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돌고래도 슬픈 감정 느낄까

<KISTI의 과학향기> 제3168호   2018년 0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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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저작권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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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지중해로부터 줄무늬돌고래(striped dolphin)의 모습이 포착됐다. 한 수컷 돌고래가 죽은 암컷 친구 돌고래 주위를 한 시간 이상 맴돌며 그 시신과 접촉하고 있었다. 이를 관찰한 사람들은 돌고래가 비탄에 빠져 슬퍼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돌고래가 ‘비탄에 빠져 슬픔하고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동물 행동을 연구하는 행동생물학자들은 반세기 동안 돌고래가 슬퍼하고 있는지 밝혀내려 했지만 뚜렷한 연구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에게 있어 비탄(grief)이란 가족, 혹은 친구 등과 영원히 헤어지게 됐을 때 일어나는 반응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침팬지, 개코원숭이, 코끼리에게서 이런 슬픔의 감정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지만 돌고래는 예외였다.
 
슬퍼하는 것 같은 행동, 뇌 크기와 비례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이 그 수수께끼를 밝히고 있다. 20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이탈리아 포르데노네 시의 돌고래 연구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생물학자 지오반니 베아르지(Giovanni Bearzi) 박사 연구팀은 1970~2016년 사이에 공개된 돌고래 관련 논문을 분석했다.
이들 논문들은 돌고래가 가까운 관계의 돌고래(혹은 고래)의 죽음 후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분석 결과 88번의 사례 중 20번의 사례에서 슬픔에 빠져 있는 것 같은(grieflike) 매우 특이한 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런 행위를 하고 있는 돌고래는 대부분 혹등돌고래(Sousa)와 큰돌고래(Tursiops) 속에 속해 있는 돌고래들이었다. 일반 고래 중에는 유일하게 긴수염고래과의 포유류 혹등고래(humpback)가 포함돼 있었다.
연구팀은 죽은 고래의 뇌 크기와 복잡한 특징들을 체크하는 등의 방식으로 슬픔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들을 비교하면서 분석했다. 그리고 조직적인 그룹에 속해 있는 돌고래 뇌가 혹등고래 뇌보다 훨씬 더 크고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슬픔과 관련된 대부분의 연구가 왜 돌고래에 집중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또한 크고 복잡한 구조의 뇌를 지니고 있는 동물일수록 슬픔을 느끼고 있는 것같은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동안 유튜브 등을 통해 죽은 돌고래 시신을 놓고 비탄에 빠진 듯한 돌고래 행위를 포착한 영상들이 많이 떠돌았다. 그 중에는 부모 돌고래가 죽은 새끼 돌고래 시신을 입에 물거나 등에 지고 일주일 이상 바다를 떠도는 장면도 들어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새끼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이런 추정이 뇌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관련 논문은 ‘동물학(Zoology)’ 지 6월호에 ‘Whale and dolphin behavioural responses to dead conspecifics’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슬픔 진위 놓고 과학자들 신중한 태도
 
그동안 제인 구달(Jane Goodall) 등의 학자들은 침팬지가 동료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있었다. 탄자니아 곰베강 국립공원에 살고 있는 야생 침팬지 사례가 대표적인 경우다.
엄마 침팬지의 죽음에 직면한 어린 침팬지 행동이 무기력해지면서 음식을 거부하고 병에 걸려 약 1개월이 지난 후 죽는 일이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이 사례를 통해 침팬지가 사람처럼 죽음을 슬퍼하고 스스로 생을 포기했다고 판단했다.
캐코원숭이 사례도 있다. 함께 살고 있던 가족, 혹은 새끼 원숭이가 죽은 후 스트레스 호르몬이 급격히 증가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고래 목 포유류 동물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아르지 박사는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비추어 복잡한 구조의 큰 뇌를 지닌 돌고래가 슬픔을 느끼는 것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의문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다른 동물학자들 역시 조심스러운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동물지지단체인 미국 키멜라 센터의 해양포유류 생물학자 로리 마리노(Lori Marino)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이지만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 대학의 해양동물학자 리처드 코너(Richard Connor) 교수는 베아르지 박사 연구팀의 논문에 “진화적인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논문”이라며, “슬픔을 사람에 국한된 행위로 제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베아르지 박사 연구팀은 돌고래의 슬픔을 증명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바닷속에 수중청음기를 설치하고 돌고래들이 내는 소리를 분석하거나, 드론을 이용해 돌고래 분수공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공기를 수집, 호르몬을 분석하는 일 등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돌고래가 슬픔을 느끼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다. 얼마 전 과학자들이 하와이 해변에서 한 마리의 수컷 돌고래가 죽은 새끼 돌고래를 입에 물고 가는 장면을 포착했다. 이 돌고래는 두 마리의 암컷 돌고래를 동반하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본 과학자들은 수컷 돌고래가 새끼 돌고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지, 아니면 반대로 새끼를 죽인 후 물고 가는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죽은 새끼 돌고래가 곁에 있는 암컷 돌고래의 새끼인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베아르지 박사는 이 장면을 수컷 돌고래가 다른 암컷 돌고래에게 자식을 사랑한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 죽은 새끼 돌고래를 물고 가면서 다른 암컷들로부터 신뢰를 쌓아가는 멋진 행위를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박사는 “살아있는 돌고래가 시신의 반응을 기다리는 듯 시신에 턱을 부비거나 시신을 내려다 보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에는 한 마리의 돌고래가 한 시간 이상 시신과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런 장면들을 보며 과학자들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돌고래의 뇌와 관련된 이번 연구 결과가 돌고래의 슬픔과 관련해 많은 궁금증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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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이강봉 객원기자
저작권자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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