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부드러운 맥주 거품의 과학

<KISTI의 과학향기> 제3361호   2019년 05월 29일
아직 5월이지만 초여름 같은 날씨다. 요즘 같은 날에는 가게나 편의점에서 맥주 한 잔 즐기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이 맥주 하면 떠올리는 것은 단연 부드러운 거품과 톡 쏘는 맛의 조화다. 특히 요즘에는 크림 생맥주라고 해서 보통의 맥주 거품보다 더 보드랍고 달콤한 거품이 인기다.
 
거품 만드는 데 무엇이 중요할까
 
거품의 양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인은 바로 맥주의 ‘성분’이다. 맥주에는 기본적으로 효모가 발효하면서 내놓는 탄산기체(이산화탄소)가 0.3~0.4% 포함돼 있다. 여기까지는 모든 맥주가 동일하다. 맥주는 생맥주 기계 안의 좁은 관을 통과하면서 높은 압력으로 압축된다. 이때 물에 잘 녹지 않는 질소를 충전한 맥주는 보다 높은 압력을 받고 더 많은 탄산기체가 녹는다. 기체의 용해도는 압력과 비례한다는 ‘헨리의 법칙’ 때문이다.
 
맥주에 녹은 탄산기체가 좁은 관을 통과해 밖으로 나오면 비로소 거품이 된다. 질소 기체가 많이 충전된 맥주는 상대적으로 많은 거품을 만든다. 기네스는 전체 맥주 속 기체의 70% 가량이 질소다.
 
하지만 질소가 많아진다고 거품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체가 그냥 공기 중으로 방출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를 막는 것이 맥아의 단백질과 홉의 폴리페놀이다. 덩굴 식물인 홉에 있는 폴리페놀은 녹차나 포도주, 사과 등에도 들어있는 화학물질이다.
 
이들이 기체를 둘러싸야 비로소 거품이 완성된다. 하지만 홉은 맥주의 맛을 쓰게 만들기 때문에 너무 많이 넣으면 맛이 없어 질 수 있다. 질소기체 역시 너무 많이 넣으면 맥주 특유의 청량감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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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부드러운 맥주 거품을 얻으려면 희생하는 것도 있다. (출처: shutterstock)
 
따르는 방법에 따라 거품의 양 달라진다
 
크림생맥주의 본 고장인 일본의 유명한 맥주마스터 마쓰오 코헤이는 “처음 따를 때 낙차를 크게 주는 방법”을 이용한다. 맥주가 잔의 바닥에 강하게 부딪히면서 생기는 마찰력으로 거품이 많이 생기는 원리다.
 
이렇게 만든 거품은 크기가 크다. 그 상태를 1분 정도 유지하면 맥주의 표면장력 때문에 거품의 크기가 점점 작아진다. 그 상태에서 맥주를 마저 따르면 작아진 거품이 위로 올라오며 크림생맥주가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거품이 작아지는(안정화되는) 시간이 최소 5분 이상은 걸리기 때문에, ‘성격 급한’ 우리나라에서는 억지로 거품을 짜내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맥주를 잘 따르는 사람을 선발하는 ‘하이네켄 글로벌 바텐더 파이널(NBF)’ 2015년 우승자인 박재웅 맥주바텐더는 “스월링”이라는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스월링은 와인을 마시는 방법을 가리키는 말로 와인의 향을 발산시키기 위해 잔을 둥글게 돌려주는 행동을 말한다. 맥주에서는 맥주를 따를 때 잔을 돌리는 기술을 말한다.
 
맥주를 저장하는 케그에서는 맥주가 굉장히 안정된 상태기 때문에 스월링을 하면서 그 상태를 깨준다. 박 맥주바텐더는 “스월링을 과하게 하면 거품이 많이 나온다”며 “문제는 이런 식으로 억지로 거품을 만들면 맥주 속에 탄산이 다 빠져버려, 김 빠진 맥주가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즉 부드러운 거품을 많이 애기 위해서는 반대로 희생하는 것도 있다는 것.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는 독자의 몫이다. 어찌 됐든 알고 먹는 크림 생맥주는 더 맛있지 않을까.
 
글 : 최지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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