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적 만나면 신체 터뜨리는 ‘자폭 개미’

<KISTI의 과학향기> 제3140호   2018년 05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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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저작권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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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는 사람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행동을 미물(微物)에 불과한 개미들이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나이 든 흰개미가 전쟁이 났을 때 젊은 개체들을 대신하여 자신을 먼저 희생한다는 뉴스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더니, 이제는 테러리스트 같은 ‘자폭 개미’까지 등장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고 있다.
 
오래 전 발견됐지만 최근에서야 습성 알려져
 
테러리스트라고 해서 특별히 우락부락하게 생긴 것이 아닌 것처럼 자폭 개미도 다른 개미들과 별반 다르게 생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적갈색의 작고 평범한 개미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다.
따라서 자폭 개미를 처음 본 사람들은 이런 작고 여린 존재가 어떻게 몸속에 폭발장치를 지니고 있는지 의아해 한다. 병정개미가 가진 커다란 이빨이나 불개미의 독침 같은 무기를 자폭 개미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폭 개미는 적을 공격하기 위해 이빨로 물거나 독침을 분비하는 대신에 하반신을 폭발시켜 가까이에 위치해 있는 적을 죽인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목숨을 잃기 때문에 ‘자폭 개미’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같은 사실은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호주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글로벌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연구진의 일원으로 참여한 비엔나 공대의 ‘알렉세이 코프친스키(Alexey Kopchinskiy)’ 박사는 자폭 개미의 학명이 ‘콜로봅시스 익스플로덴스(Colobopsis Explodens)’라고 소개하며 “학명에는 ‘폭발한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라고 밝혔다.
자폭 개미에 대한 특징과 습성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그 존재가 확인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된 1916년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원주민들의 제보로 독특한 개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서구의 과학자들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개미가 폭발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조사 횟수가 늘어나고 샘플이 채집되면서 모두 15종의 자폭 개미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분류 및 생태에 대한 연구도 확대되면서 비로소 개미의 여러 종(種)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타적 행동인지 여부는 좀 더 조사 필요
 
자폭 개미의 습성은 일반적인 개미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죽은 나뭇가지에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고, 이 알들의 먹이가 되는 이끼를 부지런하게 뜯어 공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둥지를 만들고 먹이를 공급하는 과정 중에 적을 만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마치 전갈처럼 하반신을 위로 높이 들어 올려 경고 신호를 보내며 적을 내쫓는데, 이렇게 해도 적이 도망가지 않고 접근하면 다음 수순은 상대방을 붙잡은 다음 자폭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다.
자폭 방법은 높이 올린 하반신을 수축한 뒤 터뜨리는 것인데, 이때 체내에 있던 분비물이 튀어나와 적을 물리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몸을 최대로 수축한 다음, 체내 압력을 높여 체벽(Body Wall)을 허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샘플로 확보한 개미의 자폭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적의 역할을 할 개미를 가까이 가져다 놓았다. 그러자 잠시 후 자폭 개미의 하반신이 터지면서 노란색을 띤 액체가 마치 물총을 쏘듯 뿜어져 나와서 적을 죽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란색 액체와 관련하여 연구진의 일원으로 참여했던 비엔나 자연사박물관의 곤충학자인 ‘앨리스 라시니(Alice Laciny)’ 박사는 “끈적거리는 점액질 물질”이라고 설명하며 “이 점액질이 적을 죽이는 결정적 요인인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독성 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노란색 점액 물질을 수거하여 분석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독성 성분의 정체를 규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이 물질에서 카레와 비슷한 냄새가 난 것으로 밝혀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라시니 박사는 “연구를 좀 더 해봐야겠지만, 자폭 개미의 이 같은 행위도 다른 곤충이나 동물에게서 간혹 나타나는 ‘이타적 행위’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라고 전하며 “어쨌든 자연 상태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강조했다.
코프친스키 박사도 “이타적 행동은 흰개미나 꿀벌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들은 둥지를 지키려는 방어 과정에서 자기희생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라고 언급하며 “반면에 자폭 개미는 개별적으로 먹이를 구하거나 둥지에 가져갈 재료를 찾다가 적을 만났을 때 자폭 공격을 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폭 개미는 종족을 지키는 일보다는 아마도 잠재적 경쟁자로부터 지속적으로 먹이를 지키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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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김준래 객원기자
저작권자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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