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함께하는 운동이 건강에 더 좋아
<KISTI의 과학향기> 제3615호 2021년 02월 01일인간의 행복에 관한 연구를 보면 행복을 높이는 여러 요소 중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바로 정기적인 운동과 끈끈한 사회적 관계다.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고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은 행복감을 높이는 확실한 방법이며 이런 행복감은 건강에도 좋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과 함께 운동을 하는 것은 더 좋지 않겠는가?
타인과 함께 운동하는 행복감이 기대수명 늘려
먼저 여러 연구를 통해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되며 기대 수명을 늘린다는 사실은 입증됐다. 운동은 심혈관질환, 당뇨, 암을 비롯해 다양한 질병에 의한 사망률을 낮춘다. 이런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발견됐다.
1953년에 의학 학술지인 <랜싯(Lancet)>에는 재밌는 연구가 실렸다. 영국 런던에서 버스 운전 기사와 버스 안내원에게 관상동맥 질환에 의한 사망률에 차이가 있는지 비교한 것이다. 버스운전사는 근무 하는 내내 앉아 있다. 반면 버스 안내원은 요금을 받아야 하기에 근무 하는 내내 버스를 돌아다닌다. 연구 결과 버스 안내원은 운전 기사에 비해 관상동맥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절반이나 차이 났다.
그럼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 말고 운동의 종류에 따라서도 건강 증진 효과에 차이가 날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렇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에서는 8500여 명의 덴마크인을 대상으로 주로 하는 운동 종류를 조사한 후 25년간 추적 관찰해 사망률을 계산했다. 흡연이나 식습관, 비만처럼 사망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은 통계적으로 보정했다. 그 결과 헬스클럽에서 혼자 하는 운동은 기대 수명을 1.5년 늘린 반면에 테니스는 무려 9.7년, 배드민턴은 6.2년, 축구는 4.7년이나 기대 수명을 늘렸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운동 시간이나 운동 강도보다는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운동이 건강에 더 좋다는 사실이다. 함께 하는 운동은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는 느낌을 줄여주고 타인과 친밀감을 쌓아 행복을 증진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런 결과를 통해 인간은 역시나 다른 사람 없이는 잘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다시 알 수 있다.
외로움이나 고립감은 정말로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심리 과학> 학술지에는 연구에서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얼마나 하는지로 평균 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는 논문이 실렸다. ‘혼자 산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세 가지 중 한 가지에도 해당되지 않는 사람보다 앞으로 7년 이내 사망할 확률이 약 3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과의 관계는 우리 몸과 마음에 생리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몸을 움직이며 다른 사람과 친밀감도 북돋는 종류의 운동은 건강에 더 좋은 것이다.
짧은 운동이라도 괜찮다
정말로 운동 시간이나 강도는 중요하지 않은 걸까? 기대 수명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또한 그렇다. 대만 국립보건소 연구팀은 41만 6175명의 인구를 대상으로 일상생활의 운동 강도를 전혀 하지 않음부터 매우 높은 강도까지 다섯 단계의 집단으로 나눠 8년 동안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하루 15분 정도 적당히 운동을 한 집단은 전혀 운동을 하지 않은 집단과 비교해 전체 사망률은 14% 낮았다. 암으로 인한 사망은 10%, 심혈관 질환 발생 확률은 20% 줄었다. 15분 동안만 운동을 꾸준히 해도 기대수명은 평균 3년 연장됐다.
코로나19로 다른 사람과 운동하기가 겁나는 시절이지만 그래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마스크를 끼고 짧은 시간 배드민턴이라도 즐겨보면 어떨까. 독자의 행복감은 올라가고 이와 더불어 수명도 증진될 것이다.
글: 정원호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저주파 자극기, 계속 써도 괜찮을까?
- 최근 목이나 어깨, 허리 등에 부착해 사용하는 저주파 자극기가 인기다. 물리치료실이 아니라 가정에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작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전으로 반나절 넘게 작동한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SNS를 타고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을 퍼지면서 판매량도 늘고 있다. 저주파 자극기는 전기근육자극(Electrical Muscle Stimu...
-
- 우리 얼굴에 벌레가 산다? 모낭충의 비밀스러운 삶
- 썩 유쾌한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 피부에는 세균 같은 각종 미생물 외에도 작은 진드기가 살고 있다. 바로 모낭충이다. 모낭충은 인간의 피부에 살면서 번식하고, 세대를 이어 간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신생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의 피부에 모낭충이 산다. 인간의 피부에 사는 모낭충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주로 얼굴의 모낭에 사는...
-
- [과학향기 Story] 차 한 잔에 중금속이 줄었다? 찻잎의 숨겨진 능력!
-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잠을 깨우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이에 커피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커피의 소비량은 ‘차(茶)’의 소비량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는 많은 국가에서 차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페인 외에도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 있어, 건강을 목적으로 섭취하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 Story] '디저트 배'는 진짜였다! 당신 뇌 속의 달콤한 속삭임
- [과학향기 for Kids] 나무 뗏목 타고 8000km 항해? 태평양을 건넌 이구아나의 대모험
- [과학향기 for kids] 추위에도 끄떡없어! 북극곰의 털이 얼어붙지 않는 비결은?
- [과학향기 for kids] 사람 근육으로 움직이는 로봇 손 등장!
- [과학향기 Story] 죽음을 초월한 인간, 《미키17》이 던지는 질문
- [과학향기 Story] 인간의 뇌, 와이파이보다 느리다니?
- [과학향기 for Kids] 귓바퀴의 조상은 물고기의 아가미?
- [과학향기 Story] 하루 한 두 잔은 괜찮다더니… 알코올, 암 위험 높이고 건강 이점 없어
- [과학향기 for Kids] 잘 모를 때 친구 따라 하는 이유!
- [과학향기 for Kids] 한 달 동안 똥을 참는 올챙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