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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서 말이라도 분리해야 산업비타민!
<KISTI의 과학향기> 제1291호 2010년 12월 27일
2010년 9월 7일 오전 일본 센카쿠 열도 주변에 중국 어선이 한 척 들어왔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어업법에 따라 중국 어선에게 출입 검사를 요구했다. 어선은 여기에 응하지 않고 도망갔다. 또 다른 곳을 돌던 일본의 순시선 ‘미주기호’에 충돌하기까지 했다. 이에 일본 해상보안청은 중국 어선의 선장을 공무집행방해혐의로 체포했다.
중국은 선장의 체포에 강하게 반발했다. 9월 16일부터 24일까지 다섯 차례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 강력하게 항의했고, 여덟 차례 성명도 발표했다. 경제적 압력도 가하기 시작했다. 9월 21일부터는 일본의 일반 화물 통관검사를 강화했고, ‘희토류(稀土類)’ 수출도 금지했다. 중국의 요구는 선장을 즉시 석방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조치에 압박감을 느낀 일본은 9월 24일 중국 선장을 석방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두 나라의 작은 분쟁이 일단락되자 세계인의 관심이 희토류로 몰렸다. 중국이 일본을 압박한 카드로 사용돼 일본이 백기를 들게 한 희토류, 그 정체는 무엇일까?
희토류는 지각(地殼)에 극소량만 함유돼 있는 희소금속의 한 종류다. ‘땅 속에 거의 없는 물질(rare earth elements)’이라는 영어를 일본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희토류라는 이름이 탄생했고, 우리나라도 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희토류에 포함되는 광물은 란타넘(lanthanum)계열의 15개 원소와 스칸듐(scandium)과 이트륨(yttrium)을 포함한 17개의 원소를 말한다. 이들은 금속 형태로서는 반응성이 크고 합금을 만들기에 유리하다. 또 열도 잘 전달하는 성질이 있다.
1700년대만 해도 희토류 금속의 사용 용도는 렌즈 연마용뿐이었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희토류의 몸값이 뛰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희토류의 하나인 ‘네오디뮴(neodymium)’으로 강력한 영구자석을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희토류 합금으로 만든 영구자석은 기존보다 2배 이상 강력했다. 작고 가벼우며 강력한 영구자석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네오디뮴 자석은 오디오와 휴대전화, 전기모터, 이어폰 등 첨단 전자제품에 혁명을 가져왔다. 기존보다 훨씬 작고 성능이 좋은 제품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30년 전에는 명함조차 없던 네오디뮴 자석이 이제는 세계 자석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영구자석은 풍력발전기와 전자자동차용 모터의 핵심부품이라 ‘녹색산업의 필수품’으로도 불린다. 도요타의 전기자동차 ‘프리우스’에 들어가는 모터 역시 네오디뮴 자석이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희토류는 독보적이다. LCD를 비롯한 디스플레이들은 내부 산화물에 발광물질(發光物質) 입자를 넣어 빛을 낸다. 보통의 발광물질들은 산화물에 들어가면 화학적인 성질이 바뀌어 시간이 지나면 선명함을 잃어버린다. 그런데 희토류 원소는 독특한 전자궤도를 가지기 때문에 다른 물질에 녹거나 결정 속에 들어가도 자신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한다. 덕분에 디스플레이용 산화물에서도 원래의 선명함을 유지하며 빛을 낼 수 있다.
이 밖에도 희토류를 부품으로 사용하는 제품은 다양하다. 텔레비전 형광체에 사용돼 컬러 텔레비전이 등장하도록 도왔고, 유리와 렌즈의 착색제, 반도체와 LCD의 연마제 등에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또 탱크의 레이더시스템이나 전투기 스마트폭탄의 부품에도 들어가며 제강, 합금제, 스테인리스, 석유정제 등에도 사용된다. 일일이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은 곳에 희토류가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희토류는 이름처럼 매장량이 극히 드문 물질은 아니다. 희토류로 분류되는 원소의 대부분은 은보다 흔하고 납보다 매장량이 많다. 대표적인 희토류 금속인 세륨(Cerium)은 지구에서 25번째로 흔한 원소다. 우리나라만 봐도 과거에 북한 땅에서 희토류가 생산됐고, 최근에는 강원도 양양에서 대규모 희토류가 발견됐다는 소식도 나왔다.
실제로 비교적 흔한 희토류가 일반인들에게 희귀하게 생각되는 이유는 희토류의 물리?화학적 성질 때문이다. 희토류 원소들은 주기율표에서 원자번호 57번 란타넘에서 71번인 루테늄(Ruthenium)까지의 원소와 21번인 스칸디움, 39번의 이트륨이다. 이들은 밀도와 녹는점, 열전도도 등의 성질이 비슷하다. 그러다보니 이들을 화학적으로 분리해 사용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참고로 설명하자면 희토류 금속은 대부분 17개의 원소가 동시에 발견된다. 철광석이나 각종 탄산염과 인산염 속에서 희토류가 발견되면 17개가 조금씩 다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성질이 비슷해 땅 속에서 오랜 세월동안 진행되는 지질 변화에도 서로 분리되지 않았다. 또 같은 성분이 뭉쳐있는 다른 금속과 달리 희토류는 작은 분량으로 여기저기 흩어져서 존재한다. 때문에 부품에 사용할 수 있는 정도로 희토류를 모으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것이다.
희토류 금속을 분리해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이온교환, 부분결정, 액체-액체 추출 같은 기술 덕분이다. 하지만 17개의 원소를 각각 분리하려면 여러 번의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하고, 라듐 같은 위험한 방사능 물질도 감수해야 한다. 물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 비용도 상당히 많이 든다. 그래서 세계 전체 희토류 생산량의 97%를 차지하는 중국도 사람이 적은 내몽고 황무지에서 희토류를 생산한다.
사실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전체 25~30% 정도에 불과하다. 구소련이었던 국가들과 미국, 호주 등에도 중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적은 양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 환경오염에 대한 위험과 희토류 채취과정의 까다로움은 있지만 중국이 아닌 곳에서도 희토류를 개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옛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희토류 금속처럼 지구 전체에 퍼져 있는 좋은 구슬도 첨단 산업에 활용할 수 있게 분리하고 가공해야 보배처럼 쓸 수 있다. 첨단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도 희토류를 해외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구슬 꿰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중국은 선장의 체포에 강하게 반발했다. 9월 16일부터 24일까지 다섯 차례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 강력하게 항의했고, 여덟 차례 성명도 발표했다. 경제적 압력도 가하기 시작했다. 9월 21일부터는 일본의 일반 화물 통관검사를 강화했고, ‘희토류(稀土類)’ 수출도 금지했다. 중국의 요구는 선장을 즉시 석방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조치에 압박감을 느낀 일본은 9월 24일 중국 선장을 석방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두 나라의 작은 분쟁이 일단락되자 세계인의 관심이 희토류로 몰렸다. 중국이 일본을 압박한 카드로 사용돼 일본이 백기를 들게 한 희토류, 그 정체는 무엇일까?
희토류는 지각(地殼)에 극소량만 함유돼 있는 희소금속의 한 종류다. ‘땅 속에 거의 없는 물질(rare earth elements)’이라는 영어를 일본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희토류라는 이름이 탄생했고, 우리나라도 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희토류에 포함되는 광물은 란타넘(lanthanum)계열의 15개 원소와 스칸듐(scandium)과 이트륨(yttrium)을 포함한 17개의 원소를 말한다. 이들은 금속 형태로서는 반응성이 크고 합금을 만들기에 유리하다. 또 열도 잘 전달하는 성질이 있다.
1700년대만 해도 희토류 금속의 사용 용도는 렌즈 연마용뿐이었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희토류의 몸값이 뛰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희토류의 하나인 ‘네오디뮴(neodymium)’으로 강력한 영구자석을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희토류 합금으로 만든 영구자석은 기존보다 2배 이상 강력했다. 작고 가벼우며 강력한 영구자석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네오디뮴 자석은 오디오와 휴대전화, 전기모터, 이어폰 등 첨단 전자제품에 혁명을 가져왔다. 기존보다 훨씬 작고 성능이 좋은 제품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30년 전에는 명함조차 없던 네오디뮴 자석이 이제는 세계 자석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영구자석은 풍력발전기와 전자자동차용 모터의 핵심부품이라 ‘녹색산업의 필수품’으로도 불린다. 도요타의 전기자동차 ‘프리우스’에 들어가는 모터 역시 네오디뮴 자석이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희토류는 독보적이다. LCD를 비롯한 디스플레이들은 내부 산화물에 발광물질(發光物質) 입자를 넣어 빛을 낸다. 보통의 발광물질들은 산화물에 들어가면 화학적인 성질이 바뀌어 시간이 지나면 선명함을 잃어버린다. 그런데 희토류 원소는 독특한 전자궤도를 가지기 때문에 다른 물질에 녹거나 결정 속에 들어가도 자신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한다. 덕분에 디스플레이용 산화물에서도 원래의 선명함을 유지하며 빛을 낼 수 있다.
이 밖에도 희토류를 부품으로 사용하는 제품은 다양하다. 텔레비전 형광체에 사용돼 컬러 텔레비전이 등장하도록 도왔고, 유리와 렌즈의 착색제, 반도체와 LCD의 연마제 등에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또 탱크의 레이더시스템이나 전투기 스마트폭탄의 부품에도 들어가며 제강, 합금제, 스테인리스, 석유정제 등에도 사용된다. 일일이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은 곳에 희토류가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희토류는 이름처럼 매장량이 극히 드문 물질은 아니다. 희토류로 분류되는 원소의 대부분은 은보다 흔하고 납보다 매장량이 많다. 대표적인 희토류 금속인 세륨(Cerium)은 지구에서 25번째로 흔한 원소다. 우리나라만 봐도 과거에 북한 땅에서 희토류가 생산됐고, 최근에는 강원도 양양에서 대규모 희토류가 발견됐다는 소식도 나왔다.
실제로 비교적 흔한 희토류가 일반인들에게 희귀하게 생각되는 이유는 희토류의 물리?화학적 성질 때문이다. 희토류 원소들은 주기율표에서 원자번호 57번 란타넘에서 71번인 루테늄(Ruthenium)까지의 원소와 21번인 스칸디움, 39번의 이트륨이다. 이들은 밀도와 녹는점, 열전도도 등의 성질이 비슷하다. 그러다보니 이들을 화학적으로 분리해 사용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참고로 설명하자면 희토류 금속은 대부분 17개의 원소가 동시에 발견된다. 철광석이나 각종 탄산염과 인산염 속에서 희토류가 발견되면 17개가 조금씩 다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성질이 비슷해 땅 속에서 오랜 세월동안 진행되는 지질 변화에도 서로 분리되지 않았다. 또 같은 성분이 뭉쳐있는 다른 금속과 달리 희토류는 작은 분량으로 여기저기 흩어져서 존재한다. 때문에 부품에 사용할 수 있는 정도로 희토류를 모으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것이다.
희토류 금속을 분리해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이온교환, 부분결정, 액체-액체 추출 같은 기술 덕분이다. 하지만 17개의 원소를 각각 분리하려면 여러 번의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하고, 라듐 같은 위험한 방사능 물질도 감수해야 한다. 물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 비용도 상당히 많이 든다. 그래서 세계 전체 희토류 생산량의 97%를 차지하는 중국도 사람이 적은 내몽고 황무지에서 희토류를 생산한다.
사실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전체 25~30% 정도에 불과하다. 구소련이었던 국가들과 미국, 호주 등에도 중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적은 양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 환경오염에 대한 위험과 희토류 채취과정의 까다로움은 있지만 중국이 아닌 곳에서도 희토류를 개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옛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희토류 금속처럼 지구 전체에 퍼져 있는 좋은 구슬도 첨단 산업에 활용할 수 있게 분리하고 가공해야 보배처럼 쓸 수 있다. 첨단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도 희토류를 해외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구슬 꿰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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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2-22
답글 0
우리나라도 희토류를 경제적인 관점이 아닌 국가안보차원에서 다뤄야 합니다.
중국이 전세계희토류의 90%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이상 우리에 안보또한 위협받을수있는것이지요.
2011-02-21
답글 0
희토류가 산업등에 갈수록 필요하기에 국가에서도 안보차원에서 접근함이 좋을 듯합니다.
2011-02-21
답글 0
우리네도 희토류 같은 존재가 되어야지요....?/!
2010-12-30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