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숭례문 화재, 보고도 못 끈 이유

<KISTI의 과학향기> 제722호   2008년 02월 20일
2008년 2월 11일 새벽, 대한민국 국보1호 숭례문이 불로 무너졌다. 전날 오후 9시께 방화가 시작된 지 5시간만의 일이다. 중부소방서는 불이 난지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화재 초기에 불길을 잡는 듯 했다. 이때까지 소방당국은 숭례문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마치 비가 오는 것처럼 숭례문 지붕 위로 물을 뿌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붕 위로 피어나던 연기는 그치지 않았다. 급기야 10시 40분 불길이 2층 누각으로 번졌다. 연기는 시간이 갈수록 심해 졌고, 결국 불꽃이 누각 바깥으로 새 나오기 시작했다. 20층 높이까지 오를 수 있는 사다리를 갖춘 소방차를 비롯해 88대가 총출동했지만 숭례문은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뻔히 보고도 끄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불은 가연성 물질이 공기 중에 산소를 만나 열에너지를 만들며 급격히 일어나는 산화반응이다. 불을 끄려면 불타는 물체의 온도를 떨어트려 열을 제거하거나 산소 공급을 차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소방당국이 뿌린 물줄기는 불에 직접 닿지 않아 열을 식히지 못했다. 소방당국이 숭례문의 건축구조를 사전에 충분히 알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숭례문의 2층 지붕은 전통 목조건축 양식을 따르고 있다. 지붕 위쪽부터 살펴보면 기와와 보토(진흙)층, 석회층, 적심(지붕에 넣은 원목), 개판(널판지), 서까래(통나무)로 된 6겹 구조다. 문화재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1961~1963년 숭례문 보수공사를 할 때, 기와 바로 밑에 있는 보토층에 석회 성분을 많이 넣었다고 한다. 진흙에 석회를 섞은 것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과 습기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불은 나무를 촘촘히 넣은 적심에 붙었고 내부를 따라 활활 타기 시작했다. 밖에서 볼 때 숭례문의 불길이 잡힌 듯 했지만 자꾸 연기가 나온 이유는 기와와 서까래 사이에 낀 적심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양의 물을 지붕에 뿌렸지만 석회 성분이 방수 효과를 내는 바람에 불이 붙은 부위까지 물이 스며들지 못했다.

본래 물은 불을 끄는 소화제 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꼽힌다. 물의 첫번째 역할은 열을 빼앗아 불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물은 비열이 매우 높다. 비열이란 어떤 물질 1g을 1℃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1cal)을 말한다. 비열이 높기 때문에 다른 물질에 비해 효과적으로 온도를 떨어뜨린다. 게다가 물은 기화열도 높다. 100℃의 물 1g을 수증기로 변화시킬 때 필요한 기화열은 약 539칼로리(cal). 다시 말해 물은 수증기로 변하면서 주변의 열을 많이 빼앗을 수 있다.

수증기로 변한 물은 연소에 필요한 산소 공급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물이 수증기로 변하면 부피가 1700배 가까이 커지면서 화재가 난 공간을 뒤덮어 산소와 접촉을 차단시킨다.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서는 찬 물보다 뜨거운 물이 불을 더 효과적으로 끌 수 있다. 소방차에 뜨거운 물을 싣고 다니지는 않지만 소방서에서는 이 원리를 이용해 안개처럼 물을 흩뿌리는 ‘로이드-레만전법’을 사용한다.

11시 20분께 소방당국이 물 대신 거품식 소화 약제인 ‘산소 질식제’를 투입한 것도 같은 이유다. 비행기나 자동차처럼 폭발위험이 있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물만 뿌려서는 화재를 진화할 수 없다. 물탱크에 ‘포’라는 약제를 뿌리면 소방차에서 분출된 물이 거품으로 변하면서 불이 붙은 물질을 둘러싸서 불을 끄게 된다. 지붕에 물을 뿌려도 불길이 잡히지 않자 산소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불이 난 부위에 직접 뿌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소 질식제’도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11시 50분께 소방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기와 해체작업에 돌입했다. 3시간 동안 지붕에 쏟아 부은 물은 이미 꽁꽁 얼어 있었다. 기와를 들어냈지만 진흙으로 된 보토층이 얼어 미끄러운 지붕에 서서 진화 작업을 펼치기 힘들었다. 누각의 붕괴 위험까지 있어 내부에 들어간 진화 요원들도 철수했다. 결국 불은 2층 지붕을 모조리 태우고 누각과 함께 쓰러졌다.

숭례문 같은 목조 건물에 불이 나면 신속히 발견해 화재 진압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이번처럼 적심에 불이 붙게 되면 서둘러 지붕의 기와를 걷어 내거나 서까래 아래에서 구멍을 뚫어 물을 직접 살수하는 것이 좋다. 더 큰 참사를 막기 위해 귀중한 문화재지만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일반 화재와 문화재 화재에 대한 대책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지만 이제라도 제2의 숭례문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문화재 화재에 대한 진압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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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니....
  • 평점   별 5점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글쓰기 하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200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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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직
  • 평점   별 4점

안타까운 일이네요. 문화재전문가와 함께 진화작업을 했어야 하는 건데, 보수공사때 진흙과 섞은 석회성분때문에 진화를 제대로 못했군요.

200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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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지금도 그 사건을 생각하면 화가납니다. 눈앞에서 뻔히 불길이 활활타오르는데도.. 화재를 진압하지 못하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잃었으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200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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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두
  • 평점   별 5점

왜 이산화탄소 할론 까스 등이 쓰일 수 없었나요.

2008-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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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두
  • 평점   별 2점

왜 이산화탄소 할론가스는 쓰이지 못했나요.
천정 밑으로 구멍만 내면 바로 쏘아 넣을 수 있었을 텐데.
목조 건물을 수십번 태워도 규정은 변함이 없지요.
물 외에는 싣고 갈 수단이 없나요.
어디 목조 건축물이 한두 번 탄나요.
목조 건축이 탈 때 왜 밑에서 천장을 뚫어 포와 가스를 주입할 생각을 못하고 지붕 위에 물을 뿌립니까?
눈물만 뚝 뚝

2008-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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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원
  • 평점   별 5점

설이라서 부산으로 할머니댁에 갔다가 오는 길이었는데 택시 기사 아저씨께서 그러시더라구요. 숭례문에 불 붙었다고... 그리고 근처를 지나면서 숭례문에서 나는 연기를 보았어요. 그때까지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는데~ 그 후 집에 도착해서도 12시가 넘어서도 불은 안 꺼지더라구요. 결국 숭례문이 2층 누각까지 모두 무너져 내리는 것까지 보고는 잠이 들었어요. 집에서도 보면서 너무 아찔했어요. 새로 다시 복원하면 뭐해요. 역사는 사라졌는데......

2008-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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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잉
  • 평점   별 3점

굿

2008-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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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
  • 평점   별 5점

알았는데..말로만하지말고 직접와서 꺼보지그러셔 !!!
화재현장에 있지도 않았으면서 이런식으로 말로는 무슨애기를 못하겠나~~

200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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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은
  • 평점   별 5점

우리 소방사들은 건축도를 지금이라도 알아야 할 것 같다.진짜로 말하자면 우리 소방사들의 교육 책의 내용이 부족한 것 같다.그것도 우리 나라는 UN이 정한 물부족 국가인데 3시간 동안 물로 껐다니 말이 않된다.
숭례문은 조상들이 힘들게 지은 것인데 단 몇 분에 탔다.그것도 숭례문은 국보 1호이다.
정말로 유창준님의 0446983기술만 익혔더라면 소중한 문화재를 비참하게 불에 타지는 않았을텐데.

200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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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식
  • 평점   별 5점

2008년 2월 10일은 문화적 국치일이라 할 만큼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국보1호 숭례문이 소실되는 참담함을 지켜보는 온 국민의 가슴속에 무너져 내리던 5시간의 고초는 실로 감당하기가 어려운 지경 이였다.
반사회적 증오자로 각인된 불지른 채 씨는 자신의 삶의 터전을 앗아가고도 기대에 못 미치는 토지보상비에 분통이 터졌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과정에 우월적 지위에 있는 건설회사와 공권력이 공익을 앞세우며 개발이익을 독차지하면서도 자기 말은 외면한 채로 망동을 부리는 늙은이로 몰아감에 광분하여 문화재방화라는 외골수로 치달은 것이 아닌가. 이로 인하여 우리사회는 무자년 모두에 문화유산의 관리에 허점이 여실이 들어났고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와 200억이라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시키고 말았다.
이러한 우월적 지위의 남용의 극치는 삼성비자금 로비에서 실증적 체험을 하고 있다 하겠다. 앞으로 전모가 소상히 밝혀지겠지만 자금력의 우월성, 정보력, 인맥과 두뇌, 방법론의 우월성을 바탕으로 장애의 극복과 수익창출이 탁월하여 세계적 선도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그룹이이였다. 자랑스러운 최고의 국적기업으로서 앞장서서 경제를 살려야 하는 절박한 이 마당에 각종 비리의 온상이자 지탄의 대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에는 전혀 힘을 기울이지 못하고 특검을 받고 있음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개발연대에 선별적 집중투자와 거점개발로 국민경제의 도약기반을 튼실하게 조성한 군벌통치도 문민이 여린 시절에 그 조직통제력과 기획, 작전력의 우월성으로 장기독제정권을 영위하는 바람에 온 국민은 위대한 영도자와 영부인을 잃는 슬픔을 겪어야 했다. 명분이야 국가의 근본을 바로잡고 국민을 위한다하지만 사사건건 시비와 정쟁에 휘말리는 집단이기주의로 하늘이 돕는 기회도 속절없이 날려버리는 점진적 분쟁의 고질적인 촉발은 가늠할 수 없는 사회적비용을 온 국민이 부담하게 한다.
한번 질서가 깨지면 그 무질서는 걷잡을 수 없이 ...

200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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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못미
  • 평점   별 5점

숭례문아 지못미.....

200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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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 평점   별 5점

그랬구나..;

200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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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선
  • 평점   별 5점

이래서 불탔군요.

200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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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박싫어
  • 평점   별 5점

원래 전경이 지키던것을 무인경비로 바꾼시장이 대국민사과를 해야한다.
관리예산을 삭감하고, 아무런 대비 대책없이 열어놓고, 그 공만 가로챈 땅박시장이 있지 않은가?

아무리 과학기술이 좋으면 뭘하나? 땅박같은 놈이 삽질하는데.

200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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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혀...
  • 평점   별 5점

역시 정말 좋은정보 감사드리고요 정말 위엣분들 말슴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라는 말이
우리나라는 꼭 사건에 미리 대비를하는것이아니고 허술한 곳에 문제가생기면
일터지고 나서야 대비를하다니.. 선진국들좀보셈.. 일본보세요 국보도 아닌
그냥 일반 유적하나에도 감시카메라 에 소화전 정말 철저함.. 우리나라도
이제 다시는 그런일이안생기기를 빔니다..ㅠㅠ

200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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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ilee
  • 평점   별 5점

무지와 방관이 귀중한 문화재 하나를 잃게 만들었네요

200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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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벨
  • 평점   별 5점

ㅠ숭례문도 속타고.. 국민들도 속타고... 좀더 빠른 대처와 안전조치가 필요한것같네요

200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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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지
  • 평점   별 5점

안타깝네. 우리나라 국보 제 1호가 처참하게 타버렸으니...

200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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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 평점   별 5점

이런.. 맞네! 맞아 소읽고 외양간 고치는 격!!!

200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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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 평점   별 5점

국보1호를 태워먹고 서야 경험을 쌓게 되다니... 으이구.

200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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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준
  • 평점   별 5점

KISTI에도 올라 있는 것이지만 특허 제 0446983 호 기술을 적용하였더라면 다 태우지는 않았을 것.

200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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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귀수
  • 평점   별 5점

방화가 방화를 자축한 결과 다. 소방 교육이 문제인가,? 머리가 부족,? 아니면 바보소방관이 비번 이다 보니,....... 앞으로는 잘 해 보겠지.

200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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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 평점   별 5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더니,,ㅉㅉ
다음엔 이런일 업엇음 조켓네.

200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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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이
  • 평점   별 5점

관리도 중요하고, 불끄는 방법도 중요하고,,모든걸 소홀히 하지않고 꼼꼼히 준비한다면,,이런 참사는 다신 일어나지 않겠죠..윽-

200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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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 평점   별 5점

물탱크에 포라는 약제를 넣는 게 아니라 포가 바로 거품의 한자표기입니다. 거품을 발생시키는 여러가지 약제 중 한 가지를 물에 타서 거품을 만드는 것인데 요즘은 계면활성제를 많이 씁니다. 그리고 기와를 해체해도 안에 흙이 꽉 차 있기 때문에 흙을 다 걷어내지 않는 한 적심을 적실 수는 없읍니다. 밑에서 천장 개판을 뜯어내고 적심에 물을 쏘아야 되는데 그걸 승인할만큼 화재가 위험 수준에 이르면 이미 너무 위험한 상황이 돼서 할 수 없게 됩니다.
앞으로는 이런 경우 초기에 천장 개판을 반드시 뜯어 내서 물을 쏘아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석회성분 때문에 물이 스며들지 못했다고 하는데, 석회 아니라도 지붕은 원래 방수가 되는 곳입니다. 기와지붕에 비 온다고 물 스며들지 않습니다.

200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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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자
  • 평점   별 5점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200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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