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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방‧고당분 음식, 정신건강에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652호 2021년 06월 07일전쟁 같은 하루를 마치고 우리를 위로해줄 수 있는 건 뭘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치킨, 피자, 햄버거, 치즈케익 같은 고지방‧고당분 음식이다. 한입 먹자마자 그날의 피로와 고단함이 스르르 풀리는 경험, 다들 알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여는 당신이 눈에 선하다.
그런데 먹을 때는 좋았지만, 다 먹고 나서 후회감이 들지는 않았는가? 고지방‧고당분 음식은 정말 우리를 기분 좋게 해줄까? 장기적으로 우리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까?
고지방‧고당분 음식 먹을 땐 좋지만 정신 건강에 악영향 미칠 수도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이다. 음식이 신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 마음에도 영향을 줄까? 많은 과학자들이 이 같은 의문을 가지고 다양한 연구를 수행했다.
먼저 2017년에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대학 역학·공중보건연구소의 아니카 크뉘펠 박사는 탄산 음료, 케이크, 과자 등에 들어있는 첨가당을 많이 섭취하면 우울증, 불안장애 같은 정신장애가 발생하는 확률을 높이는지 알아봤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35~55세 남녀 1만 308명의 22년간의 식습관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음료와 식품에 첨가된 설탕의 하루 섭취량 상위 그룹(67g 이상)은 하위 그룹(39.5g 이하)에 비해 5년 후 우울증, 불안장애 같은 정신장애 발생률이 2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식습관, 다른 건강 문제, 사회경제적 요인이 개인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여러 변수를 고려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고당분 때문에 우울증이 발병한 것이 아니라 우울증이 있어 고당분을 섭취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우울증이 있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특별히 당분을 더 많이 섭취한 것은 아니었다.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고지방‧고당분 음식을 생선과 채소, 과일을 많이 먹는 지중해식 식단과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 연구자들은 음식이 우울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알기 위해 우울증을 앓는 환자 67명을 모집해 두 집단으로 나눴다. 한 집단은 전통적인 지중해식 식단을 먹었다. 통곡물빵, 샐러드, 견과류, 과일, 올리브 오일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대조군 역할을 하는 다른 그룹은 햄, 소시지, 베이컨 같은 가공육과 과자나 케익 같은 고지방‧고당분 음식을 먹었다. 또한 두 집단 모두 우울증으로 처방 받은 항우울제를 계속 복용하도록 했다.
12주 후 두 집단 모두 우울증은 개선되었다. 다만 건강한 식단을 지킨 집단에서 우울증이 더욱 향상됐다. 건강한 식단 집단은 참여자의 약 3분의 1이 더 이상 우울증을 앓지 않았다.
정신 건강을 위해선 좋은 식사, 수면, 운동이 중요
연구자들은 우리 신체와 정신이 분리된 실체가 아니기 때문에 음식이 신체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정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 기분과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기여한다. 이때 건강한 식습관은 장을 건강하기에 결국 유익한 장내 미생물이 번성하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연구 결과가 고지방‧고당분 음식은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를 남김 없이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고지방‧고당분 음식이라는 하나의 요인이 정신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정신 건강에는 음식 외에도 운동, 수면, 스트레스 등이 다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신 건강을 위한다면 몸을 움직이고 잘 자면서 음식도 건강하게 바꾸는 게 중요한 것이다.
오늘도 고단한 하루를 보낸 당신, 이번에는 배달이 아니라 견과류나 과일로 마음을 달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 푹 자면 어떨까.
글: 정원호 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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