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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과학향기 for kids] 벼락 맞아도 멀쩡, 오히려 이득 보는 나무가 있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154호   2025년 05월 12일
우르릉 쾅! 천둥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번쩍이며 내리치는 벼락은 수백만 볼트의 전기를 품고 있어요. 그래서 벼락을 맞으면 사람은 물론이고 나무도 큰 피해를 입습니다. 벼락에 맞은 나무는 불이 붙어 타거나, 나무에 있던 물이 끓으면서 잎과 조직이 파괴돼 결국 죽고 맙니다. 해마다 수억 그루의 나무가 벼락에 맞아 죽는다고 해요.
 
그런데! 벼락을 맞아도 끄떡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잘 자라는 나무가 처음으로 발견됐어요. 대체 어떤 나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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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나무가 벼락을 맞으면 불이 붙고, 잎과 조직이 파괴돼 죽게 된다. ⓒshutterstock
 
벼락 맞고 혼자만 살아남는 나무
 
미국 캐리생태계연구소 연구팀은 파나마의 열대우림에서 벼락이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주변 나무 수십 그루가 죽을 만큼 강력한 벼락이 쳤는데도 혼자 멀쩡히 살아남은 나무를 발견했어요. 이 나무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 중앙아메리카 열대우림에 사는 ‘알멘드로 나무(Dipteryx oleifera)’입니다. 이후에도 연구팀은 알멘드로 나무들이 벼락을 맞고 살아남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고, 이 신기한 나무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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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중앙아메리카 열대우림에 사는 알멘드로 나무. 알멘드로는 스페인어로 ‘아몬드’라는 뜻이다. 단단해서 주로 건축 재료로 사용되며, 아몬드 맛의 씨앗을 생산해 식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Evan Gora/Cary Institute of Ecosystem Studies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언제, 어떤 나무가 벼락을 맞았는지, 벼락을 맞은 나무는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꼼꼼히 기록했어요. 특히 벼락을 직접 맞은 알멘드로 나무 9그루와 다른 나무 84그루를 비교했죠. 그 결과, 알멘드로 나무는 아주 적은 피해만 입고 모두 살아남았어요. 반면 다른 나무들은 벼락에 맞은 뒤 심각한 손상을 입어 64%가 2년 안에 죽었어요.
 
더 놀라운 사실도 있어요. 벼락을 맞은 알멘드로 나무는 멀쩡했지만, 주변 나무들이 감전돼 죽었다는 거예요. 알멘드로 나무의 줄기와 가지로 전기가 흐르면서 주변 나무들을 감전시킨 거죠. 평균 9.2그루의 주변 나무들이 감전돼 죽었어요. 심지어 알멘드로 나무에 기생하던 덩굴 식물들도 같이 감전돼 78%나 사라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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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2019년 벼락을 맞은 직후의 알멘드로 나무(왼쪽)와 2년 후의 모습(오른쪽). 알멘드로 나무는 적은 피해를 입고 오히려 더 잘 자랐지만, 주위 나무들은 모두 죽었다. ⓒEvan Gora/Cary Institute of Ecosystem Studies
 
일부러 벼락 맞도록 진화했다?
 
주변 나무들이 줄어들면 햇빛도 더 많이 받고, 넓은 공간에서 쑥쑥 자랄 수 있겠죠? 실제로 알멘드로 나무는 주변 나무보다 약 4m 더 크고, 씨앗도 14배나 더 많이 남길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알멘드로 나무가 일부러 벼락을 맞도록 진화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벼락은 주로 높고 뾰족한 물체에 떨어지는데요, 알멘드로 나무는 다른 나무보다 키가 크고, 물이 흐르는 통로가 길어서 벼락에 맞을 확률이 68%나 더 높다고 해요. 원래 벼락에 맞을 확률은 희박한데, 연구팀이 관찰한 5년 동안 한 알멘드로 나무는 무려 두 번이나 벼락을 맞았어요. 물론 두 번 다 멀쩡히 살아남았죠.
 
보통은 생명을 위협하지만, 알멘드로 나무에는 벼락이 성장과 번식의 기회가 될 수 있다니 너무 신기하죠? 앞으로 과학자들은 알멘드로 나무가 어떻게 벼락을 견디는지, 비슷한 능력을 가진 다른 나무들도 있는지 더 깊이 연구할 계획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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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 연계 - 이번 과학향기 에피소드는 어떤 교과 단원과 관련돼 있을까? 

4학년 1학기 과학 - 식물의 한살이
5학년 2학기 과학 - 날씨와 우리 생활
 
글: 오혜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일러스트: 감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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