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한 번 쓰면 부드러워져 재사용, 염증 걱정 없는 주삿바늘 개발

<KISTI의 과학향기> 제3910호   2023년 11월 20일
KAIST 정재웅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와 정원일 의과학대학원 교수 공동 연구팀이 환자의 건강과 의사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유연한 주삿바늘을 개발했다. 이 주삿바늘은 체온으로 유연해지는 특성을 가져, 주사 삽입 부위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장하는 동시에, 바늘에 의한 혈관 벽 손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맥주사는 혈관에 약물을 직접 주입하는 방법으로, 신속한 효과를 유도하고 지속적인 약물 투여를 통한 치료가 가능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금속이나 플라스틱 등 딱딱한 소재로 만들어진 주삿바늘은 부드러운 생체조직에 손상과 염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 또 비용을 절감하겠다며 주삿바늘을 재사용하는 비윤리적인 사례를 불러일으켜, HIV나 B형, C형 간염 바이러스 같은 혈액 매개 질환 감염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재사용이 불가능한 스마트 주사기 개발 및 사용을 장려 중이다.
 
연구팀은 액체금속의 일종인 갈륨(Gallium)과 생체 합성 폴리머를 이용해 가변 강성 정맥 주삿바늘을 제작했다. 딱딱한 주삿바늘은 상용 정맥 카테터와 비슷한 수준의 생체조직 관통력을 갖는다. 하지만 체내에 삽입한 뒤에는 갈륨의 액체화로 인해 생체조직처럼 부드러운 상태로 변해, 혈관 손상 없이도 약물을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또 한 번 사용한 주삿바늘은 갈륨의 과냉각 현상 덕분에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하며, 이는 바늘 찔림 사고나 재사용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아울러 연구팀의 정맥 주삿바늘은 박막형 온도 센서도 탑재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환자의 심부체온을 모니터링하고, 잘못된 주삿바늘 위치로 인해 다른 조직으로 누수되는 약물 감지도 가능해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험 쥐를 대상으로 개발한 정맥 주삿바늘의 약물 전달 기능과 생체적합성을 검증했다. 이식된 바늘은 딱딱한 상용 금속 바늘이나 플라스틱 카테터보다 훨씬 낮은 염증 반응을 보였다. 또 상용 주삿바늘처럼 안정적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정재웅 교수는 "개발된 가변 강성 정맥 주사바늘은 기존의 딱딱한 의료용 바늘로 인한 문제를 극복해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고, 주사바늘 재사용으로 인한 감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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