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10년 동안 쌓인 치킨과 맥주, 통풍으로 나타난다

<KISTI의 과학향기> 제2189호   2014년 08월 06일
치킨과 맥주를 줄여 부르는 치맥, 무더운 여름 저녁의 인기 메뉴다. 하지만 치맥 앞에 침만 꿀꺽 삼켜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통풍 환자다.

통풍은 혈액 내 요산의 농도가 높아질 때 생긴다. 배출되지 못한 요산이 혈액을 통해 관절의 연골과 힘줄, 주위 조직으로 침투해 염증을 일으킨다. 요산은 염증의 형태로 관절 안에서 뭉치고 딱딱해지면서 관절을 변형시키고 신장에 돌을 만들기도 한다.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고 해서 통풍이라 병명이 붙을 만큼 통증도 심하다.

통풍 환자의 90%는 남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통풍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지난해 29만 2113명으로 그 중 남성이 26만 6320명(91.17%)이었다. 연령별로는 40~50대가 약 절반(13만 2759명)으로 가장 많다.

■ 통풍 환자의 절반은 술·고기 좋아하는 40~50대 남성

통풍은 요산의 농도가 높을 때 생긴다. 요산은 핵산의 구성성분인 퓨린이 체내에서 대사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지는 최종 분해 산물이다. 단백질을 음식으로 섭취하면 그 안에 핵산 성분이 있고, 핵산 성분인 퓨린이 체내에서 대사과정을 거치면서 요산이 된다. 따라서 치킨 같은 고단백 식품일수록 퓨린 함유량도 높다. 맥주 역시 주원료인 맥주보리에 퓨린이 많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술과 고기를 즐기던 부유층이나 왕이 많이 걸린다고 해서 ‘부자의 병’, ‘왕의 병’이라고 불렀다. 나폴레옹과 알렉산더 대왕, 영국의 헨리 8세도 통풍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 역시 식습관의 변화로 지난 2009년 20만 1131명이던 환자가 4년 새 9만 982명(45.24%)늘어 이제는 30만 명(29만 2113명, 2013년)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여름은 통풍 환자 수가 가장 많은 계절이다. 햇볕과 높은 습도에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혈액 속의 요산의 양은 일정해도 체내 수분량이 줄어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남성 호르몬과 나이 탓도 있다. 요산은 신장에서 배출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신장 기능이 약해지면서 요산 배출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 또 남성호르몬은 신장에서 요산의 재흡수를 촉진해 혈중 요산 농도를 높게 한다. 반면 여성 호르몬은 신장에서 요산의 재흡수를 억제해 배출을 촉진하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 주로 폐경기 이후 통풍이 나타난다.

피로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가 많거나 수술을 받은 경우, 무리한 운동으로 몸이 피로해지면서 체내 노폐물이 쌓이게 되는데 이 때 요산도 함께 남는다.

가족력도 영향을 미친다. 전체 통풍 환자의 3~6%를 차지하는 25세 이하의 환자의 경우 80%는 가족력이 원인이다.

요산 농도의 기준치는 남자는 7.0mg/dl(milligram per deciliter, 데시리터 당 밀리그램, 콜레스테롤·혈당의 단위), 여자는 6.0mg/dl로 통풍 환자의 약 98%가 기준치를 넘는다.

■ 발가락이 붉고, 붓고 찌르는 듯이 아프다면?

증상은 관절 주위가 붉게 변하면서 붓고 찌르는 듯한 느낌을 동반한다. 주로 무릎과 그 아래 부분, 특히 엄지발가락에서 많이 나타나지만 손가락 등 관절이 있는 곳이라면 어느 부위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통증은 갑자기 발생할 때가 많은데 보통 늦은 밤이나 새벽, 아침에 일어날 때 느끼는 경우가 많다. 통증은 몇 시간 이내 사라지거나 하루나 이틀 정도 이어지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 몇 주간 계속 되기도 한다.

치료를 받아 증상이 없어지더라도 다수의 환자는 6개월에서 2년 사이 증상을 다시 경험한다. 하지만 치료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치료 받지 않은 경우, 증상의 빈도는 시간이 갈수록 더 길고 심해진다.

통풍 진단을 받고 10년 정도 지나면 귓바퀴에 마치 물사마귀 같은 요산염 덩어리가 생긴다. 그리고 20년 정도 지나면 환자의 1/4 정도는 손가락이나 손, 발가락과 발목, 무릎 등에도 울퉁불퉁한 요산염 결정이 생기면서 관절이 뻣뻣해지고 통증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관절 변형도 일어나 손과 발의 형태가 변하기도 한다.

진단은 혈액 검사를 통해 요산 농도를 측정하거나 통풍이 의심되는 관절에 주사기로 윤활액을 뽑아내 요산염 덩어리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치료는 요산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요산 이뇨제와 요산 생성 억제제 등을 사용한다. 전문가들은 “통풍은 완치가 되는 병이 아니다.”라며 “통증이 없어졌다고 약을 끊었다가 혈관이나 심장, 신장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흔하다.”라고 조언했다.

■ 고기보다 계란으로 단백질 섭취를!

통풍을 예방하고 요산 농도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식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치맥은 금물. 특히 닭과 돼지고기 같은 육류와 맥주, 특히 소고기 등 붉은 고기와 동물의 간과 내장, 고등어와 꽁치 등 푸른 생선, 새우 등에 퓨린 성분이 많다. 하지만 단백질도 우리 몸에 필수 영양소이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를 위해 고기보다 우유나 계란, 치즈 등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에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물은 체내 수분량을 늘려 요산의 농도를 낮춘다. 전문가들은 “과일주스나 청량음료에 함유된 과당은 오히려 혈액 속에 쌓인 요산의 배출을 억제시키기 때문에 음료보다는 일반 생수가 좋다.”라고 조언했다.

요산의 농도는 단시간에 올라가지 않는다. 10년 이상 차곡차곡 쌓여 통풍을 유발한다. 결국 20~30대 음주와 식습관이 40~50대에 이르러 치킨과 맥주 앞에 침만 삼키고 돌아서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 건강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지만, 가끔 치맥 대신 상큼한 화채로 더위도 달래고 건강도 챙겨보는 건 어떨까.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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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점   별 5점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201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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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먹는 박사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읽었음니다! 이병에 치료약이있어서다행이군요:):):):):):)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2014-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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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 평점   별 5점

안녕하세요, KISTI의 과학향기 편집부입니다. 의견 보내주시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고견 덕분에 과학향기가 더욱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습니다. 확인 결과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먹는 음식에 퓨린 성분이 많은데, 그것을 표현하는데 조금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퓨린에 대한 설명 부분을 수정하였습니다. 앞으로도 KISTI의 과학향기를 애용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정아님,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2014-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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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 평점   별 5점

안녕하세요^^ KISTI의 과학향기 편집부입니다. 과학향기에 관심과 애정 보내주시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먹는 음식에 퓨린 성분이 많은데 이를 표현하는데 조금 실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퓨린에 대한 본문 내용은 수정해 두었습니다. 답변 내용이 앞선 퓨린에 대한 댓글과 유사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과학향기를 애용해주시길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2014-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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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KIN
  • 평점   별 1점

퓨린은 단백질이 아니라 DNA,RNA,ATP,NADH의 구조 중에서 고리 2개달린 염기 아닙니까?

20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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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주
  • 평점   별 5점

과학의 향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 생활에 유익한 내용이 많아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좋은 내용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20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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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 평점   별 4점

유익한 정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만 말씀드리면, 요산의 전구체인 퓨린(purine)은 단백질의 일종은 아니고,
복소환 방향족 화합물로서, 그 예로는 핵산을 구성하는 뉴클레오사이드(nucleoside)의 염기(nitrogenous base) 부분인
아데닌(adenine), 구아닌(guanine) 등이 있습니다.

20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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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
  • 평점   별 4점

잘 읽고 갑니다. 저는 50대 후반의 남성으로 가족력은 없으나 워낙 육고기를 좋아해 40대 중반부터 통풍(gout)을 앓아왔습니다. 현재 8번 정도 통풍발작이 있었습니다. 음식물을 조절하려고 국내외 사이트를 뒤졌으나, 지방질과 등푸른 생선 섭취를 줄이라는 점은 일치하지만 이외의 음식물에 대해서는 제각각입니다. 운동을 열심히하면 좋을줄 알았으나 본문에도 지적되었듯이 땀을 많이 흘리면 혈중 요산농도가 올라가 되레 해가 되니 운동도 적당히 해야하는 고약한 병입니다. 보건소에서 간단하게 혈액검사로 요산수치를 알 수 있으니 약을 처방받아 고통에서 벗어나십시오.

20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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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환
  • 평점   별 5점

잘 보았습니다. 저도 한 때 통풍으로 고생한 적이 있기는 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얼마든지 그런 위험성은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주의해야 하겠구나 하고 느끼고는 한답니다. 좋은 말씀 잘 들었고 아무튼 더운 여름 여러분들도 건강에 유의하시기를 바랍니다...!

20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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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차 통풍
  • 평점   별 5점

잘 보고 갑니다. 제 경험상 평상시에는 식이요법, 그리고 필요하시다면 약물을 병행하시고...급성으로 통증이 진행될 느낌이 오실 때는 한방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한 번 아프면 몰핀도 통증을 못 잡더라구요.통풍은 정말 무서운 병입니다. 건강관리 잘하세요~

20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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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욱
  • 평점   별 5점

....우얄꼬?

20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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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 평점   별 5점

고기를 사랑하는 한국인에게 치명적이네요...퓨린과 요산...흠....

20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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