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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그라운드의 산소탱크, 박지성 축구화의 비밀
<KISTI의 과학향기> 제929호 2009년 06월 17일
한국시간으로 지난 5월 6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소속 박지성 선수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아스널과의 준결승 2차전에서 선취골을 터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전반 8분 패널티지역 왼쪽을 파고든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땅볼패스로 찔러준 공을 골대 오른쪽에서 미끄러지듯 때린 슛이었다. 박지성은 아스널의 수비수 키에란 깁스가 몸의 중심을 잃고 넘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슛을 성공시켰다.
폭풍 같은 질주, 현란한 발놀림,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절묘한 슛. 드넓은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유럽 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박지성 선수를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공을 차고 싶어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하지만 마음만 프리미어리그에 있을 뿐, 몸은 굼뜨고 미끄러지기까지… 우리도 박지성 축구화를 신으면 박지성 선수처럼 잘 뛸 수 있을까?
축구화라고 하면 누구나 바닥에 ‘징’이 달린 운동화를 떠올린다. 징의 정식명칭은 ‘스터드’. 축구화의 상징 같은 존재다. 스터드는 선수들이 경기 중에 미끄러지지 않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바닥과 신발 밑창 사이 마찰력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마찰력이 너무 작으면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미끄럽고, 너무 크면 발목이나 무릎에 무리를 준다.
스터드는 여러가지 조건에 따라 마찰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종류도 다양하다.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축구장의 환경이다. 길고 푹신한 잔디에서는 13 ~ 15mm 높이의 금속 재질(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 스터드가 앞쪽에 4개 뒤쪽에 2개 박혀 있는 SG(Soft Ground)형 축구화를 신는다. SG형은 스터드가 무겁고 높아서 땅에 깊이 박히므로 잔디가 부드러워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반면 짧고 거친 잔디에는 FG(Firm Ground)형 축구화가 적합하다. FG형 축구화 밑창에는 10mm 정도로 짧은 폴리우레탄 스터드가 12~13개 정도 박혀 있다. 거친 잔디는 이미 바닥의 마찰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깊이 박힐 필요가 없어 스터드 높이가 낮고 재질은 가벼운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박지성 선수가 경기하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면 한국에서 경기할 때와 유럽에서 경기할 때 신는 축구화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럽의 경기장은 대부분 잔디가 길고 푹신하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SG형을 신고, 상대적으로 잔디가 거친 한국에서는 FG형을 신는다.
경기장 바닥의 마찰력은 날씨도 영향을 미친다. 짧고 거친 잔디도 비가 오면 물기 때문에 마찰력이 감소해 더 미끄럽고, 비가 오고 난 직후에는 천연잔디의 마찰력이 인조잔디보다 크다. 박지성 선수같이 노련한 선수들은 경기하는 동안의 날씨를 고려해 축구화를 골라 신는다.
선수 포지션에 따라서도 스터드가 다른데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에 수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수비수나 골키퍼는 지면을 박차고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내야 하므로 바닥과의 마찰력이 큰 높은 스터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박지성 선수처럼 자신의 의지대로 유연하게 움직이는 공격수나 미드필더는 마찰력이 작더라도 높이가 낮아서 90분 내내 편하게 뛸 수 있는 낮은 스터드를 애용한다.
박지성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2차 준결승에서 선취골을 뽑아낼 당시, 박지성 선수를 방어하던 키에란 깁스 선수는 박지성 선수를 순발력 있게 마크하기 위해 스터드가 높은 축구화를 신고 있었고, 박지성 선수는 스터드가 낮고 개수가 많은 축구화로 상대편 수비라인을 민첩하게 피할 수 있었다.
최근엔 공격수, 수비수 포지션에 관계없이 막대형 스터드 축구화를 신는 추세다. 실제로 박지성 선수도 스터드가 막대형인 축구화를 많이 신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막대형 스터드의 장점은 스터드의 높이가 낮아도 일반적인 원통형 스터드와 비슷한 크기의 회전력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회전력은 선수가 스터드에 힘을 실어 몸을 돌릴 때 내는 힘이다. 이 힘은 회전축에 작용하는 힘(선수가 스터드에 가하는 힘)이 클수록, 회전축에서 회전하는 물체 표면까지의 거리(스터드의 굵기)가 굵을수록 커진다. 선수가 스터드에 같은 힘을 가하더라도 막대형 스터드는 원통형에 비해 회전 반경이 커서, 회전축으로부터 회전하는 물체 표면까지의 거리가 원통형보다 크다. 결과적으로 막대형 스터드는 마치 굵은 스터드를 신은 것처럼 회전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앞으로는 축구경기를 볼 때 선수들의 신발 바닥을 유심히 보자. 박지성 선수가 맨유를 승리로 이끈 비결이 거기에 숨어 있다.
글 : 이영혜 과학칼럼니스트
폭풍 같은 질주, 현란한 발놀림,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절묘한 슛. 드넓은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유럽 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박지성 선수를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공을 차고 싶어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하지만 마음만 프리미어리그에 있을 뿐, 몸은 굼뜨고 미끄러지기까지… 우리도 박지성 축구화를 신으면 박지성 선수처럼 잘 뛸 수 있을까?
축구화라고 하면 누구나 바닥에 ‘징’이 달린 운동화를 떠올린다. 징의 정식명칭은 ‘스터드’. 축구화의 상징 같은 존재다. 스터드는 선수들이 경기 중에 미끄러지지 않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바닥과 신발 밑창 사이 마찰력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마찰력이 너무 작으면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미끄럽고, 너무 크면 발목이나 무릎에 무리를 준다.
스터드는 여러가지 조건에 따라 마찰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종류도 다양하다.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축구장의 환경이다. 길고 푹신한 잔디에서는 13 ~ 15mm 높이의 금속 재질(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 스터드가 앞쪽에 4개 뒤쪽에 2개 박혀 있는 SG(Soft Ground)형 축구화를 신는다. SG형은 스터드가 무겁고 높아서 땅에 깊이 박히므로 잔디가 부드러워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반면 짧고 거친 잔디에는 FG(Firm Ground)형 축구화가 적합하다. FG형 축구화 밑창에는 10mm 정도로 짧은 폴리우레탄 스터드가 12~13개 정도 박혀 있다. 거친 잔디는 이미 바닥의 마찰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깊이 박힐 필요가 없어 스터드 높이가 낮고 재질은 가벼운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박지성 선수가 경기하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면 한국에서 경기할 때와 유럽에서 경기할 때 신는 축구화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럽의 경기장은 대부분 잔디가 길고 푹신하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SG형을 신고, 상대적으로 잔디가 거친 한국에서는 FG형을 신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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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 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위해 전용 축구화를 사용한다.나이키가 박지성 선수를 위해 특별 제작해 공급한 축구화 2켤래. 동아일보 자료사진> |
경기장 바닥의 마찰력은 날씨도 영향을 미친다. 짧고 거친 잔디도 비가 오면 물기 때문에 마찰력이 감소해 더 미끄럽고, 비가 오고 난 직후에는 천연잔디의 마찰력이 인조잔디보다 크다. 박지성 선수같이 노련한 선수들은 경기하는 동안의 날씨를 고려해 축구화를 골라 신는다.
선수 포지션에 따라서도 스터드가 다른데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에 수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수비수나 골키퍼는 지면을 박차고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내야 하므로 바닥과의 마찰력이 큰 높은 스터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박지성 선수처럼 자신의 의지대로 유연하게 움직이는 공격수나 미드필더는 마찰력이 작더라도 높이가 낮아서 90분 내내 편하게 뛸 수 있는 낮은 스터드를 애용한다.
박지성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2차 준결승에서 선취골을 뽑아낼 당시, 박지성 선수를 방어하던 키에란 깁스 선수는 박지성 선수를 순발력 있게 마크하기 위해 스터드가 높은 축구화를 신고 있었고, 박지성 선수는 스터드가 낮고 개수가 많은 축구화로 상대편 수비라인을 민첩하게 피할 수 있었다.
최근엔 공격수, 수비수 포지션에 관계없이 막대형 스터드 축구화를 신는 추세다. 실제로 박지성 선수도 스터드가 막대형인 축구화를 많이 신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막대형 스터드의 장점은 스터드의 높이가 낮아도 일반적인 원통형 스터드와 비슷한 크기의 회전력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회전력은 선수가 스터드에 힘을 실어 몸을 돌릴 때 내는 힘이다. 이 힘은 회전축에 작용하는 힘(선수가 스터드에 가하는 힘)이 클수록, 회전축에서 회전하는 물체 표면까지의 거리(스터드의 굵기)가 굵을수록 커진다. 선수가 스터드에 같은 힘을 가하더라도 막대형 스터드는 원통형에 비해 회전 반경이 커서, 회전축으로부터 회전하는 물체 표면까지의 거리가 원통형보다 크다. 결과적으로 막대형 스터드는 마치 굵은 스터드를 신은 것처럼 회전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앞으로는 축구경기를 볼 때 선수들의 신발 바닥을 유심히 보자. 박지성 선수가 맨유를 승리로 이끈 비결이 거기에 숨어 있다.
글 : 이영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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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FG...좋은 정보 감사
2009-06-19
답글 0
대한민국 축구...화이팅 !!!
2009-06-19
답글 0
음... 축구화 구입할때에도 잘 생각해서 구입해야겠네요. 박지성선수 맨유와 계약연장했으면 하네요 ㅎㅎ
2009-06-17
답글 0
박지성 선수가 능력이 뛰어난 가장 큰 이유는 노력이겠지만 이렇게 숨어서 능력을 더욱 발휘 할 수 있는 장비가 있었다는게 놀랍네요^^* 오늘도 골 넣어주세요!ㅇ ㅏㅈ ㅏ~
2009-06-17
답글 0
축구화에 담긴 과학이야기 재미있네요. 스터드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과 때에 따라 축구화를 바꿔 신는다는 사실이 재미있네요. 경기전 축구화 선택도 신중히 해야겠어요.
2009-06-17
답글 0
축구화에 대해서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읽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어 기쁘네요. 축구선수들은 SG형만 신은 줄 알았는데 잔디의 상태와 날씨에 따라서 다른 것을 사용한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2009-06-17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