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신이 된 인간? 자손 낳는 인공생명체 창조하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642호   2021년 05월 03일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신의 영역에 도전해왔다. 바로 자신의 손으로 생명체를 창조하는 것. 괴물을 창조하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은둔 과학자의 이야기를 다룬 고전 소설 <프랑켄슈타인>만 봐도 생명체 창조에 대한 인간의 관심이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생명체를 창조한다는 야심은 크게 두 가지 목적과 관련 있다. 첫 번째는 이 세계에 왜 생물이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묻는 생명의 기원에 답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는 인공생명체를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거나 신약을 개발해 우리 삶의 조건을 더 낫게 바꾸기 위해서다.
 
생명을 합성한다?
 
현대에 들어와 생명의 설계도를 담은 DNA를 발견하고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말로 인공생명체를 합성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2010년 10월 미국의 생물학자 크레이크 벤터는 인공적으로 합성한 유전자를 이용해 인공 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크레이크 벤터는 인간 유전체 해독 기술을 가진 민간 기업을 설립해서 국제연구그룹과 인간유전체프로젝트를 진행해 최초로 인간의 유전체를 모두 해독하기도 했다.
 
2010년 크레이크 벤터 연구소의 연구진은 미코플라스마 미코이데스 세균의 유전체를 모두 분석했다. 이 세균은 DNA 총 염기서열의 수는 107만 7947쌍으로 많아 보이지만 인간의 0.03%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분석한 이 유전체를 컴퓨터를 이용해 새롭게 설계했다. 자연의 원본 유전체를 흉내 낸 사본 유전체인 것이다. 이렇게 만든 유전체를 효모에 넣어 조각들을 이어 붙인 뒤 유전체가 없는 이종의 미코플라스마 카프리콜룸에 넣었다. 그 결과 새로운 세균종, 즉 인공생명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물론 현재 존재하는 세균의 유전체를 모방한 것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종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런 기념비적인 연구 이후 셍물학에서는 ‘합성생물학’이라는 이름으로 실험실에서 인공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연구가 활발해졌다.
 
크레이크 벤터 연구소는 2016년에는 생명체에 필요한 기본적인 유전자 473개만 갖고서 완전히 새로운 인공세포종, ‘JCVI-syn3.0’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를 위해 마찬가지로 세균의 유전체를 분석한 다음, 유전자를 하나씩 하나씩 불활성화하면서 어떤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확인했다. 이 필수 유전자 목록을 바탕으로 DNA 조각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새로운 유전체를 가진 인공 세포를 만든 것이다. 이 인공 세포는 영양소를 공급받자 단백질을 만들고 DNA를 복제하며 세포막을 형성하는 세포가 하는 일들을 해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었다. 이 세포가 배양접시에서 자라며 분열했으나 딸세포의 크기와 형태가 고르지는 못했던 것이다.
 
2021년 마침내 미국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는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매사추세츠공대(MIT) 비트 및 원자 센터와 공동으로 세포 분열을 통해 자손 번식까지 할 수 있는 진정한 인공생명체 ‘JCVI-syn3A’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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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모양이 들쭉날쭉하게 분열한 합성세포(왼쪽)와 7개의 유전자를 추가해 똑같은 모양으로 분열한 합성세포(오른쪽). (출처:  크레이크 벤터 연구소)
 
크기와 형태가 균일한 딸세포 만드는 데 성공
 
공동 연구진은 5년간 세포 분열에 관여하는 유전자 7개를 포함해 총 19개의 유전자를 찾아내 JCVI-syn3.0에 추가했다. 그 결과 세포 분열을 일으켜 세대 증식이 가능한 인공세포를 만들어 냈다. 연구진은 이 인공생명체에 ‘JCVI-syn3A’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JCVI-syn3A의 모세포에서 증식한 딸세포는 크기와 형태, 유전자 구성에서 완전히 일치해 과거의 실패를 효과적으로 개선했다.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증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진짜 인공생명체라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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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위에서부터 2010년 최초의 합성세포(유전자 901개)에서 2016년에 합성한 세포 세포(유전자 473개), 2021년 자손을 증식하는 합성 세포(유전자 480개)개발 까지의 연표. (출처: 크레이크 벤터 연구소)
 
인공생명체 연구를 통해 우리는 생명을 만드는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한층 더 깊게 알게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공생명체를 이용하면 현재 인류의 큰 골칫거리인 질병 치료에 큰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세포주는 많은 의약품의 원료가 되는데, 인공생명체 연구를 통해 다양한 세포주를 맞춤형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 훨씬 효율적이고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인공생명체의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농업, 식품, 환경 등 미생물을 많이 사용하는 분야에서는 인공생명체가 엄청난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인공생명체가 실험실에서 탄생했다는 이유로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혹은 인공생명체를 끔찍한 세균 병기로 악용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다. 그렇기에 과학이 발전하는 속도를 좇아 인공생명체 연구와 활용에 관한 정책적, 윤리적 고민이 필요하다. 아무리 혜택이 크다고 한들,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방향으로 간다면 장기적으로는 인간 공동체를 파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원하는 미생물을 만든다는 미래의 청사진보다는 왜 만들어야하는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먼저 고민해보자.
 
글: 홍종래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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