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과학향기 Story] AI 전문가, 인간과 함께 미래 유망기술을 꼽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123호   2024년 12월 30일
2024년 한 해를 관통하는 기술을 꼽자면? 비록 과학을 잘 모를지라도 쏟아지는 뉴스와 콘텐츠를 통해 한 번쯤 들어봤을 OpenAI의 ‘챗GPT’가 가장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작년 말 과학계를 중심으로 퍼진 생성형 AI 기술 열풍은 그 기술적 파급력으로 인해 학계와 산업계를 넘어 사회 일반에 인공지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게끔 했다.
 
오랜 투자와 연구 끝에 나타난 신기술이 글로벌 기술 경쟁으로 이어지는 오늘날, 생성형 AI 기술과 함께 살아갈 미래의 유망기술은 무엇일까? 과학기술과 산업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 관리, 분석해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기술을 발굴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2000년대 중반 이래 매년 국가와 산업계의 발전에 도움이 될 미래 기술을 분석, 제시해 왔다.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KISTI의 2024년도 미래유망기술컨퍼런스에서 손꼽힌 기술은 무엇인지, 그 기술을 둘러싼 논점과 함께 살펴보자.
 
인간-AI 전문가가 함께 미래 기술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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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KISTI 2024 미래유망기술컨퍼런스 현장 ⓒKISTI
 
KISTI의 올해 컨퍼런스 주제는 ‘미래를 여는 AI’였다. 2016년 소위 ‘알파고 쇼크’라 불리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과 이세돌 9단의 대국 이후 우리 사회에서 인공지능의 쓸모와 중요성은 꾸준히 강조되어 왔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검색, 글쓰기, 대화 등 보다 일상적인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프로그램이 널리 알려지고 상용화되었다. 정부뿐 아니라 대학, 기업 모두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미래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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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2024년 10대 미래 유망기술 분석 과정. 딥 러닝, 계량서지학적 분석 다음 단계로 AI 전문가가 도입되었다. ⓒ2024년 미래유망기술컨퍼런스 발표자료집
 
컨퍼런스의 첫 강연을 맡은 김소영 KISTI 미래기술분석센터 팀장은 생성형 AI를 유망기술 발굴을 위한 파트너로 맞이했다. 기존 유망기술 발굴은 4,000여 개의 과학기술분야를 대상으로 빅 데이터 딥 러닝, 계량서지학적 지표 분석 등을 진행하고, 성장가능성, 최신성, 부상성 등의 키워드로 추려낸 약 6%의 소수 분야에 대해 인간 전문가와 심층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분석의 특징은 인간 연구자가 설정한 AI 전문가가 그 역할을 대신한 데 있다. 연구팀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여러 과학 분야의 AI 전문가 풀을 구성하고, 각 기술에 대한 정성‧정량 평가를 했다. 실증 데이터와 비교 후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까지도 AI가 활용되었다.
 
인간은 AI를 믿고 사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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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2024년 KISTI 선정 10대 미래유망기술 ⓒKISTI 유튜브
 
KISTI의 인간-AI 연구팀이 예측한 미래 고성장 과학기술의 주요 주제는 크게 셋으로 나뉜다. 첫째는 AI의 진보와 과학기술의 공진화, 둘째는 AI와 인간의 상호작용과 사회적 책임, 셋째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AI 기술이다.
 
인간 전문가와 AI 시스템이 협력하여 새로운 단백질 구조나 미지의 뇌 신경회로를 분석하는 방법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만큼 AI 기술의 성장과 과학기술 연구의 얽힘은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김 팀장은 이러한 공진화 과학기술 분야로 ▲신뢰와 보안을 강화하는 AI 혁신 기술 ▲미래 AI를 선도하는 광자 및 뉴로모픽 기술 ▲AI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및 신경영상 기술 ▲AI 기반 의료 영상 진단 및 예측 기술 등 4개 분야를 꼽았다. 특기할 만한 점은 전년도 유망기술로 선정된 바 있는 광자 및 뉴로모픽 기술이 재선정되면서, 하드웨어(반도체 소자) 측면보다 소프트웨어(컴퓨팅 기술) 측면이 강조됐다는 것이다.
 
AI의 쓰임이 광범위해지고 고도화되는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그것이 바로 두 번째, 세 번째 주제와 관련된 AI 기술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이다. 생성형 AI 프로그램이 사용자 다수의 과업을 줄여 주는 한편, 딥페이크 이미지 등 저질 데이터가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책임’ 주제에는 ▲인간-AI/로봇 시스템 상호작용의 신뢰성 확보 기술 ▲AI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문제 해결 기술 등 2개 분야가 꼽혔다.
 
마지막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AI’ 주제는 앞선 두 과제보다 아직 데이터가 많지 않다. 다만 연구팀은 ‘AI와 기후변화를 동시에 해결하는 국가가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전망에 주목했다. AI 기술에 쓰이는 에너지가 기후변화에 치명상을 주고 있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주제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 예측 및 지구자원 관리 기술 ▲기후변화와 생태계 대응을 위한 탐지와 모델링 기술 ▲농업 지속가능성 및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한 AI 기술 ▲순환 경제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AI 기술 응용 등 4개 분야가 선정되었다.
 
국내 최대의 과학기술·산업 국제 컨퍼런스인 미래유망기술컨퍼런스에는 매년 다수의 산학연 관계자가 자리한다. 연구 및 산업 일선에 있는 인간 전문가는 AI와 함께한 미래 예측 결과에 어떤 감상을 품었을까? 이미 많은 연구자가 AI 전문가와 협력의 길을 닦고 있다. 이보다 많은 대중이 새로운 과학기술 연구의 성과에 주목하는 만큼 AI를 활용한 연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질문할 것이다. 세계 속에 경쟁할 AI 유망기술은 이 점을 놓쳐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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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맹미선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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