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방전되지 않는 생체배터리 납시오!

<KISTI의 과학향기> 제988호   2009년 09월 28일
SF영화 ‘매트릭스’에서 기계는 인간을 전력생산도구로 활용한다. 영화에서 인간은 그저 살아있는 배터리에 불과할 뿐 가상세계인 매트릭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소모품으로 쓰인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오싹 돋겠지만 실제로 사람 몸에서 전기를 뽑아내는 생체연료전지 연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당연하지만 기계를 위한 배터리로 쓰려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해서다.

사람 몸에서 어떻게 전기를 만들어낼까? 비슷한 원리는 우리가 흔히 쓰는 배터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배터리는 주로 화학전지다. 즉 화학물질이 산화와 환원 반응을 일으키면서 전자가 이동하고 이 과정을 통해 전기가 생산된다.

생체연료전지도 기본적인 틀은 화학전지와 다르지 않다. 피 속에 들어있는 포도당을 산화시켜 전자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이를 나노배터리에 저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말은 간단한데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포도당을 산화시키려면 매개체가 필요한데 흔히 사용하는 것이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이다. 그런데 미생물을 사용한 생체연료전지는 덩치가 크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가뜩이나 포도당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전기량이 적은데, 배터리의 크기가 만만치 않으니 사람 몸에 이식하는 것은 고사하고 MP3 플레이어 하나 작동시키는데 최소한 6~7개의 생체연료전지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효소를 활용해 생체연료전지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현재까지 적용한 효소는 수명이 불과 3일밖에 되지 않아 한계가 있어 앞으로 생체연료전지 연구는 효소의 수명을 늘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생체연료전지의 구조, 손톱만한 크기의 칩에 미니발전소가 들어있다. 사진 제공. 전자신문>

효소 수명을 늘려 원활하게 포도당으로 전기를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고 현재 사용하는 배터리와 비교하면 용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포도당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전압은 이론적으로 0.8V에 불과해서다. 따라서 이를 효율적으로 증폭시키고 조절하는 기술과 함께 나노배터리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일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경상대학교 남태현 교수팀이 만들고 있는 융합형 나노배터리와 생체연료전지는 가로세로 5mm, 높이 2mm 정도의 크기에 에너지밀도는 400Wh/ℓ, 효소 수명은 10년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는 포도당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생체연료전지, 전기를 증폭시키는 DC컨버터, 만들어낸 전기가 저장되는 나노배터리,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제어하기 위한 SOC 칩이 들어있다. 새끼손가락 손톱만한 크기의 칩에 초미니 발전소가 들어있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남 교수는 “특히 사람 몸에 이식한 의료기기의 50% 정도가 배터리로 이루어져 있어 환자가 불편한 것은 물론 크기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융합형 나노배터리와 생체연료전지를 이용하면 외부에서 전원을 공급받을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스템이 완성되면 기존 휴대폰 배터리의 10%에 불과하면서 성능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배터리를 몸에서 직접 충전할 수 있으니 전기 걱정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휴대용 디지털기기 크기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예컨대 전기 자극을 가해 심장 박동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심장 페이스메이커의 경우 본체의 70% 이상이 배터리로 이루어져 있다. 배터리는 재충전이 불가능하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외과수술을 통해 다시 새로운 심장 페이스메이커를 이식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또한 전원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실용화가 어려웠던 나노로봇이나 인공망막, 인공고막 등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 연구기간은 오는 2014년까지로 이때쯤이면 실제 생명체에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시제품을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생체연료전지 시험본, 나노배터리를 크게 만든 모형(좌)과 배터리를 시험하기 위한 테스터
(우)의 모습이다. 사진제공. 전자신문>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고효율 생체연료전지를 만드는데 적합한 효소를 찾아내야 하고 앞서 설명한 것처럼 낮은 전압을 증폭시켜야 하는 전기기술도 확보돼야 한다. 포도당이 항상 일정하게 피에서 공급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제어할 미세유동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 사람 몸이 항상 같은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컨디션에 따라 전기가 많이 만들어지는 날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날도 있기 마련이다. 또 사람 몸에 들어가는 물건이니 생체적합성 여부도 따져 봐야한다.

현재 융합형 나노배터리와 생체연료전지는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기술이다. 아직 다른 나라에서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영역이라는 말이다.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 진다면 앞으로 10~15년 뒤에는 몸 속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질병을 치료하는 나노 로봇이 등장할 수 있고 인공장기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체연료전지의 2차 목표는 노트북이나 휴대폰과 같은 디지털기기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현재 임플란트를 몸에 심는 것처럼 기계, 전자 부품을 몸에 장착하는 것이 원활해진다. 휴대폰을 머릿속에 심거나 MP3 플레이어를 귀에 내장할 수도 있다. 인조인간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을 듯하다.

글 : 이수환 전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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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논문 정보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의 최근 연구 개발 동향[바로가기]
고분자 연료전지용 전기촉매의 이론과 설계[바로가기]
연료전지 전해질 복합막 제조를 위한 폴리설폰계 지지체의 제조와 물성[바로가기]

○관련 특허 정보
자가 발전형 생체 내 전원 공급 시스템(한국공개특허)[바로가기]
고분자 전해질형 연료 전지(한국공개특허)[바로가기]
연료전지 발전장치(한국공개특허)[바로가기]

○해외 동향분석 자료
체액으로 구동되는 미니어춰 전지를 만든 화학자들 - 2002년 [바로가기]
연료 전지에 동력을 공급하는 알콜 - 2003년 [바로가기]
알코올 마이크로 연료 전지 - 2004년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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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 평점   별 5점

와... 정말 듣지도 보지도못한 대단한 기술인것 같네요. 엄마가 인공췌장기를 착용하고 있어서 더욱 관심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에서 머물렀으면 좋겠네요. 자연을 거스르는 기술은 좀 무섭네요~ ^^;;

200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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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환
  • 평점   별 5점

생체바테리는 정말 흥미로운 미래 과학기기가 될 것입니다

200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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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욱
  • 평점   별 5점

이런 노래 구절이 생각나는 구려..."인조인간 로보트 000Z 우리들을 위해서만 힘을 쓰는..." 어쩌구 저쩌구 하는...

200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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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배
  • 평점   별 5점

인간의 사고 아직도 여기에 머무르고 있으면 우주개발은 물론이고 인류가 지구의 급속한 변화에 대처할 길이 없다. 이 우주가 어떻게 해서 존재하고 있고, 천체가 어떻게 형성되어서 존재하고 있는가를 모르면 인간의 조그마한 두뇌속에서 과학이 머물러버려 이 우주의 비밀 아니 인간체의 비밀을 전혀 알아내지 못하고 만다. 우주를 형성하고 만물을 형성하고 동식물이 존재하도록 하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알지 못하고서는 과학과 의학의 한계는 극복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동양에서는 형이상학을 해왔으나 형이하학에 빠져서 이 학문을 깨닫지 못한데 인류는 엄청난 재난을 맞고 있다. 다행히도 이 형이상학을 밝혀서 내놓고 있어 이를 이용해 과학에도 의학에도 이용하고 물체의 형성원리를 밝혀내고 있으니 현대과학자가 이 길로 들어와야만이 우주개발도 인체의 신비도 죄다 밝혀 보다 밝은 미래를 엮어나갈 것이다.

200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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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애
  • 평점   별 5점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질 것 같기도 하면서, 더 삭막해지며 힘들어 질 것 같기도 하고...???

200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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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진
  • 평점   별 5점

와,.. 관건은 효모의 수명과 전압이네요 ㅋㅋ 몸에서 직접 충전하는 베터리..wow

200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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