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신호를 바꾸면 길이 보인다?

<KISTI의 과학향기> 제443호   2006년 05월 10일
교통체증이란 차가 심하게 막히는 현상으로 주로 교차로에서 일어나는데 통과하고자 하는 차량(이를 교통량이라 한다)은 많은데 이를 수용할 도로의 능력(이를 교통용량이라 한다)이 모자랄 때, 즉 교통량이 교통용량보다 클 때 생긴다. 이는 작은 그릇에 많은 물을 담으려고 하면 넘쳐흐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교통체증이 우리에게 많은 손해를 가져온다는 것은 두말한 필요가 없다. 우선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게 되고 서 있는 동안에도 엔진은 돌아가므로 비싼 연료를 써서 낭비하게 된다. 체증이 발생하는 곳에서는 많은 차가 밀집하여 매연을 쏟아 내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공기가 더 나빠지고 더구나 엔진이 공회전 할 때에는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 일산화탄소 등 독가스가 더 많이 발생한다. 이외에도 교통체증은 우리의 경제적인 부담은 물론 환경을 오염시키며 시간을 뺏고 짜증을 일으켜 정신적인 피해까지 준다. 그래서 교통체증은 되도록 없어야 한다. 다행히도 교통체증을 막는 방법은 무수히 많으며 교통정체로 낭비되는 비용과 시간(노력)을 투입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교차로의 구조와 운영방법을 최적화 시키는 방법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1차로로 된 두 일방통행로가 만나 생기는 교차로를 생각해 보자. 이 교차로에서는 교통신호를 달지 않고서도 각각 시간당 약 600대의 차량을 무난히 통과시킬 수 있다. 시간틈(gap)이 5-6초이면 차량이 상호 안전하게 교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량이 이보다 늘어나면 교통신호를 달아야 하는데 이 교차로에 신호를 달고 방향별로 각각 30초씩 녹색신호를 주면 시간당 900대까지 통과시킬 수 있다. 빨간 신호 30초 동안에 5대의 차가 도착해 대기하게 되면 그만큼 교통정체가 발생하다가 또 녹색신호가 켜지면 이들 차량이 빠져나가게 되는데 5대의 대기차량을 통과시키는 데에는 대당 2초씩 모두 10초가 걸리고 나머지 20초 동안에는 그 후에 도착하는 차량 10대를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계산은 일방통행로에만 적용된다. 양방 통행이 되면 한 차로 당 600대가 도착한다 해도 양방향 1200대가 되어 시간틈이 평균 3초로 줄어 신호 없이는 교차할 수가 없게 된다. 설사 교통량이 그 절반이 되어 시간틈이 6초로 된다 하더라도 길을 건너거나 차량이 교차하려면 양방향 통행을 다 살펴야 하므로 위험하게 된다. 결국 양방 통행에서는 차로당 교통량이 300대만 되어도 신호를 설치해 위에서 본 대로 한 차로 당 900대를 소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녹색신호를 남북 방향으로 한번 주고 다음으로 동서로 한 번 주는 2현시 신호를 사용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2현시 신호에서는 직진만 되고 좌회전이 불가능하므로 좌회전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소위 동시신호를 주게 된다. 따라서 현시수는 4로 늘어난다. 이 경우 1현시는 횡단보행자를 생각하여 최소 30초는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신호 주기도 60초에서 120초로 늘려 잡아야 한다. 문제는 신호주기 120초 중 녹색신호는 30초에 불과하고 빨간 신호가 90초로, 2현시 신호에 비해 3배나 늘어나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 시간에 차로당 900대가 도착한다면 빨간 신호 90초 동안에 15대의 차가 도착하여 대기하게 되고 이 대기차량만 통과시키는 데에도 녹색신호 30초가 다 소요된다. 이 동안에 계속 도착하는 5대의 차량은 다음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밀리는 차량은 다음 주기에 10대로 늘고 그 다음에는 15대 등으로 계속 늘어 대기행렬은 출근 시간이 지나야 풀리게 되고 사람들은 이 교차로를 피해 다른 경로를 찾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겪고 있는 교통체증의 현실이다. 이 같은 신호 체계와 관련해 며칠 전에는 서울시내 교차로의 좌회전 신호를 대폭 줄이고 대신, 비보호 좌회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요인은 많다. 그 원인에 따라 해결방법도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 교통에 시달린 탓에 교통 체증에 무뎌지고, 당연시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어디든 길은 있기 마련이다. 교통 정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차량을 줄이는 것 외에도 과학적 방법이 있기 마련인 것이다. 그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의 몫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겪어야 할 선진화의 과정이 아닌가 한다. (글 : 신부용 -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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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지능형 신호등이 개발된다면 좋겠군요. 차의 흐름과 방향에 따라 신호를 체계적으로 호환해주는 그런 신호등이요.

200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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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 평점   별 4점

안녕하세요. 김형민 독자님.
과학향기입니다.
KISTI 과학향기에 보내주시는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영화 M13을 보지 못한 관계로 질문하신 내용에 대한 정확한 답변은 어렵습니다만 차가 한 줄로 서서 총알처럼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질문에 답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 과학향기

200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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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 평점   별 3점

안녕하세요. 독자님.
과학향기 입니다.
먼저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그러나 말씀하신 것은 고속도로에서 차량의 대열이 마치 물 흐르듯이 원활하게(smoothly) 지나갈 때 얘기입니다.
신호로 중단되는 교통흐름은 마치 댐에 갇히는 물처럼 파동현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 과학향기

200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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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 평점   별 5점

안녕하세요. 박병호 독자님.
과학향기 입니다.

말씀하신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차가 오는 것을 감지하고 그 정보를 이용하여 신호를 제어하면 된다고 하네요.
차량감지나 신호제어기술은 발달되어 있는데 기타 다양한 이유로 아직 현실화가 안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 빨리 교통혼잡에서 벗어나길 기대해 봅니다.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 과학향기

200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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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이우스
  • 평점   별 3점

음 제가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에서
한 차랑이 막히면 파동에 의해서 밀리게 된다고 하던데여......

200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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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 평점   별 5점

저도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교통신호가 있는 곳에 가보면 차가 많이 밀리는 곳 말고 차가 별로 없으면서 신호등이 있는 곳에 가면 신호등이 차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는 곳도 참으로 많습니다. 앞에 지나가는 차는 전혀 없는데 신호등은 계속 붉은색일 경우를 많이 봅니다.지나가는 차가 없으면 신호등이 바로 바뀌고 기다리는 차를 보내주도록 할수가 없나요?

200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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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 평점   별 4점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이번에 개봉한 MI3에서 차가 한대 움직이면 2백마일까지 차량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던데 맞는 말인지...?

200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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