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별 탄생 비밀 밝힐 ‘허 브라더스’

<KISTI의 과학향기> 제3017호   2017년 10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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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http://www.sciencetimes.co.kr/?p=169211&cat=36&post_type=news&page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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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우주국(NASA)을 대표하는 우주망원경이 허블(Hubble)이라면, 이에 맞서는 유럽우주국(ESA)에는 허셜(Herschel) 우주망원경이 있다. 허블 망원경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허셜 망원경은 현존하는 우주망원경 중 가장 큰 직경을 갖고 있다.

우주망원경은 인공위성처럼 우주공간에 떠있는 형태로 천체를 관측하는 망원경을 말한다. 대부분의 천체망원경이 지상에서 우주를 관측하는 것과는 달리, 대기나 먼지 등의 방해가 없는 우주공간에서 관측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하고 선명한 관측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허블과 허셜 망원경의 차이는 사용하는 빛이 달라

허블 우주망원경과 허셜 우주망원경은 영어 철자는 다르지만 ‘허’로 시작되는 발음 때문에 국내에서는 일명 ‘허 브라더스’ 망원경으로도 불린다. 그만큼 서로 닮은 점도 많고 다른 점도 있는 망원경들인데, 이들은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두 망원경의 닮은 점이라면 우선 명칭을 유명 천문학자에서 따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허블이란 명칭은 20세기에 활약한 미국의 천문학자인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의 이름에서 따왔는데, 그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인물로 유명하다.

허셜 우주망원경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세기 영국에서 활약한 천문학자인 윌리엄 허셜(William Herschel)의 이름을 빌렸다. 그는 천왕성을 발견했고 성운들이 별로 이루어져 있다는 가설을 세워 현대 천문학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반면에 두 망원경은 차이점도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천체를 관측하는데 있어 사용하는 빛이 다르다는 점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가시광선을 사용하지만, 허셜 우주망원경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으로 우주를 관측한다.

가시광선이 아닌 적외선을 사용하는 이유는 더 멀리 그리고 더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 탄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초기 우주의 별과 은하는 대부분 성운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이를 발견하려면 적외선으로 관측할 수밖에 없다.

별은 먼지와 가스가 모인 성운의 안쪽에서 탄생하기 때문에 가시광선을 사용하는 망원경으로는 이를 완전히 관측할 수 없다. 하지만 적외선을 사용하면 먼지나 가스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별 탄생의 현장을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미지의 행성을 찾는 데도 가시광선보다는 적외선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태양과 같은 항성은 주로 가시광선을 내뿜기 때문에 관측이 용이하지만, 빛을 내지 못하는 행성들은 적외선으로 찾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하다.

가스 구조물인 필라멘트로 인해 별이 형성

허셜 우주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 보다 거의 20년 후에 발사됐다. 따라서 보다 선진화된 관측장비들로 채워져 있는데, 발사 당시의 핵심 임무는 별이 탄생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성운의 비밀을 밝히는 것이었다.

일정한 궤도에 안착한 이후 허셜 우주망원경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가스로 이루어진 우리 은하계의 성운을 관측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후 4년 간의 분석과정을 통해 최근 들어 성운을 이루는 원소들에 대한 데이터가 공개됐다.

공개된 데이터에 대해 ESA의 관계자는 “가스 성운을 관측한 결과, 별이 생성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수소 이외에도 무거운 원소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라고 말했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 무거운 원소들은 행성을 만드는 원소가 됨은 물론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구성하는 원소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가스 성운에서 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밝혀내는 것은 지구 탄생의 비밀을 밝히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ESA가 공개한 4년 간의 가스 성운 분석데이터를 살펴보면, 성운 내에 존재하는 가스들은 그냥 무질서하게 떠돌아다니다가 무작위적으로 뭉쳐서 별을 형성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별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ESA의 관계자는 “가스 성운 내에는 실타래 같은 가스 구조물인 필라멘트(filament)가 형성되는 데 그 크기는 수광년에서 수백광년에 달할 만큼 엄청난 크기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설명하며 “가스의 밀도가 올라갈수록 필라멘트에서 수많은 별이 탄생하는 것으로 본다”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허셜 우주망원경은 가스 성운을 관측하면서 다양한 필라멘트의 구조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일부 별들은 필라멘트 없이도 생성될 수 있으며, 필라멘트가 존재한다고 해서 무조건 별이 생성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ESA 관계자는 “어떤 이유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허셜 우주망원경이 앞으로도 계속 관련 데이터를 보내줄 것이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하여 새로운 사실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허셜 우주망원경이 독자적으로 수행해 온 성운 관측은 내년이 되면 역할 분담을 통해 좀 더 활기를 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허셜 망원경보다 더 큰 직경을 가진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이 내년도인 2018년에 발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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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김준래 객원기자

저작권자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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