은하군들 수백 개가 모여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을 이루고
이 역시 무수히 많은 초은하단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종합적으로, 대략 2조개의 은하가 관측 가능한 우주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광속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해도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약 94%는 이미 영원히 닿을 수 없습니다.
잠시 이 숫자들을 곰곰히 생각해 봅시다.
우리에게 한계선이 있다는 단순한 사실은,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우주가 너무나 크다는 단순한 사실은
꽤나 섬뜩합니다.
왜 은하들은 이미 닿을 수 없게 되어버린 걸까요?
그것은, 은하들이 애초에 왜 태어났는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빅뱅이죠.
조금 생략이 있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빅뱅이 일어난 후 대략 10의 -36승 초 후의
어린 우주는 아주 작은 에너지 방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울은 완벽히 균일하지는 않았습니다.
한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정말 아주 조금 더 밀도가 높았고
이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부릅니다.
우주 인플레이션이라는 과정을 거쳐 관측 가능한 우주는 급격하게 팽창했습니다.
구슬 크기가 수 조 km로 되는 데 1조 분의 1 초가 걸릴 정도로요.
팽창이 너무나 빨라서 아주 미세한 밀도 차이가
원자보다 작은 수준이었다가 은하계 수준으로 커집니다.
이것이 우주 전체가 밀하고 소한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 이유입니다.
주변보다 물질을 좀 더 갖고 있다면 우주 주머니가 되는 것이죠.
짧지만 강렬했던 인플레이션이 끝난 후
중력은 만물을 다시 끌어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밀한 우주 주머니에서는 중력이 승리를 거두어
시간이 지나면서 은하들이 군을 이룹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처럼 말이죠.
이 국부 은하군이 우리의 우주 주머니입니다.
그러나 밀한 주머니 밖에서 더 거대한 규모로 보면
우주가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 국부 은하군은 수많은 물질들에 둘러쌓여 있지만
그 중 우리와 중력으로 묶여 있는 은하와 구조물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주가 팽창할수록, 우리와 다른 주머니 사이의 거리는 더 멀어지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우주의 팽창은 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왜 벌어지는 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암흑 에너지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어떤 효과가 우주의 팽창을 빠르게 한다고 상상하는 거죠.
다른 영상에서 이 개념을 더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니
지금은 우주가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두시면 됩니다.
이러한 팽창 때문에 우리 주변에는 우주의 지평선이 둘러져 있습니다.
이 지평선 밖에 있는 모든 것은 우리로부터 광속보다 빠르게 멀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엇이든 지평선을 넘으면 영영 닿을 수 없게 되고
그것과 다시는 상호작용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이 우리를 둘러싼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은하들의 94%는 이미 지평선을 넘어가
우리 곁을 영영 떠났습니다.
잠깐만요, 상호작용을 하지 못한다면서
어떻게 여전히 볼 수 있는 걸까요?
일단, 우리는 빛을 통해 무언가를 봅니다.
또 빛의 속력이 우주에서 가장 빠른 이동속력이긴 하지만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매 초 우리에게 도달하는 수 조 줄기의 빛은 지평선을 넘어간 은하들로부터 오는데
그 빛이 방출될 시점에는 은하가 훨씬 더 가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은하들의 과거 모습과 과거 위치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관측 가능한 우주는
우리가 실제로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우주보다 훨씬 넓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주가 우리를 위해 거대한 쇼를 상영하고 있는 셈입니다.
결코 만날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면서요.
우리는 이 은하들이 현재는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고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관측은 오랫동안 할 수 있을 겁니다.
거기서 온 빛이 망원경에 부딪히기만 한다면요.
흥미롭게도, 이는 지금도 관측 가능한 우주가 커지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엄청나게 먼 거리의 은하에서 수십억 년 전 방출된 못 보던 빛들이
점점 더 많이 우리를 방문하니까요.
그럼에도, 국부 은하군 바깥의 우주 주머니들은
언젠가 전부 우주 지평선을 넘어가 버릴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들이 내는 빛은 절대 우리에게 닿지 못할 것이며
우리가 보기에는 모두 암흑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겁니다.
살면서, 매초 6만개의 별이 지평선을 넘어갑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영상을 보는 동안
약 2천 2백만 개의 별들이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건너갔습니다.
좋습니다. 하지만 관측 가능한 우주의 94%가 지평선 밖에 있고 영영 사라졌어도
이론적으로는 갈 수 있는 6%의 우주가 남아있고
이 역시 엄청나게 큽니다.
이 안의 은하 주머니들은 모두 180억 광년 이내의 거리에 있습니다.
이 주머니들 역시 멀어지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도달할 수 있을 만큼 느립니다.
물론 매초마다 그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죠.
우리로부터 5백만 광년 이상 떨어진 것들은 모두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까운 은하군들은 느리게 멀어지므로 은하군 사이를 이동할 만한 시간이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도전은 버거울 겁니다. 3단계 문명에게도요.
광속으로 이동한다 해도, 국부 은하군 바깥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 주머니인 마페이 은하군까지는
1100만년이 걸릴 겁니다.
아주 열정적인데다 고도로 발달된 어떤 문명이 이 도전을 시작한다면
이들은 잠재적으로 수백, 수천 개 은하에 영향을 뻗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우주가 팽창하면 은하들은 영영 분리되겠지만요.
인류가 이 여정을 해낸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지평선 너머까지 가는 기술은 더더욱요.
우리로선, 국부 은하군이 점유할 수 있는 가장 큰 구조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별 사이를 여행하는 것만도 크나큰 업적일 겁니다.
우리 우주의 뒤뜰을 개척한다면 이미 엄청난 성공입니다.
그 뒤뜰은 관측 가능한 우주의 0.00000000001%에 불과하지만요.
암흑 에너지가 우주의 나머지 부분을 우리로부터 밀어내는 동안
국부 은하군은 더욱더 단단하게 묶일 겁니다.
크고 작은 은하들이 모두 합쳐져서 하나의 거대한 타원 은하,
뻔한 이름의 은하 '밀크드로메다' 가 앞으로 수십억 년 이내에 탄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거대한 성운들이 서로 부딪혀서
잠시 동안 새로운 별의 탄생을 촉진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별빛은 몹시 환영받을 겁니다.
왜냐하면 어느 시점부터는 밀크드로메다 밖의 은하들은 너무 멀어져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해지기 때문입니다.
이후로는, 국부 은하군 바깥의 그 어떤 정보도 우리에게 다시는 도달할 수 없습니다.
우주는 시야에서 사라질 겁니다.
먼 미래 밀크드로메다에서 태어날 존재는
우주에 자기 은하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텅 빈 우주를 들여다 봐도 빈 공간과 어둠만 계속 보일 뿐입니다.
우주 배경 복사를 볼 수 없고 빅뱅에 대해서도 배우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아는 것을 알아낼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우주의 팽창하는 성질도,
우주가 언제 태어났는지도, 어떻게 끝날지도 모를 것입니다.
우주가 정적이고 영원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밀크드로메다는 어둠 속의 섬이 될 것이며
조금씩, 조금씩 어두워져 갈 것입니다.
그럼에도, 수 조 개의 별이 있는 국부 은하군은 분명 인류가 잠시 즐기기에 충분히 큰 놀이터입니다.
어쨌든 우리는 태양계를 벗어나는 방법도 아직 찾아내지 못했으며
우리 은하를 탐험할 시간이 못해도 수십억 년은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완벽한 시간대에 존재하는 엄청난 행운아들입니다.
그저 밤하늘을 올려다만 봐도 미래와 가장 먼 과거를 모두 볼 수 있으니까요.
국부 은하군은 고립된 곳이지만
그런 만큼 우리의 보금자리입니다.
말 못할 정도로 황홀한 곳이죠.
이제 비하인드 씬 시간입니다.
저희가 이미 몇 년 전에 만들었던 영상이랑 내용이 겹친다는 걸 알아차리셨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원본 영상에는 오류가 있었습니다.
거기에선 국부 은하군을 떠나 다른 은하군으로 가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영상에서 보여 드렸듯 우리가 여행할 수 있는 범위는 훨씬 넓습니다.
더 멀리 가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니고
가게 될 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것 뿐입니다.
그럼 왜 올린 채로 두었냐구요?
뭐, 실수라는 게 으레 그렇게 흘러가죠.
우리가 연락을 드린 천문학자 분들은 별 문제 없다고 보셨습니다.
그분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엔 문제가 없어서 이 정도는 냅두고 진행해도 된다고 판단하셨죠.
그래서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저희는 영상을 내리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2016년 이후로 짹짹이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쿠르츠게작트를 성장시킬 수 있었고 팩트 체크를 담당하는 사람을 팀에 들여
자세한 참고 자료와 전문가 분들을 동원해 심도있게 절차를 밟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오류가 없게, 또 저희의 작업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요.
이따금 저지르는 실수를 없앨 순 없지만 더 나아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순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상은 끊임없이 저희를 괴롭혔죠.
그래서 저희는 마침내 영상을 바꿔올리기로 했습니다.
단순한 재업로드가 아니라 더 괜찮게, 더 길게 만들었으며
재미있는 우주 상식을 집어넣어 바꾼 값어치가 있게끔 했습니다.
너무 오래 걸려서 죄송합니다.
이전 영상은 그대로 올려두겠지만, 고정 댓글을 달고 제목도 바꿀 겁니다.
저희와, 가끔은 힘들지만 바라건대 의미있는 저희의 작업방식을 지원하고 싶으시다면
영상을 보고, 공유하고, 알림설정을 해 주시거나 저희 상점에서 무언가 구매하셔도 됩니다.
저희는 오늘 영상의 주제에서 영감을 받아
우리 은하 포스터와 국부 은하군 포스터를 만들었습니다.
우주 전체를 시리즈로 내놓을 예정입니다.
저희 상점을 방문하셔서 더 많은 과학스럽고 쿠르츠게작트스러운 상품을 만나보세요.
사랑으로 디자인하고 정성을 담아 제작했습니다.
좌우지간,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막 제공 : easternmorningsun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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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kurtgesagt
영상: kurtgesagt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uzkD5Seuw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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