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휴식 없이 일에만 몰두할 때 나타나는 증후군

<KISTI의 과학향기> 제3425호   2019년 09월 18일
명절은 무엇보다도 잠깐이나마 일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못 만났던 사람을 만나며 자신을 재정비하는 기간이다. 하지만 이런 명절에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거나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일중독이다.
 
일중독증(워커홀릭)이라고도 불리는 이 증후군은 가족이나 고향 친구보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집안 행사도 자신이 하는 일에 방해가 될 것 같아 귀찮아한다. 자신과 가족의 욕구를 제쳐둔 채 가정보다 일을 우선시 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직장이나 일이 사라진 순간 몰려올 공허감은 상상 이상이다. 매 순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가정이나 인간관계의 틈을 매우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 사이 오 차장처럼 고독한 시간을 맞아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직장인이 자신의 의지로 일에 매달린 게 아닐 수 있다. 가족이 더 잘 살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게 일중독증이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지와 상관없이 일중독증이 되는 현상을 ‘슈퍼직장인 증후군’이라고 한다. 과잉적응 증후군과 달리 마음속에 있는 불안과 공포 때문에 일에 더 신경 쓰는 경우다.
 
이들은 누군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일을 붙들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일에 빠져서 만족감을 느끼는 워커홀릭과 다른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밀려나지 않으려 많은 일을 떠안는 사람들에게는 신체적인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만성피로 증후군’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도 늘 피로하고, 일할 때 두통이나 통증도 자주 생기고, 업무 집중력도 떨어져 실수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만성피로 증후군은 극심한 피로나 수면장애, 두통, 각종 통증, 집중력 및 기억력 감퇴, 소화장애 등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일상적인 증상이 많아 초기에는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시간이 지나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정신적 스트레스나 압박감도 함께 찾아올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증후군이 보이면 검사와 상담을 받고, 검사 결과에 따라 약물 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등을 받는 게 좋다. 또 자전거 타기나 달리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도 만성피로 증후군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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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휴식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휴식 없이 일만 한다면 각종 신체적, 정신적 증후군을 앓을 위험이 있다. (출처: shutterstock)
 
 
현대인이 마주하기 쉬운 증후군은 이뿐이 아니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스마일마스크 증후군’을 겪는다. ‘웃는 얼굴 뒤에 숨겨진 우울증’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증후군은 우울증을 숨기고 웃을 수밖에 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발생한다.
 
늘 고객을 상대하는 직업의 특성상 어떤 고객이든 무슨 상황이든 웃어야 하지만 마음속 온갖 감정을 억누르기 때문에 우울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 증후군이 심해지면 자살을 시도하게 될 수도 있고, 그대로 방치하면 ‘정신가출 증후군’이라는 새로운 증후군을 얻을 수도 있다. 회사도 집도 다 팽개치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는 충동이 계속되는 것이다.
 
스마일마스크 증후군을 극복하려면 우선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거절이 필요한 경우에는 당당히 거절할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나 운동을 시작하고, 과중한 업무에서 떠나 여행을 떠나는 등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마음을 터놓고 도움을 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최후의 수단은 전문의에게 상담 받고 약물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입사 초년에 있는 직장인들이 겪는 증후군으로는 ‘파랑새 증후군’이 대표적이다. 한 직장에 안주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직장인을 가리키는 말로 많이 사용되는데,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에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허황된 꿈을 꾸는 현상을 말한다.
 
벨기에의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가 쓴 동화 ‘파랑새’에서 따온 이름이다. 동화 속 주인공들은 파랑새를 찾기 위해 험난한 여행을 하는 꿈에서 깬 다음 그토록 찾던 파랑새를 집 안에서 찾게 되는데, 이 내용을 요즘 현실에 비유한 것이다. 2011년 삼성경제연구소는 학력 수준과 맞지 않는 ‘하향 지원’을 하거나, 전공과 적성보다는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묻지마 지원’을 한 신입사원일수록 파랑새 증후군을 더 잘 겪는다고 발표했다.
 
이 증후군을 겪는 사람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 불만 가득한 나날을 보내며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국 회사에도 자신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이 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직장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 실천해보는 게 좋다.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일에 대한 재미를 찾고, 목표를 공유하고 성장을 자극해 줄 사람을 찾으며, 직장에서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동료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현대인이 겪게 되는 각종 증후군들은 바쁜 사회 속에 적응하면서 나타나게 된 ‘마음의 병’이다. 남에게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과 조금 다른 삶을 살게 되면 패배자가 될 것이라는 공포가 계속 사람들을 떠밀고 있다. 각자의 개성이 존중되고 모두의 재능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된다면 이런 증후군들에 덜 시달려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잠시 멈춰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때 비로소 보이는 정말 소중한 것들을 챙기라는 게 어쩌면 미생 143수에서 던지는 교훈일지 모른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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