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스키장 눈으로 눈싸움 못하는 이유?

<KISTI의 과학향기> 제717호   2008년 02월 08일
스키 시즌이다. 예전에는 주로 눈이 많이 오는 강원도에 스키장이 있었지만 요즘은 지역에 상관없이 스키장이 있다. 지난해 말 부천에 276m의 메인 슬로프를 가진 실내스키장이 개장했고, 심지어 사막지역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도 450m의 메인 슬로프를 가진 실내스키장이 있다. 눈 내리지 않는 지역에도 스키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한 주인공은 바로 인공설(人工雪)이다.

인공설은 제설기로 만들어진다. 2006년 2월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도 예측할 수 없는 알프스의 날씨 탓에 제설기를 10대나 동원했다. 일명 ‘눈 쏘는 대포’로 불리는 제설기는 눈을 쏘는 게 아니라 5마이크로미터(μm, 100만분의 1m) 이하의 작은 물방울을 분사한다.

공기 중으로 분사된 물방울은 제설기 내부에 비해 줄어든 압력으로 차가워지고 팽창을 하면서 결정핵을 만든다. 여기에 물방울들이 달라붙으면 순식간에 얼면서 인공설이 탄생한다. 이때 공기 중의 습도는 60%보다 낮아야 하고, 기온도 영하 2~3℃ 이하여야 한다. 만약 공기 중 습도가 높으면 물방울이 열을 잘 빼앗기지 못해 분사된 물방울이 그대로 떨어질 수 있다. 국내 스키장에서 쓰는 제설기는 보통 한 시간에 8톤의 물을 눈으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기온이나 습도를 맞춰야 하는 까다로움 때문에 제설기 대신 제빙기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제빙기는 이미 만들어진 얼음을 갈아서 뿌리기 때문에 기온, 습도 등의 환경에 상관없이 눈을 만들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도 스키장이 운영될 수 있는 이유다. 대신 제빙기 한 대는 4억원으로 제설기보다 4배나 비싸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설은 자연설에 비해 습도가 매우 낮다. 자연설은 습도가 높아 잘 뭉쳐지지만, 인공설은 잘 뭉쳐지지 않는다. 이는 마치 물 없는 밀가루는 뭉치기 힘들지만 물을 타면 쉽게 뭉쳐지는 원리와 같다. 스키장에서 눈싸움을 하기 위해 눈을 뭉쳐본 사람은 잘 뭉쳐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것이다.

스키장에는 수분이 적어 잘 뭉쳐지지 않는 인공설이 좋다. 자연설은 기온이 올라가거나 여러 사람이 스키를 타면 마찰열을 받아 쉽게 물로 바뀐다. 스키장은 질척거리게 돼 넘어지기라도 하면 온 몸이 축축하게 젖는다. 스키를 타는 박진감도 반감된다. 물은 얼음에 비해 점성이 높아 스키의 속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또 인공설은 자연설에 비해 마찰력이 큰 장점이 있다. ‘미끄러져야 하는’ 스키에 마찰력이 큰 것이 왜 장점이 되나 싶겠지만 스키나 보드가 잘 미끄러지려면 역설적으로 반드시 마찰력이 필요하다. 스키면과 지면 사이에 발생한 마찰력이 열을 일으키고, 이 열로 순간적으로 눈이 녹으면서 스키가 미끄러진다. 스키와 보드를 타려면 마찰력이 필수인 셈이다.

그럼 왜 인공설이 자연설보다 마찰력이 더 큰 것일까. 비밀은 눈의 형성 속도에 달려있다. 자연설은 작은 얼음 알갱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동안 물방울이 천천히 달라붙어 생겼지만 인공설은 물이 순식간에 얼면서 생긴 것이다. 자연설은 온도나 습도의 변화에 따라 비늘잎에서 나뭇가지, 별 모양까지 다양한 결정 모양을 갖지만 인공설은 빈틈이 없는 얼음알갱이에 가깝다. 따라서 자연설은 결정이 쉽게 부서지고 결정과 결정 사이의 공간이 넉넉하지만 인공설은 방패 모양으로 결정이 뾰족하고 단단해 마찰력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키어 가운데는 인공설보다 자연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인공설에 비해 슬로프 면이 부드럽고 방향을 바꿀 때 ‘눈이 흩날리는 맛’이 있다는 이유다. 또 결정 모양 때문에 인공설은 밟을 때 부드럽지 않고 ‘뽀드득’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스키 타는 맛’에는 물리적인 측면뿐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도 강하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전 세계 스키 리조트들이 과거보다 빈번하게 인공설을 만드는 것에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인공설 제조에 과도한 물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산악 지대를 건조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겨울철 일부 계곡에서 이전보다 70%나 적은 물이 흐르고 있다고 한다. 제빙기로 만든 인공눈이 스키어들에게 ‘행복한 겨울’을 만들어주지만 반드시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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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직
  • 평점   별 4점

인공설 만드는 원리와 방법은 텔레비전에서 봤습니다. 제빙기가 제설기보다 비싸다는 사실은 몰랐네요. 인공설이 스키어 들에게는 더 스릴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다지만 그래도 자연의 느낌이 더 좋은 것 같아요. 뭉쳐지지 않는 눈은 조금...

20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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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뭐든 자연스러운게 최고 아닐까 싶네요.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에 스키를 즐기는 분들에게 인공눈은 필수이겠지만 인공설을 만드는데 많은 물이 필요하다고 하니 조금 아깝기도 하네요.

200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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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ND
  • 평점   별 4점

인공설과 자연설의 구분이 없다는 의견에 동감. 대기건조도의 영향에도 동감.

200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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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ND
  • 평점   별 5점

스키 바닥의 눈이 순간적으로 녹아서 미끄러진다는 설은 최근에 부정된 학설입니다. 녹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압력으로 녹이려면 사람천명이 스키 한개위에 올라타야 합니다.

200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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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ND
  • 평점   별 5점

눈이 잘 뭉쳐지고 말고는 1)기온, 2) 공기습도, 3) 공기압력 으로 결정됩니다. 그중 기온이 가장중요한데, 더 정확히 말하면 공기의 노점온도, 더 정확히 말하면, 얼음결정체(눈도 얼음입니다)의 온도와 주변공기의 노점온도와의 차이(최종적으로 공기와 눈입자간의 포화수증기압의 차이)가 결정합니다. 노점온도가 높으면 포화수증기압이 높아 공기중의 물이 얼음에 가서 붙게 됩니다 (이것을 응결이라 하지요). 이때 기온이 아주 낮으면 물이 얼음에 가서 붙자마자 얼어 버리니 (이것이 승화입니다), 눈 입자 주변에는 여전히 물이 없어서 눈은 뭉쳐지지 않지요. 그러나 기온이 영하5도 이상이면 물이 붙어서 얼음을 녹이기도 합니다. 얼음이 녹으니 부피가 작아지고, 물기들이 있어 다시 서로 엉기면서 붙는다는 것이지요. 다시 얼어 붙는 것이 뭉쳐지는 것이니, 기온습도가 높은 날은 인공설 자연설 구분없이 잘 뭉쳐지지요. 공기중의 물이 눈송이 위에 붙어 다시 어는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시간안에 압력을 가하면 서로 붙어 버리는 것입니다. 인공설이 잘 뭉쳐지지 않는다 함은, 인공설이 만들어지는 날은 대게 건조한 날이니, 공기중의 물이 눈에 가서 붙지 않는 날입니다. 그래서 눈결정과 눈결정을 서로 얽어줄 매개체가 안생긴다는 말이지요. 즉, 날씨 때문이지, 인공설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제가 얼음의 원리를 조금 이해한다고 생각하는데, 더 의문사항이 있으면 내일 와서 다시 답변을 적어 놓겠습니다.

200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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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ND
  • 평점   별 5점

인공눈과 자연눈의 분자구조의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눈속에 습기가 있다면 눈이 녹고 있ㅇㄹ때 뿐입니다. 인공눈이 잘 뭉쳐지지 않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눈 결정이 달라서가 아니라 눈이 만들어진 날씨, 즉 공기가 건조하거나 한랭하여 눈 결정에 물이 달라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연눈처럼 잘 뭉쳐질때 스키가 잘 나가는 것도 아니라고 보입니다. 얼음 결정만 있을때와 얼음과 물이 공존할 때,어느쪽이 더 미끄러울까요? 인공설, 자연설로 구분하기 보다 물과 얼음으로 구분함이 더 타당할 듯 합니다.

200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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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ND
  • 평점   별 5점

물이 증발하면서 열을 뺏어가는데(잠열(-증발열)이라 하지요, 공기중의 습도가 높으면, 증발하지 않지요. 그래서 공기 습도가 높으면 물이 열을 잘 빼앗기지(빼았지가 아니고)않습니다.

200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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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매니아
  • 평점   별 3점

스키를 빠르게 타려면 눈이 단단하게 잘 다져져 있어야 하는데, 그 자체로도 눈이 잘 뭉쳐져 있다는 말과 진배 없습니다.

이번 과학향기 기사는 인공눈은 잘 뭉쳐지지 않지만 속도를 내기에는 좋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자연설은 잘 뭉쳐지지만 스키를 탈 때 흩날린다는 식의 설명도 그래서 이야기가 되질 않습니다. 잘 뭉쳐진다면 스키를 타는 순간의 압력으로도 잘 뭉쳐져 바닥에 붙어 있어야 하며, 그래서 날릴 이유도 없습니다.

마니아 님의 말씀도 일견 설득력이 있으시지만, 이는 중-고급 코스가 초보자 코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용자 숫자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용평 레인보우코스 상단은 경사도가 상당하지만 3개 라인으로 갈라지는 이용자가 모두 지나가게 되어 해마다 엄청난 범프와 빙판을 생기는 반면, 아래쪽의 정식 라인은 별로 뭉쳐지질 않는걸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그렇게 한꺼번에 많은 사용자가 몰리지 않고, 경사도는 평탄한 차도 같은 경우는 오히려 범프가 많지 않습니다.

200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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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연
  • 평점   별 5점

좋은글 항상 많이 읽고 갑니다.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여럿 있네요^^
그중 습도가 높으면 왜 물방울이 열을 잘 빼앗지 못하는지 이해가 안가네요 잘 아시는 분은 답변 부탁합니다.

200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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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마니아
  • 평점   별 5점

초보자 코스처럼 낮은 경사도에서는 스키매니아님의 이야기처럼 눈 속의 습기가 얼어버린 상태냐 아니냐가 중요할 수 있지만 경사도가 심한 중.고급 코스에서는 인공눈은 상대적으로 많은 스키.보드어가 지나가도 잘 뭉쳐지거나 눌려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연눈처럼 잘 뭉쳐졌을 때보다 스키를 타는데 양호하다고 생각합니다.

200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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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규
  • 평점   별 5점

잘 읽었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0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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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매니아
  • 평점   별 1점

동의할 수 없는 표현이 굉장히 많네요. 스키를 탈때 속도감을 결정하는 것은 인공설이냐 자연설이냐를 떠나 압설된 것이냐 아니냐의 차이입니다. 현대 스키개념에서 눈이 단단하지 못하면(얼음은 아님) 턴이 터져버리지요. 스키장의 눈은 압설된 경우가 많고, 그래서 다시 집어들어 눈을 뭉치기 어렵다는 점에서 눈싸움하기 어려울 수는 있지만, 인공설이 잘 뭉쳐지지 않는다는 말은 스키 한번 안타본 사람이 써본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스키장 눈도 2~3월 들어 날씨가 따뜻해 지면 눈이 상당히 부드러워지면서 누구나 집어들어 뭉치기 쉬운 눈이 됩니다. 결국 쓸데없는 눈의 구성성분 분석보다는 온도의 영향, 압설된 상태인가 아닌가 등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추우면 눈의 습기는 더 많이 굳어지게 되고, 건조해도 그렇습니다. 흩뿌리는 묘미의 자연설이라고 하시는데, 이런건 날씨와 관리 여부에 따라 인공설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만들 수 있는 환경입니다.

200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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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매니아
  • 평점   별 1점

즉, 간단하게 정의 됩니다.
눈이 건조한 것인가 아닌가는 날씨가 영하라서 눈에 포함된 습기도 얼어버린 상태냐 아니냐로 구분된다는 것입니다. + 하여, 실제로 대기중의 건조도도 영향을 미칩니다. 미세얼음(눈)은 남겨두고 습도만 증발되니까요. 이 상태에서 압설하지 않고 놓아두면 흩뿌리는 상태의 눈이 됩니다. 물론, 인공설이냐 자연설이냐의 구분과는 관계없는 이야기 입니다.

200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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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도움이 되는 글 감사합니다.

200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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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이
  • 평점   별 5점

그런차이가있는줄은몰랐네요-어서스키장가서진짜눈과제설기로만들어진눈을비교해보고싶어요!

200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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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
  • 평점   별 5점

낼 모레면 스키타러 가는 데 재미있는 정보 알고 갑니다..
눈싸움이 힘들겠군요..^^;

200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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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소년
  • 평점   별 5점

잘 읽고 갑니닸^ㅡ^

200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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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점   별 5점

인공설과 인공빙은 결국 물인데, 녹을때 공기중의 수증기를 흡수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수량은 증가한다. 단지 인공설을 만들기위해 물을 가두기 때문에 류량이 감소할 수는 있을 것이다.

200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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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준
  • 평점   별 5점

제설기와 제빙기의 차이점을 잘알고 갑니다^^

200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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