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마음을 과학으로 규명할 수 있을까?

<KISTI의 과학향기> 제3049호   2017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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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저작권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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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비판으로 유명한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소설가 앰브로즈 비어스 (Ambrose Gwinnett Bierce)는 1911년 출간한 그의 저서 ‘악마의 사전(The Devil’s Dictionary)’에서 마음을 ‘뇌 속에 감추어진 신비한 형태의 현상’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는 또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이해하려고 헛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이런 생각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질문 사이트 ‘쿼라(Quora)’에는 “인간 뇌가 그 자신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한 지”에 대한 질문이 올라와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풍자 언론지인 ‘디 어니언(The Onion)’에서는 ‘과학자들이 마음을 연구하는 것을 중단했다’는 제목과 함께 지친 과학자들의 토론 모습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마음을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랑과 같은 내적 경험 ‘내성법’에 의존    

사실 지난 1세기 동안 마음의 비밀을 밝혀내려는 ‘마음의 과학(science of the mind)’은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의식(consciousness)과 사랑(love), 윤리(morality)와 종교적인 믿음(religious belief) 등을 설명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과학이 마음의 비밀을 규명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마음의 원리를 규명하려는 지금의 과학적인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타니아 롬브로조(Tania Lombrozo) 교수는 그의 동료 사라 고틀리브(Sara Gottlieb) 박사와 함께 수백 명의 참여자들에게 ‘과학이 마음의 비밀을 규명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실험을 실시했다.
거리에 대한 지각능력인 깊이 지각(depth perception), 기억 손실(memory loss)서부터 영적인 능력(spirituality), 낭만적인 사랑(romantic love)에 이르기까지 마음의 다양한 상태에 대해 과학적인 해석이 가능한지 묻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심리학 저널(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했다. 논문 제목은 ‘Can Science Explain the Human Mind? Intuitive Judgments About the Limits of Science’이다.

분석 결과 사람들은 사랑(love)이나 영성(spirituality)과 같은 정신 현상들이 스트레스와 같은 일반 지각현상보다 더 복잡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깊이 있는 내적인 경험을 하면 할수록 과학보다는 내성법(introspection)에 의존하고 있었다.

내성법(introspection)이란 자신의 정신적, 심리적 상태나 기능을 스스로 관찰해 분석하는 방법이다. 내관법 또는 자기성찰법이라고도 하는데 심리학 태동기 자주 사용됐으나 신뢰성과  타당성 문제로 객관적인 과학적 방법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우울증 등 일부 정신현상 과학적으로 입증     

사랑과 같은 깊이 있는 정신적 경험에 대해 내성법을 선호하고 있는 응답자들은 이런 정신 현상들(mental phenomena)에 대해 언제인가 과학적인 규명이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불만족하고 불편한 마음을 표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통(headaches)이나 우울증(depression), 피부접촉을 통해 체온을 감지하는 것과 같은 비교적 단순한 지각기능에 대해서는 언제인가 ‘완벽할 정도로’ 과학적 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데 대해 충분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롬브로조 교수는 “이런 연구 결과가 ‘과학이 정신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 충분한 답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가 여러 가지 중요한 점들을 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현상을 연구하는데 있어 전체적으로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지 않지만 내성법(introspection)이나 의식적 의지(conscious will)와 같은 주관적인 방식들이 과학적인 연구에 방해요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음의 과학, 즉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연구방식의 다양성으로 인해 심리학에 대해 확정적인 정의를 내리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 인간 마음의 연구에서 그 두 가지 측면이 드러나고 있다.
과학을 통해 정신현상을 규명하는 일이 가능한지, 아니면 정신현상을 규명하는 일이 과학을 넘어서는 일인지 명확한 답변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악마의 사전’을 쓴 앰브로즈 비어스에 의하면 과학적인 연구는 소용없는 일이다.

그는 시(詩)나 종교, 그밖에 음악·미술과 같은 예술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신현상을 과학이 규명할 수 없다고 보았고, 지금까지 사람들의 마음속에 비어스의 주장과 같은 확고한 믿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오늘날 심리학자들은 이런 믿음보다는 엄밀한 과학적 실험을 주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객관적인 연구방식에 따라 가장 과학적이고 엄격한 방식의 경험적인 접근을 시도하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매우 다양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료기관 등을 통해 시행되는 심리 치료, 노동현장에서의 업무 효율 증진, 교육과정에 있어서 학습효과,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놓고 벌이는 논란 역시 현대 심리학이 직면한 두 가지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주관적인 측면과 객관적인 측면이 상존하면서 발전을 거듭해나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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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이강봉 객원기자
저작권자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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