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갑자기 실신한다면... 혹시 미주신경성 실신일까?
<KISTI의 과학향기> 제3531호 2020년 04월 13일지하철이나 쇼핑몰 같이 대중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에서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사람이 생기고는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침 출근길에 실신한 사람을 목격했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혹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그렇다면 혹시 모르니 ‘미주신경성 실신’을 의심해보자.
실신은 부교감신경 때문?
미주신경은 부교감신경의 하나다. 부교감신경은 교감신경과 함께 신체를 구성하는 여러 장기와 조직의 기능을 조절한다. 교감신경은 신체가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한다. 근육 대동맥에서 갈라져 나온 동맥이 넓어지면서 심장박동수가 증가한다. 반면 피부와 소화관의 동맥은 수축하면서 혈액이 뇌와 심장, 근육으로 집중된다. 털세움근도 영향을 받아 털이 바짝 서고 땀이 난다. 너무 긴장하면 배고픔은 잊고 손에 땀이 나며 심장이 빨리 뛰는 이유다.
부교감신경은 정반대작용을 한다. 심장박동수는 떨어지면서 혈압이 낮아지고 소화관의 연동운동은 촉진된다. 중요한 시험을 마치고 시험장을 나설 때 밀려오는 안도감, 이때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된다. 교감신경이 공포와 분노, 긴장을 했을 때처럼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고 반응한다면 부교감신경은 소화는 촉진하고 온몸에 힘을 빼 편안하게 만드는 등 신체 에너지를 절약하고 저장하는 작용을 한다.
두 신경은 상호작용을 한다. 한 쪽이 너무 흥분하면 이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다른 한쪽도 활성화된다.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이렇게 두 신경이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극도로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반작용으로 부교감신경도 흥분한다. 이 때 부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 되면서 심장박동수가 급격히 감소해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멈추거나 부족해져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것이다.
따라서 미주신경성 실신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 발생한다. 어린 시절 아침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의 긴 훈화말씀에 한두 명씩 쓰러졌던 것도 같은 이유다. 다리는 아프고 햇빛은 뜨거운데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훈화가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이다.
이것은 강한 햇빛을 오래 받았을 때 일어나는 일사병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스트레스로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부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흥분해 일어난다. 반면 일사병은 고온의 환경 탓에 땀을 많이 흘리면서 체내의 수분 부족으로 혈압이 낮아져 쓰러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오랜 시간 서 있는 경우, 목욕탕이나 온천 등 뜨거운 물에 장시간 머물렀을 때, 혹은 햇볕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피를 보거나 신체의 일부가 다칠 위험에 처했을 때, 온도의 변화 등 주변의 환경이 급격히 변했을 때, 교회나 역 등 사람이 많은 밀폐된 공간에 갔을 때 미주신경성 실신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사진. 극도의 스트레스나 혼잡한 공간은 미주신경성 실신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출처: shutterstock)
미주신경성 실신을 예방하려면?
다행히 미주신경성 실신은 간단한 예방법만 지켜도 막을 수 있다. 우선 가급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개인별로 스트레스 요소를 피해야 한다. 청룡열차를 보기만 해도 쓰러지는 사람은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이나 자이로드롭 등 높은 곳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놀이기구는 피해야 한다.
목욕탕에서는 냉탕, 온탕을 번갈아 들어가는 것을 피해야 한다. 급격한 온도변화가 실신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나 교회, 지하철 등 사람이 많은 밀폐된 공간은 폐쇄공포증을 느끼기 쉽고 이 경우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증가해서 미주신경성 실신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평소 아침 식사를 챙기고 물은 자주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아침은 하루 중 몸 안에 수분이 가장 적을 때로 혈압이 낮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침 식사를 꼭 챙기고 평소 물을 자주 마셔 혈압이 낮아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과식은 금물이다. 음식물이 많이 들어가면 소화가 활발해지면 부교감신경이 빠르게 활성화된다. 또 배가 아프거나 메슥거림을 느끼면 바로 앉는 것이 좋다.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 실신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방법으로는 서 있을 경우 한 발을 다른 발 앞쪽에 둬 다리를 X자 형태로 만들기가 있다. 앉아 있을 경우에는 한 쪽 다리를 다른 쪽 허벅다리 위에 접어 올려두는 등의 동작으로 혈압을 올려 실신을 예방할 수 있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과학향기 Story] 점점 더워지는 여름, 건물 온도를 낮출 방법은?
- 올해 여름은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였다. 올해 여름철 평균기온은 이전 최고 기록인 2018년보다 0.3℃ 높은 25.6℃를 기록했다. 심지어 폭염과 열대야도 그 어느 해보다 잦았다. 사람들은 지속된 찜통더위를 견디기 위해 건물에선 쉴 새 없이 에어컨을 가동했다. 그 결과 일별 최고 전력 수요도 97.16GW(8월 20일)로 관측 역사상 최고...
-
- [과학향기 Story] 강의실 천장이 높으면 시험을 망친다?
- ‘시험을 망쳤어 오 집에 가기 싫었어 열 받아서 오락실에 들어갔어’ 다들 한 번쯤 한스밴드의 ‘오락실’ 가사에 공감해 보았을 것이다. 열심히 노력한 것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은 순간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그런데 최근 시험을 망친 이유를 제시해 주는 흥미로운 연구가 환경심리학 저널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
-
- [과학향기 Story] 수혈 걱정 끝… 인공혈액 시대 눈 앞에?
- 군부대나 예비군 훈련장, 대학교 근처에 세워진 헌혈차에서 사람들이 줄지어 헌혈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층의 헌혈이 줄어드는 추세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16~29세 사이 헌혈이 2005년 186만 7,188건에서 2023년 152만 8,245건으로 감소했다. 출산율 저하로 헌혈을 많이 하는 젊은 세대는 줄어드는데, 수혈이...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 for Kids] 종이에 베이면 왜 이렇게 아플까?
- [과학향기 Story] 프로포폴을 맞으면 왜 정신을 잃을까?
- [과학향기 Story] 수혈 걱정 끝… 인공혈액 시대 눈 앞에?
- [과학향기 Story] 인체에서 ‘알코올’이 만들어진다?
- [과학향기 for Kids] 따가운 뙤약볕으로부터 피부를 지켜라!
- [과학향기 Story] 내 안의 화를 날려 버릴 최고의 방법은?
- [과학향기 Story] 환관의 장수 비결, '생식세포'에 있다?
- [과학향기 Story] 수면과 뇌 노폐물 청소, 서로 관련 없다?
- [과학향기 for Kids] 의사 개미, 스스로 약초를 바르는 오랑우탄… 동물의 슬기로운 치료생활
- [과학향기 Story] 알약 한 알이면 오늘 운동 끝?
ScienceON 관련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