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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감자와 표백제가 만나니 산소가 퐁퐁!
<KISTI의 과학향기> 제675호 2007년 11월 02일
“아, 또 이래.”
주부 김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글거리며 끓고 있는 카레 냄비 옆에는 당장 주사위로 써도 될 만큼 반듯한 정육면체로 잘린 감자와 당근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요리 실력은 꽤 뛰어나지만 재료 준비량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는 그녀는 늘 재료를 남겨 남편에게 한소리 듣곤 했다. 아무리 그래도 감자 3개에 당근 2개를 더 잘라버리다니…. 내 손은 왜 이렇게 큰 거야!
“엄마, 저거 아빠한테 들키면 안 되는 거 아냐? 아빠가 저거 보면 경기 일으킬 지도 몰라. 카레 두 번 더 끓일 수 있는 양을 그냥 갖다버렸다고.”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건 알지만, 아들아. 그 말은 너무 신랄하구나….”
“우와 정말 많다~”고 감탄하는 막신이를 보며 김 씨는 도합 스물 네 번째 한숨을 쉬었다. 정말 이대로 다 남기면 남편 짠돌 씨가 기절할 지도 모른다. ‘남겨 무엇하리, 그냥 요리나 하자.’ 김 씨의 머릿속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은 거 다 카레에 집어넣어버려? 아냐 그럼 카레가 너무 걸쭉해질 거야. 당근을 다져넣고 감자 샐러드를 만들까? 하지만 그러려면 마요네즈를 사와야 하는데 할인마트 가는 날은 아직 멀었잖아. 잘 삶아서 크로켓이나 만들어야지. 돼지고기가 남았던가?
“막희야!!!”
사고치기 전문 나 씨 집안 둘째 막희가 또 한 건 하셨다. 냉동고를 살피느라 김 씨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막희의 손아귀에 잡힌 불쌍한 채소들은 블록 대용으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중이었다. 가을 느낌의 짙은 옷으로 갈아입은 그들은 ‘우릴 요리하면 짠맛을 보게 될 거다’는 무언의 시위를 하는 것 같았다. ‘저건 먹을 수 없어.’ 김 씨는 아찔한 기분을 느끼며 싱크대에 엎어졌다. 사달라고 조를 때 진작 유아용 레고 블록을 하나 사줬어야 했는데…. 그런 그녀의 눈에 띤 건 싱크대 구석에 숨겨둔 표백제 ‘옥시구린’. “아자~!”
“엄마가 재미있는 실험 알려줄게. 꼬질꼬질한 감자랑 당근이 만들어내는 마술, 어때?”
“오늘은 엄마가 활약이야? 나야 언제든 환영!”
“나도 좋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실험이니까 일단 준비만 해두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밥부터 먹자. 실험하는 대신 재료 남은 거 아빠한텐 비밀이다. 약속!”
[실험방법]
1. 준비물 : 산소계표백제, 감자, 강판, 비닐봉지, 고무밴드
2. 비닐봉지에 일반 세제 뚜껑 2개 분량의 산소계 표백제를 넣는다.
3. 감자는 강판에 갈아둔다.
4. 비닐봉지에 갈아 놓은 감자를 표백제 분량만큼 넣고 비닐봉지의 공기를 뺀 후 봉지 주둥이 부분을 고무줄로 묶는다. 흔들어서 잘 섞는다.
5. 봉지가 부풀어 오를 때까지 2~3시간 기다린다.
“우와! 엄마, 봉지가 부풀어 올라있어~.”
“그렇지. 산소가 발생돼서 그런 거야.”
“옥시구린이랑 감자를 넣었는데 왜 산소가 나오는 거야?”
“옥시구린이 산소계 표백제라서 그래. 산소계 표백제는 옥시구린처럼 대부분 ‘옥시’라는 이름의 제품이야. 옥시는 산소라는 뜻이지. 옥시구린 안에는 ‘과탄산나트륨’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이 성분이 물과 만나면 분해가 돼서 과산화수소로 바뀐단다.”
“그렇구나. 그런데 과산화수소랑 산소가 무슨 관계가 있어?”
“일반적인 물은 수소 2개랑 산소 1개로 돼 있는데 과산화수소는 여기에 산소 하나가 더 들어있는 거야. 과산화수소는 다시 물이랑 산소로 나눠져. 즉 과산화수소 안에 산소가 들어있는 셈이지.”
“그럼 감자는 왜 넣어준거야?”
“응. 감자는 옥시구린이 잘 분해돼서 산소를 많이 만들어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거야~.”
“감자에 무슨 힘이 있어서?”
“감자에 들어있는 ‘카탈라아제’라는 효소 덕분이야. 효소는 여러 반응이 빨리 일어나도록 돕는 물질이란다. 카탈라아제는 과산화수소가 빨리 물과 산소로 나눠지도록 돕지.”
“와~ 그럼 감자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거야? 다른 채소엔 그런 효소 안 들었어?”
“아니~. 감자 말고도 당근도 가능해. 엄마가 처음부터 말했지? 감자와 당근의 마술이라고.”
“그럼 당근으로도 해 봐~. 헉, 그런데 또 2시간 기다려야 해?”
“차가운 부엌에 던져놔서 그래. 조금 더 따뜻하게 해주면 반응이 빨리 일어난단다. 너무 덥게 하면 잘 안 되니까 주의하고.”
“와~! 엄마 우리 당근으로도 빨리 해봐. 빨간 산소 만들자!”
“산소는 색이 없어, 막희야…. 어쨌든! 거기 당근 무더기 좀 가져와, 막신아.”
며칠 뒤 막희의 방에는 커다란 레고 블록 한 세트가 들어섰다. 실험 내용을 모 어린이 잡지에 투고한 막신이 1등 상품으로 받아 왔대나 어쨌대나. 며칠 동안 집안을 점령한 야릇한 표백제 냄새에 영문 모르는 짠돌 씨만 괴로워했지만,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이다. 참, 이후 한동안 짠돌 씨 집안 식탁에 카레는 등장하지 않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산소계표백제가 때를 빼는 원리
과산화수소수는 산화제로 자유기(HO· + O·)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 이 자유기들은 단백질을 분해해 펩타이드나 아미노산 같은 수용성 물질로 만든다. 때의 주성분은 지방과 단백질인데 이 과산화수소의 자유기 덕분에 때가 빠지는 것이다. 치아 미백 효과가 있는 치약도 같은 원리로 이에 낀 색소를 제거한다.
주부 김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글거리며 끓고 있는 카레 냄비 옆에는 당장 주사위로 써도 될 만큼 반듯한 정육면체로 잘린 감자와 당근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요리 실력은 꽤 뛰어나지만 재료 준비량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는 그녀는 늘 재료를 남겨 남편에게 한소리 듣곤 했다. 아무리 그래도 감자 3개에 당근 2개를 더 잘라버리다니…. 내 손은 왜 이렇게 큰 거야!
“엄마, 저거 아빠한테 들키면 안 되는 거 아냐? 아빠가 저거 보면 경기 일으킬 지도 몰라. 카레 두 번 더 끓일 수 있는 양을 그냥 갖다버렸다고.”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건 알지만, 아들아. 그 말은 너무 신랄하구나….”
“우와 정말 많다~”고 감탄하는 막신이를 보며 김 씨는 도합 스물 네 번째 한숨을 쉬었다. 정말 이대로 다 남기면 남편 짠돌 씨가 기절할 지도 모른다. ‘남겨 무엇하리, 그냥 요리나 하자.’ 김 씨의 머릿속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은 거 다 카레에 집어넣어버려? 아냐 그럼 카레가 너무 걸쭉해질 거야. 당근을 다져넣고 감자 샐러드를 만들까? 하지만 그러려면 마요네즈를 사와야 하는데 할인마트 가는 날은 아직 멀었잖아. 잘 삶아서 크로켓이나 만들어야지. 돼지고기가 남았던가?
“막희야!!!”
사고치기 전문 나 씨 집안 둘째 막희가 또 한 건 하셨다. 냉동고를 살피느라 김 씨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막희의 손아귀에 잡힌 불쌍한 채소들은 블록 대용으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중이었다. 가을 느낌의 짙은 옷으로 갈아입은 그들은 ‘우릴 요리하면 짠맛을 보게 될 거다’는 무언의 시위를 하는 것 같았다. ‘저건 먹을 수 없어.’ 김 씨는 아찔한 기분을 느끼며 싱크대에 엎어졌다. 사달라고 조를 때 진작 유아용 레고 블록을 하나 사줬어야 했는데…. 그런 그녀의 눈에 띤 건 싱크대 구석에 숨겨둔 표백제 ‘옥시구린’. “아자~!”
“엄마가 재미있는 실험 알려줄게. 꼬질꼬질한 감자랑 당근이 만들어내는 마술, 어때?”
“오늘은 엄마가 활약이야? 나야 언제든 환영!”
“나도 좋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실험이니까 일단 준비만 해두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밥부터 먹자. 실험하는 대신 재료 남은 거 아빠한텐 비밀이다. 약속!”
[실험방법]
1. 준비물 : 산소계표백제, 감자, 강판, 비닐봉지, 고무밴드
2. 비닐봉지에 일반 세제 뚜껑 2개 분량의 산소계 표백제를 넣는다.
3. 감자는 강판에 갈아둔다.
4. 비닐봉지에 갈아 놓은 감자를 표백제 분량만큼 넣고 비닐봉지의 공기를 뺀 후 봉지 주둥이 부분을 고무줄로 묶는다. 흔들어서 잘 섞는다.
5. 봉지가 부풀어 오를 때까지 2~3시간 기다린다.
“우와! 엄마, 봉지가 부풀어 올라있어~.”
“그렇지. 산소가 발생돼서 그런 거야.”
“옥시구린이랑 감자를 넣었는데 왜 산소가 나오는 거야?”
“옥시구린이 산소계 표백제라서 그래. 산소계 표백제는 옥시구린처럼 대부분 ‘옥시’라는 이름의 제품이야. 옥시는 산소라는 뜻이지. 옥시구린 안에는 ‘과탄산나트륨’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이 성분이 물과 만나면 분해가 돼서 과산화수소로 바뀐단다.”
“그렇구나. 그런데 과산화수소랑 산소가 무슨 관계가 있어?”
“일반적인 물은 수소 2개랑 산소 1개로 돼 있는데 과산화수소는 여기에 산소 하나가 더 들어있는 거야. 과산화수소는 다시 물이랑 산소로 나눠져. 즉 과산화수소 안에 산소가 들어있는 셈이지.”
“그럼 감자는 왜 넣어준거야?”
“응. 감자는 옥시구린이 잘 분해돼서 산소를 많이 만들어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거야~.”
“감자에 무슨 힘이 있어서?”
“감자에 들어있는 ‘카탈라아제’라는 효소 덕분이야. 효소는 여러 반응이 빨리 일어나도록 돕는 물질이란다. 카탈라아제는 과산화수소가 빨리 물과 산소로 나눠지도록 돕지.”
“와~ 그럼 감자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거야? 다른 채소엔 그런 효소 안 들었어?”
“아니~. 감자 말고도 당근도 가능해. 엄마가 처음부터 말했지? 감자와 당근의 마술이라고.”
“그럼 당근으로도 해 봐~. 헉, 그런데 또 2시간 기다려야 해?”
“차가운 부엌에 던져놔서 그래. 조금 더 따뜻하게 해주면 반응이 빨리 일어난단다. 너무 덥게 하면 잘 안 되니까 주의하고.”
“와~! 엄마 우리 당근으로도 빨리 해봐. 빨간 산소 만들자!”
“산소는 색이 없어, 막희야…. 어쨌든! 거기 당근 무더기 좀 가져와, 막신아.”
며칠 뒤 막희의 방에는 커다란 레고 블록 한 세트가 들어섰다. 실험 내용을 모 어린이 잡지에 투고한 막신이 1등 상품으로 받아 왔대나 어쨌대나. 며칠 동안 집안을 점령한 야릇한 표백제 냄새에 영문 모르는 짠돌 씨만 괴로워했지만,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이다. 참, 이후 한동안 짠돌 씨 집안 식탁에 카레는 등장하지 않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산소계표백제가 때를 빼는 원리
과산화수소수는 산화제로 자유기(HO· + O·)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 이 자유기들은 단백질을 분해해 펩타이드나 아미노산 같은 수용성 물질로 만든다. 때의 주성분은 지방과 단백질인데 이 과산화수소의 자유기 덕분에 때가 빠지는 것이다. 치아 미백 효과가 있는 치약도 같은 원리로 이에 낀 색소를 제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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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나 당근을 비닐봉지에 넣으면 효소가 반응하여 더 빨리 반응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 군요. 옥시구린은 정말 웃겼습니다.
2009-04-16
답글 0
정말 신기하네요. 그런데 2-3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니 아이들과 함께 실험하려면 인내심이 좀 필요할것 같아요.
2009-04-08
답글 0
요즘 과학시간에 이걸 배우고 있는데 기분이 좋네요 ^^
2007-11-15
답글 0
우리 아이에게 좋은 과학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것 같읍니다.
2007-11-08
답글 0
이해 잘 되었습니다.
2007-11-03
답글 0
재밌는 내용입니다. 감사합니다.
2007-11-03
답글 0
역시 과학향기 ,, !! 정말 재밌게보고 갑니다 ,,,
2007-11-02
답글 0
오늘도 지식 하나 쌓고 갑니다..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007-11-02
답글 0
흥미롭고 재미있는 지식이네요
2007-11-02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