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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노이드 뇌, 치매 치료 신기원 열까
<KISTI의 과학향기> 제2760호 2016년 10월 17일지난 5월 과학 저널 ‘네이처’ 온라인판에는 브라질의 지카바이러스가 실제로 심각한 태아 결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직접적인 실험 증거가 발표됐다. 그간 지카바이러스가 소두증과 같은 태아의 선천성 결손을 일으키는 사례는 수백여 건 발견됐으나, 심증과 간접 증거만 있었을 뿐 직접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밝힌 연구결과는 그것이 처음이었다.
미국 및 브라질, 세네갈의 공동연구진이 이 연구의 마지막 과정에서 사용한 것은 ‘오가노이드 뇌’였다. 연구진은 지카바이러스의 감염에 따라 오가노이드 뇌의 성장 영역이 축소되고 대뇌피질층이 손상된 것을 확인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UC 샌디에고 의대 연구진은 지카바이러스로 인해 뇌세포 발달의 손상 피해를 경감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대한 단서 하나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진이 사용한 실험 모델 역시 임신 후 8~9주간의 태아 뇌조직과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한 오가노이드 뇌였다.
오가노이드(organoid)란 줄기세포를 이용해 최소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미니 유사 장기’를 말한다. 즉, 오가노이드 뇌의 경우 크기는 아주 작지만 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돼 신호를 전달하고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내는 등 실제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작용을 한다. 최초의 오가노이드 뇌를 만든 과학자는 2013년 오스트리아 분자생명공학연구소의 메들린 랭커스터 박사였다. 그녀는 인간의 줄기세포로 신경세포 군락을 만드는 연구를 하던 중 배양접시에 우유처럼 생긴 둥근 물체가 형성된 것을 발견하곤 그것이 발생 중인 뇌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네이처’ 지에 게재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랭커스터 박사가 만든 오가노이드 뇌는 지름이 2mm 정도로서, 9주차 태아의 뇌와 거의 비슷한 성숙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뼈와 근육, 신경, 혈관을 비롯해 인체의 모든 장기를 만드는 줄기세포는 크게 배아, 성체, 역분화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수정란에서 추출하는 배아줄기세포는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반면, 골수나 제대혈 같은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는 특정한 조직으로만 분화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역분화 줄기세포는 노벨상 수상자인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박사가 개발한 인공 줄기세포다. 이 줄기세포는 이미 분화가 끝난 체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하는 것처럼 인위적인 자극을 가해 배아줄기세포처럼 인체의 모든 장기로 분화가 가능하게 만들어진 세포라고 해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불린다.
랭커스터 박사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오가노이드 뇌를 만듦으로써 더욱 주목을 끌었다. 이후 특정 뇌신경질환 연구를 위한 오가노이드 뇌의 제작 성공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2월 미국 존스홉킨스대 토머스 하퉁 교수팀은 알츠하이머병과 자폐증 등의 질병 연구를 위한 0.35mm 크기의 미니 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성인의 피부세포를 역분화시켜 8주 만에 만든 이 오가노이드 뇌는 세포 수가 1만~2만 개에 불과하지만 스스로 전자신호를 전달하는 등 실제 인간의 뇌처럼 신경세포 활성을 나타냈다.
지난 7월에는 한국인 과학자들이 주도한 국제공동연구진이 최초로 오가노이드 중뇌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미국 듀크대-상가포르 국립의대 제현수 교수를 비롯해 싱가포르유전체연구소, 존스홉킨스 의대 등의 재외 한인 과학자들이 만든 이 중뇌는 실험용 쥐 뇌의 1/4 크기였다. 뇌의 한가운데에 있는 중뇌는 팔다리를 움직이는 등의 운동기능에 관여하는데, 연구진은 파키슨병 연구를 위해 중뇌를 선택했다.
이처럼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일이 가능해진 것은 과거의 2차원 연구 패턴을 3차원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2차원 상태에서 줄기세포를 분석하고, 평평한 배양접시에서 평면 구조의 줄기세포를 자라게 했다. 하지만 실제 자라고 있는 줄기세포들은 2차원이 아니라 3차원으로 존재하며, 2차원으로 배양된 세포들은 고유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제는 모든 연구과정에 3차원 분석을 시도하고,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분화시킴으로써 미니의 유사 장기, 즉 오가노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줄기세포만으로 거의 모든 종류의 장기를 제작할 수 있다. 현재 뇌를 비롯해 심장, 위, 폐, 갑상선, 간, 췌장 등 11개 주요 신체 부위가 오가노이드로 만들어졌다.
흔히 동물실험의 단점 중 하나로 지적되는 것은 ‘인 비트로(몸 밖)’ 검사와 동물 체내에서의 ‘인 비보(몸 안)’ 검사 결과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동물에서 보이는 효과가 사람에게서도 그대로 나타날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오가노이드를 활용할 경우 ‘몸 밖’의 실험 상황에서도 약물이 마치 ‘몸 안’에서 작용하듯이 실험할 수 있을 뿐더러 실제 사람의 장기에서 나타나는 효과를 그대로 재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오가노이드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드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뇌를 비롯해 심장, 위 등 현재 만들어진 오가노이드는 매우 작은 사이즈이지만, 향후 오가노이드의 크기를 더 키우면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장기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대 줄기세포연구소의 연구진은 쥐로부터 만든 오가노이드 위를 다시 쥐의 몸속에 이식해 인슐린을 분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간의 줄기세포에서 배양한 오가노이드 위를 당뇨병 환자의 몸에 이식할 경우 인슐린을 활발히 분비하게끔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기술이 발전해 앞으로 실제 크기의 오가노이드 위를 만들게 된다면 장기이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오가노이드의 또 하나 장점은 환자의 줄기세포로 만들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의학의 재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요즘 각광받고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줄기세포의 유전자를 교정한 뒤 오가노이드를 만들면 유전성 질환의 발생 기전도 연구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오가노이드의 최대 정점은 생체모사 기술에 있다. 뇌, 심장, 간, 위, 폐, 갑상선 등의 여러 오가노이드를 서로 연결해 생체모사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실제 인간과 똑같은 생리작용이 체외에서도 그대로 실현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미국 및 브라질, 세네갈의 공동연구진이 이 연구의 마지막 과정에서 사용한 것은 ‘오가노이드 뇌’였다. 연구진은 지카바이러스의 감염에 따라 오가노이드 뇌의 성장 영역이 축소되고 대뇌피질층이 손상된 것을 확인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UC 샌디에고 의대 연구진은 지카바이러스로 인해 뇌세포 발달의 손상 피해를 경감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대한 단서 하나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진이 사용한 실험 모델 역시 임신 후 8~9주간의 태아 뇌조직과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한 오가노이드 뇌였다.
오가노이드(organoid)란 줄기세포를 이용해 최소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미니 유사 장기’를 말한다. 즉, 오가노이드 뇌의 경우 크기는 아주 작지만 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돼 신호를 전달하고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내는 등 실제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작용을 한다. 최초의 오가노이드 뇌를 만든 과학자는 2013년 오스트리아 분자생명공학연구소의 메들린 랭커스터 박사였다. 그녀는 인간의 줄기세포로 신경세포 군락을 만드는 연구를 하던 중 배양접시에 우유처럼 생긴 둥근 물체가 형성된 것을 발견하곤 그것이 발생 중인 뇌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네이처’ 지에 게재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랭커스터 박사가 만든 오가노이드 뇌는 지름이 2mm 정도로서, 9주차 태아의 뇌와 거의 비슷한 성숙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뼈와 근육, 신경, 혈관을 비롯해 인체의 모든 장기를 만드는 줄기세포는 크게 배아, 성체, 역분화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수정란에서 추출하는 배아줄기세포는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반면, 골수나 제대혈 같은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는 특정한 조직으로만 분화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역분화 줄기세포는 노벨상 수상자인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박사가 개발한 인공 줄기세포다. 이 줄기세포는 이미 분화가 끝난 체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하는 것처럼 인위적인 자극을 가해 배아줄기세포처럼 인체의 모든 장기로 분화가 가능하게 만들어진 세포라고 해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불린다.
랭커스터 박사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오가노이드 뇌를 만듦으로써 더욱 주목을 끌었다. 이후 특정 뇌신경질환 연구를 위한 오가노이드 뇌의 제작 성공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2월 미국 존스홉킨스대 토머스 하퉁 교수팀은 알츠하이머병과 자폐증 등의 질병 연구를 위한 0.35mm 크기의 미니 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성인의 피부세포를 역분화시켜 8주 만에 만든 이 오가노이드 뇌는 세포 수가 1만~2만 개에 불과하지만 스스로 전자신호를 전달하는 등 실제 인간의 뇌처럼 신경세포 활성을 나타냈다.
지난 7월에는 한국인 과학자들이 주도한 국제공동연구진이 최초로 오가노이드 중뇌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미국 듀크대-상가포르 국립의대 제현수 교수를 비롯해 싱가포르유전체연구소, 존스홉킨스 의대 등의 재외 한인 과학자들이 만든 이 중뇌는 실험용 쥐 뇌의 1/4 크기였다. 뇌의 한가운데에 있는 중뇌는 팔다리를 움직이는 등의 운동기능에 관여하는데, 연구진은 파키슨병 연구를 위해 중뇌를 선택했다.
이처럼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일이 가능해진 것은 과거의 2차원 연구 패턴을 3차원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2차원 상태에서 줄기세포를 분석하고, 평평한 배양접시에서 평면 구조의 줄기세포를 자라게 했다. 하지만 실제 자라고 있는 줄기세포들은 2차원이 아니라 3차원으로 존재하며, 2차원으로 배양된 세포들은 고유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제는 모든 연구과정에 3차원 분석을 시도하고,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분화시킴으로써 미니의 유사 장기, 즉 오가노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줄기세포만으로 거의 모든 종류의 장기를 제작할 수 있다. 현재 뇌를 비롯해 심장, 위, 폐, 갑상선, 간, 췌장 등 11개 주요 신체 부위가 오가노이드로 만들어졌다.
흔히 동물실험의 단점 중 하나로 지적되는 것은 ‘인 비트로(몸 밖)’ 검사와 동물 체내에서의 ‘인 비보(몸 안)’ 검사 결과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동물에서 보이는 효과가 사람에게서도 그대로 나타날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오가노이드를 활용할 경우 ‘몸 밖’의 실험 상황에서도 약물이 마치 ‘몸 안’에서 작용하듯이 실험할 수 있을 뿐더러 실제 사람의 장기에서 나타나는 효과를 그대로 재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오가노이드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드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뇌를 비롯해 심장, 위 등 현재 만들어진 오가노이드는 매우 작은 사이즈이지만, 향후 오가노이드의 크기를 더 키우면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장기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대 줄기세포연구소의 연구진은 쥐로부터 만든 오가노이드 위를 다시 쥐의 몸속에 이식해 인슐린을 분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간의 줄기세포에서 배양한 오가노이드 위를 당뇨병 환자의 몸에 이식할 경우 인슐린을 활발히 분비하게끔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기술이 발전해 앞으로 실제 크기의 오가노이드 위를 만들게 된다면 장기이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오가노이드의 또 하나 장점은 환자의 줄기세포로 만들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의학의 재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요즘 각광받고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줄기세포의 유전자를 교정한 뒤 오가노이드를 만들면 유전성 질환의 발생 기전도 연구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오가노이드의 최대 정점은 생체모사 기술에 있다. 뇌, 심장, 간, 위, 폐, 갑상선 등의 여러 오가노이드를 서로 연결해 생체모사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실제 인간과 똑같은 생리작용이 체외에서도 그대로 실현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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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프랑켄슈타인이 나올라나요? ㅡㅋㅎ
2016-10-25
답글 0
의료과학의 발전이 놀랍기도하고 약간 무섭기도 하고 그러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16-10-17
답글 0
잘보았습니다---! 새로운지식과정보를전하여주셔서감사합니다---!
2016-10-17
답글 0
먼 얘기다. 먼 얘기야.
2016-10-17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