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자면 A형은 A항원과 B항체, B형은 B항원과 A항체, AB형은 A항원과 B항원, O형은 A항체와 B항체를 갖습니다. 따라서 A형은 A항체를 가진 B형이나 O형에게 수혈할 수 없습니다.
이런 관계 속에서 O형은 가장 불리합니다. 같은 O형에게서만 장기 이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O형인 사람은 이식에 적합한 장기를 찾기까지 더욱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런 O형에게 최근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은 항원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발견하고, A형 공여자의 폐에서 A항원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기서 연구팀은 ‘체외폐관류’라는 장치를 사용했습니다. 이 장치는 공여자에게서 분리한 폐를 체온과 비슷한 온도로 유지하고 영양액을 공급해 몸속에 있을 때와 비슷하게 보존할 수 있는 기계입니다.
연구진은 이 장치를 이용해 공여자의 폐에 효소를 영양액과 함께 흘려보냈습니다. 그다음, O형 혈액을 넣어 관찰했더니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도 신장의 혈액형을 B형에서 O형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연구팀은 ‘체외 정상체온관류장치’로 우리 몸과 비슷한 온도에서 산소가 들어있는 혈액을 신장에 주입했습니다. B형 항원을 제거할 효소도 함께 넣은 결과, 연구진은 B형이었던 신장이 몇 시간 만에 O형이 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O형은 혈액형 중 유일하게 다른 혈액형에 장기이식을 할 수 있습니다. 보편적인 이식용 장기를 만드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특히 O형이나 희귀 혈액형을 가진 환자의 장기이식 대기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이번 연구가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혈액형이라는 방어 체계를 뚫어내 생명을 구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정말 경이롭습니다.
KISTI의 과학향기에는 혈액형과 장기이식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KISTI의 과학향기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