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과학향기 for Kids] 의사 개미, 스스로 약초를 바르는 오랑우탄… 동물의 슬기로운 치료생활

<KISTI의 과학향기> 제3072호   2024년 06월 24일
우리는 다쳤을 때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치료를 받아요. 우리가 키우는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야생동물은 그렇지 않아요. 먹이 사냥이나 영역 다툼 등으로 다치더라도 돌봐 줄 의사 선생님이 없죠. 그렇다면 야생동물들은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할까요? 동물들의 슬기로운 치료생활을 들여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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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인간과 반려동물은 다치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병원에 갈 수 없는 야생동물은 어떻게 대처할까? ⓒshutterstock
 
친구가 다치면 즉각 출동해 치료해주는 의사 개미
 
놀랍게도 친구가 다치면 즉각 출동해 상처를 치료해주는 동물이 있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 사는 ‘마타벨레 개미’인데요. 마타벨레 개미는 흰개미를 먹이로 삼습니다. 그런데 흰개미 중에는 몸집이 크고 단단한 병정개미가 있어요. 병정개미는 다른 흰개미를 보호하기 위해 강한 턱뼈로 마타벨레 개미를 공격하죠. 그래서 마타벨레 개미들은 사냥 과정에서 자주 상처를 입곤 해요. 이 중 22%의 개미들은 사냥 중에 다리 한두 개를 잃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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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흰개미와의 싸움에서 다리를 물린 동료 개미의 상처를 치료하는 마타벨레 개미. ⓒErik Frank/Universität Würzburg
 
독일과 스위스의 과학자들은 상처 입은 마타벨레 개미와, 이를 돌보는 의사 마타벨레 개미들의 행동을 관찰했어요. 연구팀의 관찰 결과, 의사 개미는 상처 입은 개미가 세균에 감염되었는지 아닌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개미의 몸 바깥에는 단단한 큐티클 층이 있는데, 의사 개미는 이 부위의 변화로 상처의 감염 여부를 알아냈답니다.
 
만약 상처가 세균에 감염됐다면,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어요. 연구팀은 의사 개미가 몸에서 분비되는 물질을 다친 친구의 상처에 발라 치료하는 모습을 관찰했어요. 이 물질에는 112가지 성분이 포함돼 있는데, 이 중 절반은 균을 죽이거나,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가 있는 성분들이었죠. 게다가 이 치료법은 효과가 매우 좋아서, 항생물질로 치료받은 개미들은 사망률이 90%나 줄어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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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왼쪽은 마타벨레 개미가 입은 상처, 오른쪽은 치료 1시간이 지난 뒤의 상처 부위 모습이다. 상처 표면이 봉합돼 있다. ⓒErik Frank/Universität Würzburg
 
연구를 이끈 에릭 프랭크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동물생태학 및 열대생물학과 교수는 “인간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정교한 의학적 치료를 할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고 말했어요. 연구팀은 다른 종의 개미들도 마타벨레 개미와 같은 행동을 하는지 연구할 계획이에요.
 
스스로 약초를 발라 상처 치료하는 오랑우탄
 
동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상처를 치료하는 야생동물도 있어요. 2022년 6월, 독일과 인도네시아 과학자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수마트라오랑우탄을 관찰하고 있었어요. 오랑우탄 중에는 ‘라쿠스’라는 이름의 수컷 오랑우탄이 있었는데요, 라쿠스는 다른 수컷 오랑우탄과 싸워 얼굴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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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상처에 약초를 바르기 이틀 전, 얼굴에 상처를 입은 오랑우탄 라쿠스의 모습. ⓒArmas/Suaq Project
 
그런데 상처 입은 라쿠스는 특이한 행동을 보였어요. 다친 지 3일이 지나자, 라쿠스는 ‘아카르 쿠닝’이라는 이름의 덩굴식물을 찾아 입에 넣고 씹었어요. 그리고 그 즙을 몇 분간 상처 부위에 바르는 행동을 반복했죠. 아카르 쿠닝은 동남아시아 열대 우림에 사는 식물인데요, 통증을 줄여주고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어 이 지역 사람들도 자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연구팀은 라쿠스가 다른 곳은 건드리지 않고, 얼굴에 난 상처에만 여러 번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볼 때,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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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아카르 쿠닝 잎(왼쪽)과 이를 먹는 라쿠스의 모습(오른쪽). ⓒSaidi Agam/Suaq Project
 
이후 연구팀은 며칠간 라쿠스를 관찰했는데요, 라쿠스가 아카르 쿠닝의 즙을 상처에 바른 뒤, 상처는 감염되지 않고 아물기 시작했어요. 한 달 뒤에는 완전히 아물었죠. 신기한 점은 다른 오랑우탄에게서는 같은 행동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연구팀은 라쿠스 혼자 이 치료법을 터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어요. 식물을 먹다가 실수로 상처를 만져 우연히 치료 효과를 알게 됐을 수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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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라쿠스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한 과정. 상처에 약초를 바른지 한 달이 지나자, 상처는 완전히 아물었다. ⓒscientific reports 
 
그동안 침팬지와 같은 유인원이 상처에 곤충을 바르거나, 특정 식물을 섭취하는 모습을 관찰한 적 있었는데요, 치료를 목적으로 한 행동이 맞는지, 또 정말 치료 효과가 있는지는 확인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이번 연구로 약효가 있는 식물을 자신의 상처에 정확히 활용해 치료하는 동물을 처음으로 발견하게 됐답니다.
 
동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스스로 상처를 치료한다는 사실, 놀랍지 않나요? 이런 발견은 동물이 생존을 위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배울 점을 제공해 줍니다. 예를 들어 마타벨레 개미를 감염시키는 세균은 인간에게도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 세균 중 하나인데요, 마타벨레 개미가 사용하는 항생물질을 연구하면 인간에게도 쓸 수 있는 새로운 약물을 개발할 수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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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 연계 - 이번 과학향기 에피소드는 어떤 교과 단원과 관련돼 있을까? 

3학년 1학기 과학 - 동물의 한살이
3학년 2학기 과학 - 동물의 생활
 
글: 오혜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일러스트: EZ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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