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앉아서 일하면 무조건 해롭다? 잘못 알려진 건강상식!

<KISTI의 과학향기> 제2892호   2017년 03월 13일
드디어 새 학년! 올해는 기필코 공부 잘하는 모범생으로 거듭나리라 굳은 결심을 한 태연, 오랜만에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쳐든다. 그런데 십분도 채 되지 않아 목과 허리가 점점 굽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책 위에 엎어져 잠들고 만다. 
 
“태연아, 차라리 방에 들어가서 자라. 책이 불쌍하지도 않니? 네 침 때문에 표지디자인이 세계지도로 바뀌었잖아.”
 
“츱~, 깜빡 잠들었네. 아 뭐야, 다 아빠 때문이에요. 제가 서서 공부하는 책상 사달라고 했잖아요. 서서 공부하면 집중도 잘되고 건강에도 좋다는데 왜 안 사주셔서 저를 잠들게 하시냐고요.”
 
“꼭 공부 못하는 애들이 연필 탓하고, 요리 못하는 사람이 칼 탓을 한다니깐. 어디서 서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게 좋다는 얘기를 들었나본데. 그게 꼭 정답은 아니야. 오래 앉아있는 게 건강에 나쁜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서서 일하는 게 좋은 것도 아니란 말이지.
 
“엥? 앉지도 말고 서지도 말고, 그럼 누워서 공부하란 말씀이세요? 괜히 책상 사주기 싫어서 그러시는 거잖아요. 흥!”
 
“정말이야. 서서 일하기 열풍이 분 건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서서 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인데, 실은 그 전에도 꽤 많은 유명인이 서서 일했단다. 노인과 바다를 쓴 헤밍웨이도 그랬고 세계적인 문호인 찰스 디킨스나 버지니아 울프도 서서 글을 썼다는 얘기가 있지. 암튼, 서서 일하면 집중력이 좋아지고 비만을 예방할 수 있으며, 목과 허리 건강에도 좋다고 해서 해외는 물론 국내 기업 중에도 서서 일하기를 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심지어 미국에는 아예 의자를 전부 없앤 초등학교까지 등장했다는구나.”
 
“진짜 비만도 예방해요? 아버지, 전 이제 앞으로 잘 때도 서서 잘 작정이에요.”
 
오래 앉아있는 게 건강에 무척 나쁜 건 사실이야. 앉아있는 시간이 긴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뇨병 위험은 112%, 심혈관질환 위험은 147%나 더 높고, 목이 앞으로 기우는 자세 때문에 목 디스크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해. 또 앉아 있을 때 척추가 감당해야 하는 하중이 서 있을 때의 1.5~2배에 달하는 탓에 허리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단다. 
 
반면에 서서 일을 하면 이런 건강문제가 발생기지 않는데다, 하루 3시간 서서 일하는 것만으로 하루 144kcal, 1년이면 3.6kg을 감량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있어요. 심지어 서서 일하거나 회의를 하면 교감신경이 활발해지면서 집중력이 높아지고 훨씬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는 연구결과도 많지.”
 
“아니 그렇게 많이 아시면서, 왜 책상을 안 사주시는 거예요!”
 
“오래 앉아있는 게 건강에 나쁜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서서 일하는 게 좋은 것도 아니라고 얘기했잖니. 지나치게 오래 서있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단 말이야. 우선, 종아리 혈관 압력이 높아져 정맥이 피부 밖으로 돌출하는 하지정맥류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게 돼. 하루 4시간 이상 계속 서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남자의 경우 약 8배, 여자도 약 3배나 하지정맥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단다. 또 처음과는 달리 인체가 서서 일하는 자세에 익숙해질수록 칼로리 소모도 줄어들어 체중감량 효과도 떨어지지. 더구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쉽게 피로해지거나 몸이 경직되는 것도 문제고 말이야.”
 
“정말 갈등되는데요? 앉느냐 서느냐 그것이 문제네요.”
 
“별로 고민할 필요 없어. 두 자세를 다 하면 되는데 뭘. 예를 들어, 앉는 자세가 편한 사람은 50분 앉았다가 10분 서 있는 식으로 움직이고, 서 있는 게 좋은 사람은 그 반대로 하는 거지. 그렇게 하면 혈액순환이 잘 돼서 심장병이나 하지정맥류 걱정도 덜 수 있고, 자세를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육 움직임 때문에 칼로리 소모가 늘어나 살이 빠지는데다, 목과 허리의 부담도 덜어줄 수 있으니 일석삼조 아니겠니? 실제로 최근 들어 특정 자세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세를 자주 바꾸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단다.
 
“진지하게 앉을까 설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냥 둘 다 하라니까 좀 김빠져요. 솔까말 최애게임을 서서하면 다이어트도 되고 좋겠다는 생각에 사달라고 했던 건데, 암튼 아빠는 완전 고답이에요.”
 
“뭐어?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네가 최고로 좋아하는 게임을 서서하면 다이어트도 되고 좋겠다 싶어 책상을 사달라고 한 건데, 아빠는 그것도 모르고 완전히 고구마를 많이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고?”
 
“깜놀! 언제 애들 언어 통역법을 배우셨어요?”
 
“아빠가 알고 보면 낫닝겐(사람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다. 그러니까 잔머리 쓰지 말고 앉았다 일어섰다 열심히 움직일 생각이나 해라, 어?”

글: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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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ala386
  • 평점   별 5점

좋은 정보 얻고 갑니다~~~

2017-03-22

답글 0

swyhun89
  • 평점   별 5점

좋은과학정보이자생활정보,감사합니다---!

2017-03-15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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