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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으로 알아내는 인류 조상들의 삶
2020년 01월 08일1
고운 것엔 언제나 손이 간다 입에 넣고 싶다
달콤한 말들이 퍼지도록 오래오래 씹고 싶다
- 신혜정 [껌을 씹는 오후 네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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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기도 좋고 맛도 좋은 껌은
오랫동안 인류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2017년 기준, 국내 껌 시장 규모만
약 2,380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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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껌이 최근
인류 조상의 삶을 유추할 수 있는
귀중한 연구 자료로서 각광받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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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뉴욕타임즈, 가디언 등 외신들은 최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5,700년 전 인류가 씹던 껌에서
유전체를 검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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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남부에 위치한 롤란섬은
북유럽 최대의 석기시대 유적지 중 하나다.
이 곳을 탐사하던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깊숙한 진흙 구덩이에서 검은 물체를 하나 발견했다.
누군가가 씹은 자국이 남은 타르(tar) 덩어리다.
출처: Theis Jen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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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껍질에 열을 가하면 나오는 타르(birch tar)는
당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물질 중 하나였다.
일종의 천연 접착제로서
다방면에 걸쳐 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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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째서 접착제로 쓰이는
타르를 껌처럼 씹었던 것일까?
연구진은 이에 대해
“치통 등 질병을 견디거나 치아를 깨끗이 하기 위해
껌처럼 이를 씹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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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그 주인공은 어두운 피부색과 짙은 갈색 머리카락
그리고 푸른 눈을 가진 여인으로 판명됐다.
연구진은 5,700년의 이 여인에게
롤라(Lola)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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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또한 롤라가
유럽 본토에서 올라와 정착한 이들의
후손일 것으로 추정했다.
짙은 피부, 푸른 눈 등은
당시 본토 유럽인에게서 나타난
유전적 특징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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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에 대해
큰 환호를 보내고 있다.
고대 인간 유전체 전체를 뼈가 아닌 곳에서
추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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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6천 년 전의 인간 DNA를 온전히
구할 수 있었던 것은 관련 연구에 있어
큰 행운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이와 함께 공개된 다른 발견 역시 그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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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롤라의 DNA와 함께
헤이즐넛과 청둥오리의 DNA, 각종 바이러스와 병원균 등을
같이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당시 인류의 생활과 식습관, 건강 등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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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6천 년 전과 현대를 잇는 연결고리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 가고 있다.
씹다 버린 껌 조각 하나가 졸지에
중요한 과학적 성과가 돼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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