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잠을 푹 자는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146호   2018년 0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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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저작권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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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예로부터 선조들은 잠을 푹 자는 것을 건강의 으뜸 조건으로 삼았다. 잠을 잘 자는 정도가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충분한 수면 시간이 건강을 지키는 조건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산업화의 물결과 날로 치열해져 가는 경쟁은 우리의 몸을 수면이 부족한 상황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었다. 더군다나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고 다시 과거로 역행할 수도 없는 만큼, 전문가들은 건강한 수면을 통해 활기찬 생활을 하고 싶다면 숙면(熟眠)을 돕는 기술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유한다. 이른바 수면과 기술을 결합한 ‘슬립테크(Sleep-Tech)’의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하는 것이다.
 
슬립테크는 수면의 질을 높이는 기술
 
슬립테크는 사용자의 수면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수면을 돕는 기술이다. 나날이 확대되고 있는 광범위한 수면 산업의 한 분야로서, 제품에 ICT를 접목하여 수면장애의 원인을 파악하고, 수면의 질을 높이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슬립테크 분야에 대한 관심과 성장세는 세계 3대 ICT 전시회로 꼽히는 CES와 MWC, 그리고 IFA 같은 행사가 모두 슬립테크 제품들을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고, 내노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슬립테크 관련 기술이나 제품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사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15년에 이스라엘의 IoT 헬스케어 벤처기업인 얼리센스(Early Sense)社와 함께 숙면을 돕는 IoT 제품인 ‘슬립센스(Sleep Sense)’를 개발한 사례가 눈길을 끈다.
얇고 납작한 접시 형태의 슬립센스를 고객이 침대 끝에 놓고 잠을 자면 수면 도중 발생하는 맥박과 호흡, 움직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고객은 잠에서 깨어난 뒤 슬립센스가 분석한 정보를 참조하여 보다 좋은 수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애플은 수면추적기 제조업체인 베딧(BEDDIT)社을 인수한 뒤, ‘슬립트랙커(Sleep Tracker)’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이 추적기는 고객이 잠을 자는 동안 언제 코를 골고 언제 깊은 잠에 빠졌는지를 추적하여 고객의 수면 활동을 점검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반면에 헬스케어 제품으로 유명한 필립스는 올해의 화두를 숙면으로 정했을 만큼, 슬립테크 제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선보인 ‘스마트 슬립 헤드밴드’는 백색 소음을 통해 수면과 긴장 완화를 돕는 제품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 선보여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만큼이나 주목을 끄는 것은 슬립테크 전문 스타트업들이 선보이는 제품들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제품으로는 미국의 인텔클리닉社가 개발한 뉴로온(NeuroOn)을 꼽을 수 있다. 일명 ‘스마트안대(smart eye patch)’로도 불리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안대와는 정반대의 기능을 갖고 있다.
기존 안대는 인위적으로 빛을 차단하여 숙명을 취할 수 있도록 돕지만, 뉴로온은 오히려 안대 속으로 빛을 쏴서 수면을 유도하는 제품이다. 물론 쏘는 빛은 일반적인 전등에서 나오는 빛이 아니라 사용자의 바이오리듬과 멜라토닌 호르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주는 특수 전등에서 나오는 빛을 사용한다.
이에 대해 인텔클리닉社의 관계자는 “뉴로온은 바이오리듬과 호르몬 조절을 통해 숙면을 돕기 때문에 기상 후에도 몸을 개운하게 만들어준다”라고 소개했다.
안대 외에 수면 중 이를 갈아서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까지 숙면을 취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슬립테크 제품도 나왔다. 미국의 슬립가드社가 제작한 ‘마이슬립가드(My SleepGuard)’는 머리띠 형태로 만들어진 모니터링 디바이스다.
이 제품은 고객이 수면 중에 이를 갈면 머리근육에서 미세한 전기신호가 감지되는 점을 이용했다. 머리띠처럼 생긴 슬립가드는 수면 중에 전기신호가 감지되면 고객에게 특정한 소리를 보내는데, 이 소리가 턱 근육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개발사측의 설명이다.
고객에게 전해지는 소리가 오히려 숙면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슬립가드社의 관계자는 “워낙 미세한 소리라서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신경이 매우 예민한 사람을 위해 볼륨 조절도 가능하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안대나 밴드는 머리에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예민한 고객들은 이조차도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는 미국의 슬립넘버社가 개발한 스마트 침대가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스마트 침대인 ‘잇베드(IT BED)’는 고객이 눕는 자세에 따라 매트리스 모양이 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고객의 잘못된 수면자세를 교정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사람의 생체 리듬을 파악할 수 있는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서 고객의 심장 박동 및 호흡 횟수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슬립넘버社의 관계자는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스마트폰으로 전송되어 고객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해 볼 수 있고, 개발사 측에 연락하여 최적의 수면 자세를 위한 조언도 받을 수 있다”라고 언급하며 “특히 부부가 나란히 누울 경우 침대 양쪽의 설정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점도 핵심 기능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 SW를 활용한 슬립테크 제품도 주목을 끌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뉴로온이나 마이슬립가드, 그리고 잇베드 등은 모두 하드웨어 제품들이다. 반면에 지금 소개하는 ‘슬립셋(Sleep Set)’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어플리케이션 제품이다.
스마트폰 내에 배장된 중력센서와 가속센서를 활용하여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적합한 수면 사운드를 추천한다. 수면 사운드는 귀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소리인 백색소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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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김준래 객원기자
저작권자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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