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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받은 모기, 사람 물지 않고 피해
<KISTI의 과학향기> 제3092호 2018년 02월 12일--------------------------------------------------------------------------
이 기사의 저작권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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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기가 좋아하는 피가 있다거나,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한다. 사실이다. 모기가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 냄새가 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확인이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을 괴롭히면서 피를 훔쳐먹는 이 작은 비행동물을 길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모기연구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모기를 학습시킬 수 있음을 발견했다. 아마도 모기를 살충제로 죽여 없애는 대신, 모기에게 ‘혐오학습’을 시켜서 사람을 절대 물지 않도록 길들이는 도구가 나올지 모른다.
지난 1월 25일 커런트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모기 연구자들은 모기가 사람의 냄새를 기억하며 도파민이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모기는 이 정보를 사용해서 자기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피를 내는 사람을 집중적으로 쫓아다니면서 혈액절취 활동을 벌인다.
도파민이 모기의 선호 체취 결정에 작용
그런데 이것이 다가 아니다. 자기들이 아무리 좋아하는 냄새일지라도, 모기들은 그 냄새를 둘러싸고 매우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기들이 사랑한 체취를 내는 사람을 향해 돌진했는데, 그 사람이 팔을 흔들어 모기를 잡으려 했을 수 있다.
죽을 뻔 했던 그 경험은 모기로 하여금 목숨을 담보로 삼아 피를 절취하려는 어리석은 행동을 막아준다. 다음에는 그 맛있는 냄새가 나도 달려들지 않는다. ‘혐오학습’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올 여름 모기가 왱왱 하고 달려들어 물려고 하면 팔을 흔들어 때려잡는 시늉을 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공중에 휘두르는 손짓은 대부분 실패하겠지만, 최소한 죽을 뻔 했던 그 모기는 다시는 달려들지 않을 것이다.
버지니아 공대(Virginia Tech)의 농업및생명공학대학의 생화학부 클레멘트 비노저(Clément Vinauger) 부교수와 클로에 라옹데르(Chloé Lahondère) 연구조교수는 암컷 이집트 얼룩모기(female Aedes aegypti mosquitoes)가 혐오 학습(aversive learning)으로 길들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모기가 좋아하는 냄새를 피운 뒤 그 냄새를 쫓아 달려온 모기에게 불유쾌한 충격과 진동과 함께 경험하게 했다. 사람이 모기를 잡아 죽이려고 팔을 흔들 때 생기는 충격과 그에 따라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을 경험하게 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24시간 뒤 바로 그 모기들은 Y자형 후각시험기에서 측정했다. 측정기 안에서 모기들은 바람을 거슬러 날아가며, 한 때 자기가 좋아했던(그러나 맞아 죽을 뻔 했던) 냄새와 통제냄새 사이에서 선택해야 했다.
그랬더니 모기들은 한때 사랑했던 냄새를 피하는 것이었다. 모기들은 성공적으로 길들여졌음을 보여줬다.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과 RNAi같은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과학자들은 모기들에게 도파민이 혐오학습의 중요한 수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두뇌활동을 기록하고 관찰할 수 있는 모자를 모기에게 씌워 후각탐지에 연관된 두뇌의 특별한 부분을 측정했다. 모기를 벌레비행 측정기에 넣고 모기에게 인간의 체취를 포함해서 다양한 냄새를 노출시켰다.
모기들은 훈련을 받았든 안 받았든 반응했다. 후각정보가 처리되는 뇌영역에서의 신경회로 활동이 도파민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냄새를 쉽게 구분할 수 있었으며 결국 모기들은 학습할 수 있었다.
아직 무엇이 모기로 하여금 어떤 특별한 체취에 끌리도록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모기들이 사람 체취를 익혀 회피하는 것을 학습할 수 있음은 알게 된 것이다.
모기로 한 해 83만 명 사망
비노저 교수는 “모기의 이같은 학습 및 선호도의 메커니즘을 이해함으로써 모기 통제의 새로운 도구가 생길지 모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모기의 학습능력을 이용해서 인간에게 이롭게 활용할 수 있다고 비노저 교수는 설명했다.
이집트 얼룩모기는 지카 열병을 비롯해서 뎅기병, 치군구니야 바이러스 병, 활열병 등을 옮기는 매개물로서 적도지역이나 적도이남지역에서 발견된다.
그렇다면 모기는 얼마나 위험한 동물일까?
‘빌 게이츠 블로그’에 실린 ‘게이츠 노트’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모기는 83만명을 죽게 했다. 모기 다음으로 위험한 동물은 사람으로 58만명을 죽게 했으며 다음으로 뱀 6만, 응애(sandfly) 24,200명, 개 17,400명이었다. 맹수라고 겁먹는 호랑이는 50명, 늑대 10명, 상어 8명으로 아주 적다.
모기를 물리치기 위해 살충제를 뿌리거나 모기채로 잡는 것도 좋을 것이다. 미래에는 모기가 위험을 느끼는 진동을 발생하는 ‘혐오학습’으로 모기를 길들이는, 더 환경친화적이며 살생을 덜 하는 방법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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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심재율 객원기자
저작권자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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