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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가장 치명적인 바이러스

KISTI 과학향기 제1897호   2022년 09월 19일
자막
1970년대 유럽에서는 수천 개의 닭 머리가 하늘에서 내려 동물들을 행복하게 했습니다.

왜일까요? 이 닭 머리는 인류가 아는 것 중 가장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1930년대부터 광건병이 유럽의 야생동물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었고

인간들은 이 바이러스를 마침내 없애버리고 싶어했습니다.

광건병의 이름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광기의 여신인 리사의 이름에서 유래했고,

적어도 4000년간 우리를 괴롭혀왔습니다.

동물들을 뿔난 짐승으로 만들고 인간은 물을 무서워하는 좀비로 만들 수 있죠.

하지만 리사바이러스가 굉장히 흥미로운 이유는

감염 증상이 이상하고 치명적이라는것 뿐만 아니라

우리 면역 체계를 엄청나게 잘 회피한다는 것입니다.

바이러스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존재로,

유전적 명령어 몇 개에 불과하여,

번식하려면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해야 합니다.

리사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중에서도 단순한 편인데요,

유전자가 다섯 개밖에 없습니다.

다섯 개의 단백질 분자가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명령이죠.

포유류를 감염시키고, 면역 체계를 회피하고,

뇌로 이동한 후 자신을 복제하여

새로운 숙주를 감염시키라는 임무입니다.

여러분이 감염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번 봅시다.

감염은 가장 흔히 개에게 물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개의 침에 있는 수백만 개의 바이러스는 피부조직 깊숙히 침투합니다.

목표는 신경 세포, 즉 뉴런입니다.

뉴런은 살아있는 전자화학적 전선으로,

우리 몸 곳곳에 신호를 전달하며 길이는 최대 약 1.5m입니다.

한쪽에는 세포 조직이 있고 다른 쪽에는 터미널이 있죠.

이 터미널은 세포들이 정보를 담은 화학 물질을 전달하여 서로 대화하는 곳입니다.

우리가 아는 바로는, 리사는 이 통신 과정에 필수적인 수용체에 붙어서

신경세포 속으로 잠입합니다.

세포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세포를 장악하고 바이러스를 더 만들려면 세포 조직에 가야 하는데,

뉴런은 꽤 길기 때문에 세포 조직들이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법이 있는데요:

세포 내부에는 세포를 가로질러 세포를 견고하게 해주는 미세소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세소관은 특수한 운송 시스템이 이용할 수 있는 길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디네인 모터는 실제 모터처럼 에너지를 써서 짐을 배달합니다.

바이러스보다 10배나 많은 50개의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고,

조그마한 신발 한 켤레같아 보입니다.

리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5가지 단백질 중 하나를 써서 이런 엄청난 시스템을 납치하고

세포핵으로 향하도록 명령합니다.

이런 짓을 막기 위해 면역 체계는 무엇을 하고 있냐고요?

불행히도 별로 하고 있는 것이 없습니다.

보통 바이러스가 공격해오면 일반 세포들이 면역 체계를 작동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신들이 감염된 것을 보고 특별한 단백질 집단을 수십만 개 퍼트립니다.

바로 인터페론인데, 이들은 바이러스를 방해합니다.

굉장히 단순히 정리하자면, 인터페론은 면역 체계에 항바이러스 무기를 만들라고 알립니다.

이외에도 무척 많은 일을 하는데요, 일반 세포에게 단백질 생산을 줄이라고 해서

바이러스가 더이상 효율적으로 복제할 수 없도록 합니다.

인터페론은 세포에게 굉장히 투명해지라고 하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세포 속에 숨어도 면역 세포가 찾을 수 있게 해줍니다.

세포는 세포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일종의 창문인

1형 MHC 분자라는 것을 만들어서 투명해집니다.

세포는 살기 위해 항상 이것저것을 만들어내는데,

세포는 면역세포에게 자신의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리기 위하여

생산한 것을 무작위로 선택해서 창문을 통해 보여줍니다.

인터페론은 세포에게 이런 창문을 훨씬 더 만들어서 완전 투명해지라고 합니다.

세포가 감염되어 바이러스 부품을 만들게 되면,

면역세포가 창문에서 이런 부품을 보고 감염된 세포에게 자살하라고 명령합니다.

세포 안에 같힌 바이러스까지 같이 죽는 것이죠.

이는 바이러스 감염을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들 중 하나입니다.

안타깝게도 리사는 뉴런이 인터페론을 만드는 것을 막고

면역 체계에게는 사실상 보이지 않습니다.

여타 바이러스와 다르게 리사바이러스는 복제할 때 숙주를 죽이지 않아,

세포가 죽으면 작동되는 알람 체계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리사바이러스는 대신 뉴런에서 뉴런으로 은밀하게 건너뛰며

천천히 뇌로 다가갑니다.

이 단계는 몇 주에서 몇 달, 드물게는 몇 년이나 걸릴 수 있고,

그 기간은 물린 곳이나

근육 조직의 감염 정도 등 여러 요소에 영향을 받습니다.

리사는 참을성 있는 괴물입니다. 최종 목표인 뇌줄기에 도달할때까지는요.

면역 체계는 마침내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몸에 있는 가장 강력한 항바이러스 세포인 세포독성 T 세포를 보내서

감염된 세포를 색출하고 적을 몰아내려 합니다.

다른 바이러스 감염에서는 이 순간이 싸움의 전환점이 되겠지만,

광견병에 대항하는 세포독성 T 세포들은 파멸을 향해 돌진하고 있을 뿐입니다.

5개의 단백질만을 가지고 있는 자그마한 리사는

우노 반사 카드를 써서 기발한 면역 체계를 악용합니다.

중추신경계는 매우 취약한 부분이라 면역 체계가 조심해야 합니다.

면역 세포 몇 개가 뇌 속에서 잘못 돌아다니면 빠르게 죽게 될겁니다.

그래서 면역 세포는 신경계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초대받아야 들어갈 수 있고 쫓겨날 수도 있죠.

신경 세포는 자기 보호를 위해 세포독성 T 세포들이

과민반응을 보이면 자폭하라고 명령할 수 있습니다.

리사는 감염된 뉴런들이 이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따라서 강력한 면역 세포들은 도착하는 족족 자살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이제 바이러스는 뇌줄기에 침투합니다.

이 단계에 도달하면, 감염된 생물은 죽은 목숨입니다.

리사바이러스가 생명을 죽이는 방법

리사바이러스에 대해 가장 짜증나는 점 중 하나는

아직도 감염된 사람이 정확히 어떻게, 그리고 왜 죽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보통 바이러스가 숙주에 피해를 끼치는 방식은 급격하게 복제하여

수가 충분히 늘어나면 숙주 세포를 죽이고,

이것이 거대한 면역 반응을 일으켜서 피해를 입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리사바이러스는 이렇게 작동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광견병 환자들의 뇌 조직을 살펴보면

최소한의 손상만이 있고, 어떨 때는 아예 손상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리사바이러스가 보이는 모든 것을 죽이는 대신,

두뇌 속의 뉴런간의 통신을 망쳐서 더이상 작동하지 못하게 한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혼란, 공격성, 그리고 마비같은 증상으로 이어집니다.

이제 바이러스가 떠나기 시작합니다.

다시 뉴런을 사용하여 두뇌에서 떠나 침샘으로 이동합니다.

바이러스가 한 방향으로 이동했다가 방향을 바꾸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수십 년의 연구가 있었지만 이 과정의 원리는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리사바이러스는 침에 섞여

성난 동물이 다른 동물을 깨물면

순환을 반복할 준비를 마칩니다.

이러면 좀비 영화의 시작 같지만,

다행히도 이런 식으로 사람이 사람을 깨물어 광견병을 전파하는 사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제 끝이 다가왔습니다.

뇌가 부풀어올라 혼수상태부터 마비까지 많은 증상을 동반하는 뇌염이 급격하게 발달합니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다음엔 급격히,

신체 기관이 줄줄이 망가지면서 혼수 상태가 찾아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치료 방법은 없으며,

이렇게 증상이 보이기 시작한 후 리사바이러스를 생존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현재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바이러스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이죠.

다만, 감염된 당신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 바로 백신이죠.

광견병 백신은 인류가 가장 먼저 만들어낸 백신 중 하나입니다.

다른 백신처럼, 리사바이러스 백신은 면역 체계를

미래에 있을 공격에 대비시켜 대항할 무기를 많이 만들도록 합니다.

리사바이러스의 끔찍한 꼼수는 백신을 맞으면 먹히지 않습니다.

리사바이러스 백신은 또다른 이유로 특별한데요,

리사바이러스는 감염 후 몇 주 동안 체내 전파가 느리기 때문에,

감염 후에도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동물에게 물린 후에도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죠.

박쥐 같은 동물의 작은 이빨은 물어도 자국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백신 접종은 야생동물과 접촉한 후에 중요합니다.

광견병은 괴물입니다.

인류를 수천 년간 따라다니며

우리 조상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괴물이었고, 그럴 만도 했죠.

광견병은 아직도 매년 약 6만 명의 사람들을 죽입니다.

그중 거의 절반은 어린아이죠.

이 괴물을 물리치기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

그림자 속에, 숲 속에, 그리고 온갖 동물 속에 숨어서

인류가 바이러스를 막는 방법을 잊으면,

또는 백신을 기피하는 경향이 계속되면

다시 등장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인류가 언젠가 이 괴물을 해치워서

광견병이 다른 괴물들처럼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게 되기를 바랍시다.

방금 여러분께 보여드린 맛보기보다 광견병에 대해 알 것은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혼자 출처를 따지고 과학적 정보를 파고 들어가는 것은 버거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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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kurtgesagt
영상: kurtgesagt
출처: https://youtu.be/4u5I8GYB79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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