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똥이 만든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835호   2023년 0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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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예전부터 영양소나 피 등의 방법으로 젊음을 되돌리려는 연구는 계속되어왔다. (출처: shutterstock)
 
“젊음은 아름다운 것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빛이 나는 것 젊음은 아름다운 것 한줄기 피어오르는 연기 같은 것” -조동익 ‘그래서 젊음은’ 中
 
사는 게 힘들어 빨리 늙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지만, 어쨌든 젊음은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귀하다. 불로불사를 동경한 진시황처럼 악인들이 젊음을 영원히 유지하기 위해 악행을 벌인다는 만화 속 ‘클리셰’도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적어도 과학에서는 젊음이 나이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젊은이의 똥이나 단백질을 이용하면 노화를 억제하고 뇌와 신체 기능을 젊은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는 중이다.
 
생쥐 실험을 통해 나온 결과지만, 생쥐와 인간은 유전자 80%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연구로 밝혀진 ‘회춘’ 비결이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것을 기대해 볼법하다.
 
‘젊은 똥’에서 발견한 회춘의 비결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등 장 관련 영양제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장내 환경을 개선하면 배변 활동뿐 아니라 비만, 노화, 우울도 막을 수 있다는 여러 연구 때문이다. 연구 근거는 바로 ‘장내세균’이다. 세균이라는 이름 때문에 뭔가 유해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해를 넘어 유익하다. 우리 몸에는 장내세균 1만여 종이 약 40조 개 서식한다. 세포 수와 맞먹는 양이다. 이들은 장에 뿌리를 내린 후 외부 병원균의 증식을 막는 한편 소화를 돕거나 영양소를 합성한다. 이 과정에서 신체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는데 관련 연구에 따르면 장내세균은 비만을 유도하고, 노화를 방지하며 심지어 장내세균 조성에 따라 우울감을 느낄 수도 있다.
 
최근에는 똥에 있는 장내세균이 젊음의 유지를 돕는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김지현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와 남기택 연세대 의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최근 나이 든 쥐가 젊은 쥐의 대변에 있는 장내세균을 이식받은 후 근육과 피부가 젊어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른바 ‘젊은 똥’이 노화를 막고 뇌와 신체 기능까지 젊게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2022년 12월 26일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에 실렸다.
연세대 연구
사진2. 젊은 생쥐의 장내세균을 투여받은 늙은 쥐(파란색 통계)는 앞발로 봉을 쥐는 힘(왼쪽)과 근섬유 굵기(오른쪽)가 확연히 늘었다. (출처: Microbiome)
 
연구팀은 생후 5주 된 생쥐의 장내세균을 12개월 된 생쥐에게 경구 투여했다.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인 생쥐의 똥 속 세균을 갱년기 생쥐에게 먹인 셈이다. 이후 2개월간 쥐의 악력, 피부 특성, 인지 반응 등을 살펴본 결과 근섬유가 약 45% 굵어지고, 앞발로 봉을 쥐는 힘은 40%가량 증가했다. 이 미생물을 더 나이가 든, 25개월 쥐에게 이식했을 때도 근육량이 늘어나는 결과가 나왔다. 
 
또 장내세균을 투여한 생쥐의 진피에서는 Dbn1의 전사가 가장 높게 조절됐다. Dbn1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신경줄기세포 분화나 인지 기능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중요한, 세포질 액틴 결합 단백질이다. 이 Dbn1의 전사로 쥐를 젊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회춘하려면 ‘유전자 칵테일’ 한잔 하세요.
유전자 젊음 실험
사진3. 유전자로 늙는 속도를 더 빠르게 하거나 더 젊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출처: Cell) 
 
유전자로 신체의 시간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대 의대 블라바트니크연구소 교수팀은 지난 1월 생쥐가 늙는 속도를 더 빠르게 하거나 반대로 젊어지게 하는 실험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에 실었다.
 
연구팀은 ‘야마나카 전사인자’로 생쥐의 노화 속도를 조절했다. 지난 2007년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팀은 성인의 피부세포에 4가지 유전자를 도입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피부 등 다 자란 성체 세포에 외래 유전자나 특정 단백질을 넣어 줄기세포의 성질을 갖도록 유도한 세포다. 배아줄기처럼 어떤 세포로든 자랄 수 있어 근육 세포나 시각 세포 등으로 만들 수 있다.
 
야마나카 교수가 사용한 4가지 유전자는 Oct3/4, Sox2, Klf4, c-Myc, 이른바 ‘야마나카 전사인자’다. 싱클레어 교수팀은 ‘야마나카 전사인자’ 중 Oct3, Sox2, Klf4 3가지를 혼합해 만든 칵테일을 생쥐에게 주입했다. 항생제를 사용해 칵테일 인자를 활성화하자, 생쥐의 뇌와 근육, 털과 신장 조직이 더 젊어졌다. 멀었던 눈조차 회복됐다. 
 
싱클레어 교수팀은 노화에 관한 연구의 방향을 바꿀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노화에 관한 기존 연구에서는 DNA가 손상돼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이 노화의 원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DNA 돌연변이가 생기지 않아도 노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밝힌 것이다.
 
연구 과정은 이렇다. 5개월 된 생쥐의 DNA에 일부러 손상을 일으키자 DNA를 수리하는 단백질이 이동해 수리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 과정을 반복할수록 DNA를 수리하는 단백질이 정확한 위치로 이동하지 못했고, DNA 역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그러자 5개월 된 생쥐는 급격하게 노화돼 나이 든 생쥐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 생쥐에게 Oct3, Sox2, Klf4 3가지를 혼합해 만든 칵테일을 투여하자 DNA를 수리하는 단백질은 정확한 위치로 이동했고, 손상된 DNA도 제 모습을 되찾았다. 생쥐의 겉모습도 다시 젊어졌다. 
 
싱클레어 교수는 "이 실험은 노화가 마음대로, 그리고 앞뒤로 일어나게 할 수 있는 가역적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우리 몸에는 노화를 되돌릴 수 있는 '젊음의 백업 사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화를 되돌리는 데에는 50살짜리 몸이든 75살짜리 몸이든, 건강하든 병들었든 상관없다"며 "일단 회춘 과정이 시작되면 몸은 재생하는 방법을 기억하고 늙었든 병들었든 상관없이 다시 젊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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