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해안생태계 대재앙 경고

<KISTI의 과학향기> 제3118호   2018년 0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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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저작권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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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에 서식하는 식물, 퇴적물을 포함한 해양생태계에서는 끊임없이 탄소를 흡수한다. 염생식물, 잘피, 갯벌 등 식물과 퇴적물을 통해 탄소를 대량 흡수하게 되는데, 이처럼 해안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블루카본(blue carbon)이라고 한다.
화석연료를 지칭하는 ‘블랙카본(Black Carbon)’, 육산의 삼림이 흡수하는 탄소를 지칭하는 ‘그린카본(Green Carbon)’과 비교되는 말이다. 관계자들은 해안 생태계에서 흡수하는 ‘블루카본’이 아마존 등 삼림에서 흡수하는 ‘그린카본’의 양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이 연안 생태계가 무너질 경우 블루카본 흡수량이 줄어들게 되고, 지구 생태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는 것. 그러나 맹그로브 숲, 해안 목초지, 갯벌 등으로 대변되는 해안 생태계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산호초, 맹그로브 숲 빠른 속도로 소멸
 
호주 디킨대 블루카본연구소의 피터 맥레디(Peter Macreadie) 소장은 25일 ‘A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블루카본을 흡수하는 해안 생태계가 이미 절반 정도 사라졌으며, 나머지 절반의 연안 생태계 역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해안가에서 각종 식물들이 자라는 해초 목초지(Seagrass meadows)의 경우 조사를 시작한 2000년대 이후 매년 1%씩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북쪽 해안에 있는 카펀테리아 만(Gulf of Carpentaria)을 예로 들었다.
동서 길이 670km, 남북길이 770km. 평균 수심 50∼70m의 이 연안 바닷가로 플린더스, 라이카르트 등의 하천에서 유입된 민물이 흘러들어 천혜의 해초 목초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곳이다. 특히 세계 최대의 산호초 군락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멕레디 소장은 “카펀테리아 만의 맹그로브 숲이 사라지고 있으며, 이는 산호초 군락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의 백화 현상과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산호초 군락은 1998년 이후 벌써 4차례 대규모 백화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호주 제임스 쿡 대학 등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탐사팀이 올초 과학저널 ‘사이언스’ 지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산호초 지역에서 백화현상 발생 주기가 지난 30~40년 사이에 5배가량 단축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맹그로브 숲은 해안 생태계를 대표하는 곳이다. 맹그로부 나무의 뿌리가 물 및 10m 정도까지 뻗어 있어 태풍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방풍림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숲 속은 물고기의 먹이를 제공하는 안전한 산란장소, 은신처가 되고 있다.
더 중요한 역할은 ‘블루카본’을 흡수하는 일이다. 과학자들은 맹그로부 숲을 통해 대기 중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토양에 가두어놓는 탄소격리(carbon sequestration)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해안 생태계 파괴로 대재앙 초래” 경고
 
국제 탐사팀은 지난 수년 간 맹그로부 숲을 이루고 있는 토양 속에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툴킷 장치인 ‘티 백(tea bag)’을 설치한 후 그 안에 축적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양을 정밀 측정해왔다.
이 연구를 위해 세계 전역에 있는 시민 과학자들(citizen scientists)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연구팀이 해안가에 거주하는 시민 과학자들에게 ‘티 백’을 전달하면, 이들이 인근에 있는 맹그로부 숲 토양 속에 백을 설치하고 그 결과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맹그로브 숲을 통해 어느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흡수되는지 구체적인 수치가 뒷받침되는 연구결과를 발표할 수 있었다. 맥레디 박사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맹그로브 숲이 파괴될 경우 지구는 오래지않아 큰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안 생태계가 이처럼 급격히 파괴되고 있는 원인은 무분별한 연안 개발 때문이다. 최근 해안가를 몰아치고 있는 열파(heatwave) 역시 맹그로부 숲, 산호초 군락 등 연안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맥레디 박사는 “이로 인해 태고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해안 생태계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으며, 태고서부너 이어져 내려온 탄소격리 시스템이 함께 붕괴되고 있다.”고 밝혔다. 생태계 붕괴는 지구 탄소 시스쳄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태학자들은 지난 2010~2011년 사이에 호주 샤크 만(Shark Bay)에 있는 해초 목초지가 파괴되면서 해안에 축적돼야할 수백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축적되지 않은 채 대기 중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호주 에디스 코완 대학의 해양생태학자 오스카 세라노(Oscar Serrano) 교수는 “특히 해양 열파로 인해 2010~2011년에 지구상의 해양목초지 약 1천 평방킬로미터 사라졌으며, 이로 인해 약 9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샤크 만은 서주 서부에 있는 4,800㎦ 길이의 거대한 만으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지역에 걸쳐 거머리말 등의 해조 숲이 있는 해양목초지다. 세라노 교수 추정에 따르면 이 해양목초지를 통해 지난 4000년 간 약 1억44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흡수됐다.
“그러나 최근 열파로 인해 이 천혜의 해양목초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지금과 같은 속도로 그 면적이 줄어든다면 대기로 빠져나가는 이산화탄소 량이 급격히 증가해 생태계 파괴와 함께 지구온난화의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멕레디 박사 팀의 ‘블루카본’ 연구는 국제 탐사팀의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박사는 “카펀테리아 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국제 탐사팀에 의한 샤프 만 해양목초지 연구 결과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세계는 아마존 등의 삼림파괴 방지에 큰 관심을 기울여온 반면 해안 생태계 보존의 중요성을 간과해왔다는 것이 해양생태학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해안 생태계 보존으로 늘어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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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이강봉 객원기자
저작권자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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