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패스트푸드가 면역시스템 ‘왜곡’

<KISTI의 과학향기> 제3080호   2018년 0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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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저작권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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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나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는 얼마나 해로울까?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면역시스템은 패스트푸드에 박테리아에 감염된 것처럼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햄버거나 피자를 자주 먹는 것이 얼마나 건강에 해로운가를 보여준다.
 
패스트푸드는 일생을 괴롭히는 질병을 유발할 만큼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패스트푸드는 면역시스템으로 하여금 마치 심각한 감염의 공격을 받은 것과 같이 대응하도록 만든다. 햄버거나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은 DNA의 변화를 유발해서 중요한 성인병을 발생할 위험을 높인다.

독일 본 대학등 국제연구팀은 120마리의 생쥐를 대상으로 패스트푸드 실험을 벌였다. 기름기가 많고 설탕과 소금이 많은 패스트푸드를 한 달 동안 생쥐에게 먹인 것이다.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나 식이섬유를 먹이지 않은 채 이런 실험을 했더니, 생쥐들의 혈액가운데 면역세포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시스템을 비상사태로 바꿔놓는 정크푸드
 
과학저널 셀(Cell)에 발표한 논문에서 연구팀은 패스트푸드가 생쥐의 면역세포를 좀 더 공격적으로 만들어서 주요 질병의 발병 위험을 높여주는 것을 발견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패스트푸드를 버리고 과일이나 채소 같이 건강한 음식으로 바꾼 뒤에도 오래 동안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같은 발견이 패스트푸드와 동맥경화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햄버거나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는 지금도 ‘정크푸드’라는 비난을 받지만, 이같은 실험결과는 정크푸드의 위험성을 새롭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실험에서 연구팀은 정크푸드가 DNA의 변화를 유발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NLRP3 염증조절복합제(inflammasome)가 이같은 후성유전적 변화를 촉발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NLRP3는 면역세포 안에서 일종의 ‘패스트푸드 센서’ 역할을 해서 음식의 변화를 망보는 신호시스템 역할을 한다.

면역시스템은 결국 작은 자극에도 강한 염증 반응으로 대응한다. 이같은 염증반응이 일어나면, 활성화된 면역세포는 혈관세포벽으로 이동하게 한다. 이 면역세포들이 너무 커지면 혈전을 일으켜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위험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미생물에 감염됐을 때 나타나는 반응과 같았다. 게다가 패스트푸드가 촉발한 ‘비상상태’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국제연구팀은 밝혔다. 독일 본 대학의 아네트 크리스트(Anette Christ)는 “정크푸드를 먹은 생쥐는 혈액 중에 면역세포인 ‘백혈구 과립구’와 ‘단핵백혈구’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특히 NLRP3 유전자를 주목하게 됐다. 이 유전자는 정크푸드를 먹으면 활성화됐는 특이한 현상을 나타냈다. 이 유전자는 면역세포군대를 모집하는데 책임을 맡는 간세포이다. 그런데 이 간세포는 일종의 기억을 가진 것으로 최근 다른 연구에서 밝혀졌다. 다른 말로 하면 한 번 몸이 패스트푸드 음식에 반응하기 시작하면, 건강한 먹는 습관으로 돌아와도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생쥐가 한 달 뒤 정상적인 먹이로 돌아갔을 때에 염증은 사라졌지만, 생쥐는 미래의 공격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유전적으로 리프로그래밍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나쁜 음식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인간의 면역시스템이 가진 특징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지난 2014년에 나온 연구결과는 나쁜 음식을 먹으면 면역시스템이 약화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당시 연구는 100그램의 설탕을 소비하는 것은 백혈구세포가 해로운 미생물을 파괴하는 능력을 제한할 수 있음을 밝혔다.

국제공동연구팀의 일원인 본대학의 아이케 라츠(Eicke Latz)연구원은 “내부의 면역시스템이 기억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아주 최근에 밝혀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번 면역시스템이 감염을 겪으면, 인체의 면역 방어시스템은 일종의 비상상태로 남아 있어서 새로운 공격에 좀 더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다.

보통 이런 반응을 불러오는 것은 감염이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생쥐에게 패스트푸드 먹이를 줬을 때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은 2형 당뇨병과 같은 문제에 연결된 감염이 미래에 좀 더 쉽게 촉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로서는 단지 생쥐에서 증거가 나타났을 뿐이지만, 생쥐는 인간과 유전적 유사성이 있다.

만약 같은 종류의 반응이 인간의 신체 안에서 일어난다면, 정크푸드는 2형 당뇨병, 비만 그리고 심장병과 같은 건강문제와 연관성이 있다는 증거가 된다고 연구원들은 말했다.

이번 발견은 정크푸드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새로운 경고음 역할을 할 수 있다. 라츠는 건강한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하는 내용이 “지금보다 교육에서 좀 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츠는 “아이들에게 건전한 음식을 선택하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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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심재율 객원기자
저작권자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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