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인류 최초 예술가는 네안데르탈인

<KISTI의 과학향기> 제3104호   2018년 03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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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저작권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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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유럽에는 기원전 3~1만 년 전에 인류 조상들이 그린 동굴벽화가 도처에서 발견돼왔다.  특히 프랑스 남부에서 스페인 북부에 걸쳐 있는 피레네산지의 프랑코칸타브리아동굴군에서는 기원전 3~1만 년 전의 동굴벽화가 대거 발견되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동굴 벽화들은 현생인류 작품이었다. 인류 진화에서 최종 단계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를 말한다. 그런데 스페인에서 6만4800년~6만6700년 전에 네안데르탈인이 그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동굴벽화가 발견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기존의 발견된 동굴벽화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오래된 것이다. 또한 현생인류가 아닌 네안데르탈인 작품으로 확인되고 있어 현생인류(modern humans)가 인류 최초 예술가였다는 기존 고고학자들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현생인류 동굴벽화보다 3만년 이상 앞서
 
이 같은 사실은 영국, 독일, 스페인 등의 국제 공동연구팀이 참여한 탐사 결과 밝혀졌다. 연구 논문은 2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지에 발표됐다. 논문 제목은 ‘U-Th dating of carbonate crusts reveals Neandertal origin of Iberian cave art’이다.
이번 연구에는 영국 사우샘프턴대 고고학과 앨리스터 파이크(Alistair Pike) 교수 연구팀을 비롯,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 스페인 이사벨Ⅰ대 연구진이 공동 참여했다. 이들 연구팀은 그동안 모든 동굴벽화가 모두 현생인류 작품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의문을 품어왔다.
이에 따라 스페인 남·서부 지역 세 곳에 있는 구석기 시대 동굴벽화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우라늄(U)-토륨(Th)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을 이용해 연대를 분석해왔다. 채취한 시료는 탄산칼슘으로 이뤄진 방해석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벽화 위에 생성된 것이다.
분석 결과 빠시에고 동굴벽화가 작성된 때가 6만4800년 전으로 기존의 3만~1만 년 전 현생인류 작품들보다 훨씬 이전 작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예술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빠시에고 동굴에 그려져 있는 벽화는 검은 색과 붉은 색으로 그려졌는데 다양한 동물의 살아있는 모습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갖가지 기학학적이고 선형적인 기호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생성된 여러 가지 손과 도구 흔적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6만6700년 전에 작성된 말트라비에소 동굴벽화는 동굴 표면에 손을 얹고 입으로 물감을 뿌리는 방식으로 그려진 것이다. 6만5500년 전에 작성된 아르알레스 동굴벽화는 석순과 종유석에 커튼 무늬와 같은 패턴의 붉은 문양을 보여주고 있다.
막스플랑크 연구소 진화인류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디크 호프만(Dirk Hiffmann) 연구원은 “이들 문양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네이데르탈인 문화 상황에서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네안데르탈인 인류기원설 다시 부각
 
사람 속(homo genus)에 속하는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 Man)은 35만 년 전 유럽에 나타났으며, 13만 년 전에 이르러서 완전한 네안데르탈인이 출현했다가 5만 년 전 아시아에서 사라졌고, 유럽에는 3만3000~2만4000년 전까지 살았던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그동안 인류의 기원을 연구해오던 과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을 사람속에 속하는 하나의 독립된 종으로 간주할지 아니면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에 속하는 아종(subspecies)으로 간주할지를 두고 논쟁을 벌여왔다.
초기에는 별개의 종으로 보고 ‘호모 네안데르탈엔시스(Homo neanderthalensis)’라는 학명을 붙여왔찌만 20세기 중반 이후에는 호모 사피엔스의 아종인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렌시스(Homo sapiens neanderthalensis)’로 보는 시각이 강해졌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 DNA의 염기서열 분석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유전적으로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서로 다른 종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대 인류의 흔적을 좇는 연구 결과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가 유전적으로 매우 가까우며 일부 인종들의 경우는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유래한 유전자가 보존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안데르탈인이 6만여 년 전에 동굴벽화를 그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현생인류 중심의 인류기원 연구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고고학계는 이번 연구 결과가 인류 진화 연구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익명의 한 고고학자는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네안데르탈인의 지적 능력을 낮게 평가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동굴벽화와 같은 미학적인 분야에서 수준이 낮은 것으로 평가해왔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의 평가를 뒤집고 있다.”고 말했다.
더럼대학의 고고학자(구석기 전공)인 폴 페티트(Paul Pettit) 교수는 “인류 최초의 예술가가 현생인류가 아니라 더 오래 전의 네안데르탈인이었다는 사실은 인류 진화의 역사에 영향을 미치는 놀라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이 이 깊고 위험한 동굴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무슨 이유로 벽화를 그렸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것들이 주술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아니면 송수신 수단이었는지 등에 대해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로 네안데르탈인을 인류 조상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바르셀로나 대학의 고고학자인 주안 질라오(João Zilhão) 교수는 “네안데르탈인이 뛰어난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며, 현생 인류 중심의 인류기원설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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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이강봉 객원기자
저작권자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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