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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인간이 불안한 이유, 빛으로 찾아내다
<KISTI의 과학향기> 제1839호 2013년 04월 08일
애플의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단추가 달린 옷을 잘 입지 않았다. 공식석상에 나타났던 그의 모습을 잘 살펴보면 단추가 달린 옷차림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그는 버튼이 수십 개나 되는 현대식 리모컨이 아니라 6개만 달린 구식 리모컨을 고집할 정도로 단추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가 만들어낸 혁신적인 스마트폰인 ‘아이폰’에도 단추가 전혀 없다.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이에 대해 미국의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티브 잡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시장성이 아니라 바로 휴대폰에서 단추를 없애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잡스는 왜 그처럼 단추를 싫어했을까? 전문가들은 그가 ‘단추공포증’에 시달린 것으로 추정한다. 단추공포증이란 말 그대로 단추에 대해 공포심을 느껴 높은 강도의 두려움과 불쾌감에 시달리면서 그 조건을 회피하려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공포심을 느끼는 공포증은 발작과 같은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면서 스스로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발전한다. 자신이 느끼는 공포가 불합리하고 그 공포가 자신에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발작 외에도 숨이 가빠지거나 오한, 발열, 경련, 어지러움, 구역질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실 불안은 그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불안을 느껴야 위험을 감지하므로 생존본능을 가진 동물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감정이다. 약육강식의 야생 세계에서는 어느 정도 불안감을 유지하고 있어야 천적이 나타났을 때 민첩하게 도망가거나 싸울 태세를 갖출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인 스트레스가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 자신의 약점인 불안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케이스다. 하지만 불안이 너무 지나쳐 개인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겨주거나 사회적 활동에 지장을 주면 장애가 된다. 스스로 제어하기 힘들 만큼 불안한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불안장애’라고 진단한다.
특정 상황에서 갑자기 극심한 불안과 함께 심장이 조이고 공황 발작이 되풀이되는 ‘공황장애’가 대표적인 불안장애다. 또 반복적으로 특정 행동을 하는 ‘강박장애’와 끔찍한 사고 후 불안해지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회공포증’, 모든 것이 불안한 ‘범불안장애’ 등도 모두 불안장애에 속한다.
2005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정신장애의 39.4%를 불안장애 환자가 차지했다. 불안장애 환자들은 심한 스트레스로 대부분 두통, 복통, 흉통 등 각종 신체 증상을 나타내는데, 이를 다른 질환으로 오해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의료쇼핑족’이 되기도 한다. 또한 환자의 1/3의 정도는 우울증으로 시달린다.
이렇듯 심각하지만 불안장애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불안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생기는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부 김성연 박사과정 연구원과 칼 다이서로스 교수가 불안을 느낄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밝혀냈다.
연구진은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불안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진 ‘분계선조침대핵(BNST)’이 계란처럼 타원핵과 바깥 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타원핵을 자극할 경우 불안해지지만 바깥 부분을 자극하면 불안감이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즉, 이 두 부위의 균형이 불안 정도를 결정하는 셈이다.
또한 연구진은 타원핵 바깥 부분에서 BNST의 명령을 수행하는 부분이 뇌의 시상하부나 간뇌 등과 연결되는 3곳의 신경회로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곳을 자극하면 쥐가 용감해지거나 호흡이 느려지는 등 불안 반응을 보인 것이다. 연구진은 이 연구결과가 앞으로 부작용 없이 불안장애를 치료하는 약물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뇌에서 불안이 어떻게 조절하는지 규명한 이번 연구결과는 ‘광유전학’이라는 최신 바이오기술을 이용해 이루어졌다. 광유전학이란 말 그대로 빛을 이용하는데 유전공학 기술을 접목했다는 뜻이다.
빛을 이용해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할 경우 기존의 전기 자극을 이용해 신경세포를 조절하는 것보다 더욱 정밀하게 신경세포의 활성을 통제할 수 있다. 전기 자극이 불특정 다수의 신경세포를 자극하는 것에 반해 광유전학 기술은 목표로 하는 특정세포를 정확하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유전학은 빛을 받으면 채널이 열리고 빛이 없으면 채널이 안 열리는 녹조류의 채널로돕신이라는 단백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기술이다. 유전공학 기술로 바이러스를 활용해 이 단백질을 유전자의 형태로 신경세포에 주입하면 바이러스가 세포 속으로 들어가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밀어 넣게 된다.
광유전학을 이용한 연구는 이미 꾸준히 진행돼 왔다. 2012년 11월 기초과학연구원(IBS) 신희섭 단장팀은 광유전학 기술을 활용해 수면방추가 수면 장애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최초로 입증했다. 2013년 1월에는 이화여대 전상범 교수를 비롯한 국제공동연구팀이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신경회로의 특정 신경전달 경로를 기록할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파킨슨병, 헌팅턴병, 무도병 등 다양한 퇴행성 신경질환의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렇듯 광유전학 기술은 불안장애뿐 아니라 수면장애, 파킨슨병 등의 치료제 개발에도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그가 만들어낸 혁신적인 스마트폰인 ‘아이폰’에도 단추가 전혀 없다.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이에 대해 미국의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티브 잡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시장성이 아니라 바로 휴대폰에서 단추를 없애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잡스는 왜 그처럼 단추를 싫어했을까? 전문가들은 그가 ‘단추공포증’에 시달린 것으로 추정한다. 단추공포증이란 말 그대로 단추에 대해 공포심을 느껴 높은 강도의 두려움과 불쾌감에 시달리면서 그 조건을 회피하려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공포심을 느끼는 공포증은 발작과 같은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면서 스스로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발전한다. 자신이 느끼는 공포가 불합리하고 그 공포가 자신에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발작 외에도 숨이 가빠지거나 오한, 발열, 경련, 어지러움, 구역질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실 불안은 그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불안을 느껴야 위험을 감지하므로 생존본능을 가진 동물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감정이다. 약육강식의 야생 세계에서는 어느 정도 불안감을 유지하고 있어야 천적이 나타났을 때 민첩하게 도망가거나 싸울 태세를 갖출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인 스트레스가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 자신의 약점인 불안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케이스다. 하지만 불안이 너무 지나쳐 개인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겨주거나 사회적 활동에 지장을 주면 장애가 된다. 스스로 제어하기 힘들 만큼 불안한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불안장애’라고 진단한다.
특정 상황에서 갑자기 극심한 불안과 함께 심장이 조이고 공황 발작이 되풀이되는 ‘공황장애’가 대표적인 불안장애다. 또 반복적으로 특정 행동을 하는 ‘강박장애’와 끔찍한 사고 후 불안해지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회공포증’, 모든 것이 불안한 ‘범불안장애’ 등도 모두 불안장애에 속한다.
2005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정신장애의 39.4%를 불안장애 환자가 차지했다. 불안장애 환자들은 심한 스트레스로 대부분 두통, 복통, 흉통 등 각종 신체 증상을 나타내는데, 이를 다른 질환으로 오해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의료쇼핑족’이 되기도 한다. 또한 환자의 1/3의 정도는 우울증으로 시달린다.
이렇듯 심각하지만 불안장애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불안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생기는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부 김성연 박사과정 연구원과 칼 다이서로스 교수가 불안을 느낄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밝혀냈다.
연구진은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불안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진 ‘분계선조침대핵(BNST)’이 계란처럼 타원핵과 바깥 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타원핵을 자극할 경우 불안해지지만 바깥 부분을 자극하면 불안감이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즉, 이 두 부위의 균형이 불안 정도를 결정하는 셈이다.
또한 연구진은 타원핵 바깥 부분에서 BNST의 명령을 수행하는 부분이 뇌의 시상하부나 간뇌 등과 연결되는 3곳의 신경회로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곳을 자극하면 쥐가 용감해지거나 호흡이 느려지는 등 불안 반응을 보인 것이다. 연구진은 이 연구결과가 앞으로 부작용 없이 불안장애를 치료하는 약물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뇌에서 불안이 어떻게 조절하는지 규명한 이번 연구결과는 ‘광유전학’이라는 최신 바이오기술을 이용해 이루어졌다. 광유전학이란 말 그대로 빛을 이용하는데 유전공학 기술을 접목했다는 뜻이다.
빛을 이용해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할 경우 기존의 전기 자극을 이용해 신경세포를 조절하는 것보다 더욱 정밀하게 신경세포의 활성을 통제할 수 있다. 전기 자극이 불특정 다수의 신경세포를 자극하는 것에 반해 광유전학 기술은 목표로 하는 특정세포를 정확하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유전학은 빛을 받으면 채널이 열리고 빛이 없으면 채널이 안 열리는 녹조류의 채널로돕신이라는 단백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기술이다. 유전공학 기술로 바이러스를 활용해 이 단백질을 유전자의 형태로 신경세포에 주입하면 바이러스가 세포 속으로 들어가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밀어 넣게 된다.
광유전학을 이용한 연구는 이미 꾸준히 진행돼 왔다. 2012년 11월 기초과학연구원(IBS) 신희섭 단장팀은 광유전학 기술을 활용해 수면방추가 수면 장애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최초로 입증했다. 2013년 1월에는 이화여대 전상범 교수를 비롯한 국제공동연구팀이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신경회로의 특정 신경전달 경로를 기록할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파킨슨병, 헌팅턴병, 무도병 등 다양한 퇴행성 신경질환의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렇듯 광유전학 기술은 불안장애뿐 아니라 수면장애, 파킨슨병 등의 치료제 개발에도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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