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뇌는 공포를 어떻게 학습하나

<KISTI의 과학향기> 제3033호   2017년 10월 30일
--------------------------------------------------------------------------
이 기사의 저작권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 있습니다.
--------------------------------------------------------------------------
 
 
우리 두뇌는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해온 놀라운 유전적 프로그램에 따라 발달과정에서 스스로를 연결한다. 하지만 우리 행동의 상당 부분은 출생 후에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뜨거운 난로에 손을 얹지 않도록 배워서 태어나지는 않는다.

그런 지식은 경험에서 나온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화상을 입기는 쉽다. 그럼에도 우리는 경험으로부터 어렵게 얻은 지식 덕분에 생존하고 또한 번성하고 있다.

불은 매우 뜨겁고 자칫하면 델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울 때 우리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는 감각 자극과 위험 인지가 연관되어 나타나는 일종의 학습이다.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 23일자에 게재된 새로운 쥐 실험 연구에 따르면, 이 중요한 활동에 대해 우리가 현재 이해하고 있는 사실들은 여러 중요한 측면에서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불안 같은 기억수정 치료, 접근법 바꿔야

미국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CSHL)의 보 리(Bo Li ) 교수가 이끄는 신경과학자팀은 우리 두뇌에 있는 두 편도체 사이의 관계를 연구했다. 편도체는 아몬드 모양의 구조에 쌍으로 생겨나는 기관이다. 정서적인 정보를 통합하는 피질하 구조물 집합인 변연계 중 해마의 끝 부분에 위치한다. 학습과 기억에 중심적으로 관여하며 특히 뇌의 다른 부분에 공포와 관련된 정보를 전달해 도전 또는 회피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과서에서는 측면 편도체가 감각기관에서 받아들인 정보와 위협의 인지 사이에서 연관성이 만들어지는 장소로 기술하고 있다. 이 연결고리는 과학자들이 혐오 학습(aversive learning)이라고 부르는 중요한 배움의 하나다.

리 교수팀은 여러 기법을 사용해 실험을 수행한 뒤 그 결과가 기존의 지식과 다르다는 점에  놀랐다. 연구 결과는 측면 편도체가 혐오 학습에는 관여하지만 그 과정이 일어나는 장소는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대신 중앙 편도체가 그 장소임을 가리켰다. 이 실험 결과가 맞다면 불안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같은 신경정신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기억을 수정할 때 접근법을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 편도체가 혐오 학습에서 중심 역할

연구팀은 일련의 실험을 통해 실험용 쥐의 발에 가벼운 충격을 가하고 중앙 편도체와 측면 편도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촬영했다. 세포가 활성화될 때 반응하는 형광단백은 불편한 감각에 대한 반응이 중앙 편도체에서 시작돼 측면 편도체에 등록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다른 실험에서 연구팀은 중앙 편도체에 있는 특정 뉴런 세트의 활동을 중지시켰다. 이 뉴런세트에서는 PKC-델타(프로테인 키나제 C-델타)라고 불리는 단백질을 분비한다. 이 처치를 받은 실험용 쥐에게 발 충격을 가하자 측면 편도체에서의 활동이 크게 약화됐다. 리 교수는 “만약 기존의 견해가 옳다면 활동이 시작되는 곳으로 추정되는 측면 편도체에서 정상적인 활동 수치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마지막으로 쥐에게 인위적인 기억을 심어주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약한 충격을 경험하는 일종의 불편한 기억이었다. 실험에는 컬러 레이저 파를 특정 뉴런- 이 경우에는 중앙 편도체의 PKC-델타 뉴런군-에 비춰 활성화시키는 광유전학(optogenetics) 기법을 사용했다.

리 교수는 “이 실험은 쥐에게 고통을 주지는 않았으나 불편함을 느껴 좋아하지 않았다”며, “약한 충격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함으로써 우리도 흔히 경험하는 종류의 혐오 기억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실험용 쥐는 현실적으로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불편한 기억이 생성됐다. 이 실험은 중앙 편도체에 있는 PKC-델타 세포의 활성화가 실제로 혐오 학습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포 기억 바꾸는데 기여할 것”

이 같은 결론은 광유전학 자극을 받은 쥐들을 방 두 개가 있는 곳에 넣어 관찰한 뒤 확인할 수 있었다. 자극을 받은 쥐들은 불편함을 ‘기억해 내고’ 이 기억을 불편함을 경험했던 방과 연결지었다. 자극 처치를 받은 쥐들이 아무 방에나 들어갈 수 있도록 했는데도 한 마리도 그 방에 들어가지 않은 것. 리 교수는 “그 기억이 고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며칠이 지났어도 쥐들은 불편을 경험했던 장소를 계속 피했다”고 말했다.

이들 실험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사실들 가운데 하나는 PKC-델타 뉴런들이 예기치 않은 불편에 대한 정보를 중앙 편도체로부터 측면 편도체로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는 또 중앙 편도체 뉴런 세트가 ‘공포 관련’(fear-on) 세포들이라는 점을 나타낸다.

리 교수팀은 이 정보가 치열한 전투 현장을 경험하고 돌아온 뒤 차 시동소리만 들어도 공포에 얼어붙거나 심한 공황장애를 느끼는 일부 퇴역군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허황된 연상에 기반한 공포 기억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사이언스타임즈 김병희 객원기자
저작권자 ⓒScienceTimes
-------------------------------------------
평가하기
추천 콘텐츠
인기 에피소드
쿠키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이거나 브라우저 설정에서 쿠키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 사이트의 일부 기능(로그인 등)을 이용할 수 없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메일링 구독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