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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스트레스는 어떻게 ‘급똥’을 유발할까
<KISTI의 과학향기> 제3049호 2024년 04월 08일늦잠 잔 날 아침, 헐레벌떡 집을 나서는데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급똥’ 신호다.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이지만, 무시했다가는 버스 안에서 봉변(?)을 당할 수 있으니 하는 수 없이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번에만 세 번째다. 오늘도 급똥 때문에 지각해서 혼날 생각을 하니 기운이 빠진다.
그림 1. 급똥의 주요인은 과민성장증후군이다. ⓒShutterstock
예상치 못한 순간, 갑작스레 똥이 마려운 상태를 뜻하는 ‘급똥’. 급똥의 대표적인 원인은 바로 과민성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IBS)이다. 과민성장증후군은 대장 내시경이나 X선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복통, 설사, 변비 등 배변 장애 증상이 나타나는 만성 질환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의 약 10%가 앓고 있을 만큼 흔하다. 주변에 있는 어른 10명 중 1명은 급똥 때문에 고생한다는 뜻이다.
의학계에서는 과민성장증후군의 주요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꼽는다. 구체적으로 스트레스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대장을 괴롭힌다는 걸까? 뇌가 위장관 기능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스트레스 같은 뇌의 변화가 위장관을 넘어 장내 미생물 무리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증거도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중국 약학대학교 연구팀이 스트레스가 특정 장내 미생물을 변화시켜 대장 장애를 유발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 3월호에 발표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트레스받으면 늘어나는 ‘젖산간균’…장 보호세포 생성 방해해
몸 속 내장 기관을 통제하는 자율신경계는 ‘흥분’과 ‘이완’을 각각 담당하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상호작용으로 작동한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데 이때 심장 박동수는 올라가고 위와 대장 운동은 억제되며 심지어 장내 미생물의 구성도 바뀐다.
중국 약학대 연구팀은 2주 동안 생쥐를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한 후 장내 미생물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스트레스를 받은 쥐는 바이러스, 세균 등 질병을 유발하는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대장을 보호하는 세포의 수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쥐보다 적었다. 생쥐의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대장에 서식하는 젖산간균(락토바실러스)이 증식하면서 인돌-3-아세트산(Indole-3-acetic acid, IAA)이 생성된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IAA 수치가 높아지면 생쥐의 장 줄기세포(ISC)의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성이 저하돼 보호세포로 분화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그림2](/site/main/file/image/13010)
그림 2. 정신적 스트레스와 장내 미생물 간의 관계성. ⓒCell Metabolism
연구팀은 생쥐와 마찬가지로 사람 역시 비슷한 기전이 작용할 수 있는 근거도 제시했다. 사람의 대변을 분석한 결과 우울증을 겪는 사람의 대변에서 우울증을 겪지 않는 사람의 대변보다 젖산균이 많이 검출됐고, IAA 수치 역시 높았다. 즉 사람의 뇌 역시 정신질환 같은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장내 미생물 구성이 바뀌어 장 보호세포가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정신 질환을 겪는 환자들은 대변에 포함된 IAA 수치가 더 높고, 이는 대장 장애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며 “경구 α-케토글루타르산(α-ketoglutarate)은 ISC 분화를 촉진해 스트레스로 인한 장 상피 손상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향후 α-케토글루타르산의 효과 지속성과 안전성 등에 대한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연, 숙면 등 3가지 생활 습관 실천하면 과민성장증후군 42% 줄어
한편 약을 먹지 않고 생활 습관만 바꿔도 과민성장증후군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지난 2월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최근 홍콩중문대학교(CUHK) 중국의학원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된 성인 6만 4268명(평균 연령 55세, 절반 이상 여성)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위장관 분야 전문 학술지 ‘거트(Gut)’에 발표했다.
데이터에 포함된 성인 모두는 2006∼2010년 과민성장증후군을 앓지 않았다. 다만 이후 2022년까지 약 12.6년이 흐르는 동안 전체의 1.5%에 해당하는 961명이 과민성장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최소 2번의 설문조사를 통해 건강 상태와 금연, 충분한 수면(7시간 이상), 충분한 운동, 건강한 식습관, 낮은 음주량 등 5가지 생활 습관을 조사했다.
그림3. 건강한 생활습관은 과민성장증후군의 위험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Shutterstock
분석 결과, 이 중 3가지 이상의 생활 습관을 지닌 이들은 IBS 발병 소지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5가지 생활 습관 중 1가지를 가진 그룹은 과민성장증후군 발생률이 21% 낮았고, 2가지, 3~5가지를 가진 그룹은 각각 36%, 42% 낮았다. 3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그룹에서는 금연, 충분한 운동, 충분한 수면 등의 습관을 지닌 이들이 과민성장증후군 발병 완화에 가장 크게 효과가 있었다. 개별적으로 보면 금연이 과민성장증후군 위험을 14% 낮췄고, 충분한 운동은 17%, 충분한 수면은 위험성을 27%까지 낮췄다.
물론 통계적인 결과만으로 과민성장증후군 발생과 생활 습관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다. 다만 연구팀은 “5가지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능한 한 많이 따르는 것은 중년층의 과민성장증후군 발병률 감소와 유의미한 관련이 있다”며 “이번 연구는 생활 습관 개선이 과민성장증후군의 예방 전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전했다.
글: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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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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